평소 기대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잘하지 않는다.
근데 요즘 느끼는 것은, 어쩌면 기대를 안 한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기대하는 마음이 꽤 큰 것 같기도 하다.
상상력이 풍부한지라 기대를 하게 되면 할 수 있는 최대로 상상을 부풀려한다.
그러면 거의 대부분의 확률로 실망을 한다. 상상이 너무 커서 현실화되기란 쉽지가 않다.
희망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어쩌면, 스스로에게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퍽 힘이 빠진다.
기대를 갖고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데 새삼 잘할 수 있을까. 그걸 과연 정말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괜히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게 된다.
어떤 일을 하기가 힘들어질 때 개인적으로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청소를 한다.
해야 할 일이 많고 어려워 순간적으로 집을 봤더니 청소를 하고 싶어졌다. 평일에 집에 들어오면 먹고 잠만 자니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집 상태가 참혹하기 그지없다.
열심히 청소를 하니 20L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우고 분리수거해야 할 물건들이 종이봉투 2개가 나왔다. 그동안 집안일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줬다. 집안일을 마치고 나니 깨끗해진 집과 살짝은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차분한 건지 우울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주말 오전부터 일을 하고 왔기에 조금은 쉬자며 현실을 회피했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영상 연속 재생으로 집이 조용할 틈이 없다. 노래도 틀어놓고, 영화 리뷰 영상도 틀어놓았지만 왜인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새삼 노래와 리뷰 영상에 흥미를 잃고 주말동안 해야 할 일을 정리했더니 왜인지 한숨부터 나온다.
주말에 해야 할 것들을 끝내놓지 않으면 할 일이 모두 밀리게 된다. 그래서 쉬지 않고 해야 하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시간은 점점 사라지는데 책상에 앉아 글을 쓸 힘이 없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힘이 없어서 못하고 있는데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인생은 스스로가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에 치여 미래는 꿈도 못 꾼다. 그러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쓰러진 이후로부터 컨디션이 올라올 생각을 않는다. 벌써 체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
희망이 조금씩 자그마해지면 기대도 희망을 따라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기대와 희망은 분명 다른 단어인데, 같이 가는 친구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대를 억지로 키우지 않기로 했다.
책상에 앉아 글을 못 올려도 좋으니 한 문장만 쓰기로 했다. 쓰다 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다.
이렇게 하루 하나씩 글 하나를 완성하다 보면 티끌모아태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어떤 것을 전부 잘 해내는 것도 좋지만, 쓰러진 뒤에도 다시 앉아 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도 좋다.
어떤 것이든 하나씩, 한 발자국 씩 내딛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어딘가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기로 했다. 한 발자국 움직인 것으로 충분히 칭찬을 해주기로 했다.
내일도 또 한 발자국 움직이고 싶어 지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