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다.
그냥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없어도 좋고, 있어도 좋다.
나는 사라지고 싶다고 생각을 한 적이 참 많았다.
지금은 아니다고 확실하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이따금씩 파도처럼 밀려오는 현실에 그저 쓸려가고 싶다는 생각도 아주 가끔은 한다.
상상을 잠깐 하다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해야 할 것들을 묵묵히 처리한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자다가 가고 싶다.
어렸을 때는 말을 하면 그게 제일 호상이라고 했었는데 이해를 못 했었다. 시간이 계속 흐르다 보니 저 말이 진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픈 것은 참 고통스럽다. 요즘 현대 사회에는 아플 거면 제대로 아파야 하기도 한 것 같다.
애매하게 아프면 약국에서 약을 사서 일을 하면서 약을 먹는다. 병가도 내기가 어렵다. 병가를 내면 다음 날 출근하면 처리해야 할 일이 두 배 또는 그 이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아픈 것이 아니면 그냥 참으면서 일을 한다. 종이에 손만 베도 불편해서 신경이 쓰이는데 하물며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아픈 것은 삶 자체를 흔들어버린다. 그래서 사람이 한 번 크게 아프고 나면 아프기 전과 다른 삶을 살기도 한다.
아플 때는 그렇게 당겼던 음식도 별로 먹고 싶지 않다. 그냥 잠만 자고 싶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몸이 회복을 하려고 잠을 오게 하는 것이라고 누군가가 말해주었다. 확실하진 않다.
아프지 않을 때는 누워있으면 살이 찌는데 아플 때는 살이 계속 빠진다. 병원 밥을 매 끼니 챙겨 먹는데도 살이 빠진다. 그만큼 몸이 아프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큰일이다.
그러니까 그냥 사라지는 것은 현실 세계에서 꽤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정말 사라지려고 하면 왜 이렇게 이곳에 두고 갈 모든 것들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내 손으로 직접 만지지 못하는 모든 사람, 동물, 사물이다.
누군가 또는 무엇과 이별을 하게 되면 제일 아쉬운 건 내 손으로 직접 만지지 못한다는 것 같다.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고, 냄새를 맡을 수도 없고, 상대방이 나를 볼 수도 없다.
원래는 몰랐었는데, 많은 일들을 겪고 나서 생각 정리를 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만지고 보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내 의지로 어떤 것을 할 수 있음에 자유를 느낀다.
씻고 싶을 때 씻고, 어딘가를 가고 싶을 때 가고, 냄새를 맡고, 먹고 싶을 때 스스로 밥을 차려먹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자유다.
그래서 이따금 사라지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심호흡을 크게 내쉰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갑자기 찾아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물건이 있다면 만져보기도 한다.
손에 닿는 온기, 안팎으로 나는 냄새, 귀에서 들려오는 소리.
이 자체만으로 이 세상에 남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흔들리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마다 숨을 고르며 하늘을 본다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거나, 하나씩 해갈 것이다.
그걸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