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레인이 포크레인 아니야?
오늘은 레슨시간에 아이들에게 배운 영어 표현을 적어보려고 한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원어민이기 때문에, 나보다 아는 단어가 훨씬 많고, 유용한 표현들도 많이 해준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Broken Sentence를 마구 늘어놓아도 (사실, 마구 늘어놓는 정도는 아닌데, 진짜 윤여정배우님 말씀대로, 짜증날만큼 버벅거린다.) 고맙게도 관대하다.
할로윈주말을 보낸 아이들에게 할로윈 잘 보냈는지 물어봤다.
주로 나는,
How was the school?
How was your weekend?
Did you have a nice Halloween?
뭐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보통의 대답은 간단히 Yes, 라고 하면되고 어른들은 그러고 끝이 나지만, 아이들은 당연 조잘조잘 엄청난 개인사, 집안사 이야기들이 따라붙게 마련이다.
1. EXCAVATOR
한 아이는 자신의 남동생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He had a cake, and there was a excavator on it.
Excavator?????? 라면서 내가 찡그리자..음.. 그 ... 어.. 막 설명을 한다.
겁나 어려운 단어 같은데, 아이가 알고 있다니.. 뭐지? 하고 당장 찾아보니..
포크레인이었네..
난 포크레인도 영어인 줄 알았는데.... 충격받았다. 그럼.. 포크레인은 무슨 말이지?! 혼란!
잠깐, 그런데 포크레인이 케익위에?!
남동생이 어려서 아마 엄마가 깜짝선물로 특별한 케익을 주문하신 것 같다. 캐나다에는 여자아이들은 바비인형을 가운데에 놓고 케익 만들어주던데, 포크레인케익은 나도 처음 들어봤다. 아이들 생일을 엄청 크고 스페샬하게 생각하고 축하해주는 엄마들이 많다.
2. Medals of Strings
하루는, 아이들에게 피아노 내부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날이었다. 내부를 보여주기 위해 피아노 겉 커버를 모두 드러내고 수업을 했다.
What can you find inside of the piano?
라고 묻자,
몇몇 아이들은 이내,
Medals of Strings, 혹은, Medals.
라는 대답을 했다. 갑자기 뭔 메달? 이라고 생각했는데, 핀에 줄들이 감겨있는 모습이
이렇게 메달들이 걸려있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다. 사진들을 찾아보니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것 같다.
3. We were tempted.
이 표현은 아들 축구수업에서 한 엄마한테 들을 말이다. 상황은 이렇다. 일주일에 한번씩 아들을 데리고 축구수업에 데려다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날따라 날씨는 환상적으로 좋았고, 축구장 근처에 카니발같은 놀이동산이 크게 들어선 것이었다. 완전히 들어가고 싶게 생겼었다.
축구교실에서 만난 엄마에게, 그 놀이동산 봤어요? 라고 하자, 그 엄마가 하는 말이,
Yeah, we were tempted.
직역을 하자면, 유혹을 당했다는 말인데, 놀이동산보고, 축구수업에 빠질까 잠깐 생각했었다는 뜻이다. 다만, 유혹은 받되 아이들 고이 데리고 참석했으니 유혹을 이긴 것은 확실하다. 짧지만 강렬하게 남은 문장이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4. Devastated
친구 엄마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에서. 오래된 글이라 상황만 기억이 난다. 아들이 아끼는 장난감이 고장나서 새로 사야하는데 혹시 파는 곳을 아시는 분? 이런 글이었다. 그때 아들의 상황을 묘사하면서
He is devastated.
라는 표현을 쓰는 걸봤다. 이렇게 어렵고 긴 단어를 3~4살 짜리 꼬마에게 쓸수가 있나? 싶었지만, 그만큼 간절하고 절망했다는 약간 과장된 표현인것 같다. 단어를 알고 나서 보니, 가끔씩 영화에서도 많이 나오는 거 같다. 취업면접 온 사람한테도 Are you devastated? 라고 물어볼 수 있고... 그만큼 간절하니? 진짜 심각하게 간절하게 원해? 이런 뜻인데.. 평상시에 쓰기에 진짜 길고 어려운 표현같은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쓴다.
요런 느낌 정도라고 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