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다 보내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있다.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특별히 무너진 것도 아닌데 괜히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불편한 밤.
그럴 때면 아주 사소한 질문 하나가 생각을 붙잡는다.
혹시, 지금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만큼 열심히 살지 못한 건 아닌지,
괜히 다른 길을 택한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닌지.
낮에는 일하느라 저 뒤에 감추어두었던 진심이 밤이 되어 고개를 내밀고 존재감을 키운다.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나를 평가하기 시작한다.
잘한 것보다는 못한 것들이 더 또렷해지고, 이미 지나간 선택들을 다시 꺼내 들춰본다.
더 참았어야 했나, 더 빨리 움직였어야 했나, 덜 겁냈어야 했나 같은.
답은 나오지 않는데 스스로에게 질문만 더 많아지고 깊어진다.
그런 밤은 잠을 자려 핸드폰을 보지 않다가도 다시 켜서 게임을 틀기도 한다.
그러다 밤을 새기도 한다. 피곤해서 잠을 자야 하는데 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 보면 삶이 멈춰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스스로를 보며 움직이라고 채찍질을 해댄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질문은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무렇게나 살고 있지는 않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요즘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의심이 들 때 되려 제대로 살았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한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냈다면 이런 물음표들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나는 가끔 방향을 틀어야 할 때가 아니라 지나온 길을 스스로 인정해야 할 때 괜히 방향을 의심했다.
조금 느릴 수 있고, 돌아갈 수도 있고, 그것들이 모두 삶 자체인데 이것들을 실패라 부르며 인생을 부정했다.
오늘 밤,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 그건 당신이 대충 살고 싶지 않아서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오늘은 당장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이 밤은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라기보다 잠깐 멈춰 숨을 고르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잘못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하나일 뿐이다.
너무 무겁게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
여전히 가고 있는 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