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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Mar 13. 2022

꺼져가는 불을 소생시켜라

음악을 배우는 제자들에게 동기부여하는 법

내가 좋아하는 한자성어 중에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부화하기 직전, 알을 깨고 나는 순간을 어미닭이 지켜보다가 적절한 순간에 살짝 도와주어 병아리의 부화를 돕는다는 말이다. 이 네 글자에 동기부여의 모든 비밀이 숨어있다고 생각한다. 제자들을 가르치다보면, 동기부여를 해야 할 순간이 온다. 아무래도 음악이라는 영역이 부모님들이 동기부여를 해 줄수 없는 고유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 몫은 대체로 교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1. 기다린다.

동기부여는 보통 아주 작은 촛불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그 촛불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 누군가가 불을 붙여주지 않으면, 촛불 혼자서 불을 피워올릴 수가 없다. 언제 어떤 방법으로 인해 그 촛불이 켜질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악기 소리나, 연주장면들에 노출이 자주 된다면, 그 중에 본인에게 소위말해 "꽂히는" 악기가 생기기가 쉽다. 이 부분은 사실 교사들이 해 줄수 있는 부분은 아니고, 부모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언제나 모든 일에는 짜릿한 밀당이 필수. 부모는 어미닭이 병아리의 부화를 기다리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듯, 아이가 언제 음악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악기 소리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악기를 배우고 싶어하는지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음악교육을 시작할 적기는, 보통, 글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될 즈음하여, 아이가 본인이 좋아하는 악기를 정해서, 배우고 싶다고 말했을 때가 가장 성공적인 시작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부모의 격려와 빠른 반응으로 좋은 레슨 선생님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하얀 초에 촛불을 켜는 순간이다.


때로는 이 기다림의 순간이 굉장히 길고 지루할 수도 있다. 어떤 아이들은 5살때부터 악기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어떤 아이들은 초등학교 3학년, 중학생이 되어서야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시작하는 시점이 늦어질 수록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므로, 초등학교 1~2학년 사이에 아이가 악기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런 저런 악기 소리와 장면들을 보여주거나 연주회에 참석하여 아이가 관심이 있어하는 악기나 소리를 찾아보고, 레슨을 권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 작은 불꽃이 큰 불로 옮겨 붙을 때 까지

일단 이런 작은 동기가 부여되어 레슨을 시작하였다면, 이제부터는 교사의 몫이 상당히 중요해진다고 할 수가 있겠다. 우리 집에는 화목난로가 있어서 가끔 날이 우중충하거나 추운날 불을 떼는데, 작은 불을 짧은 시간에 화르륵 불태우는 것은 쉽지만, 그 불에 적절한 공기를 넣고, 시간을 주어 큰 나무에 불이 옮겨 붙게 하는데 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옮겨붙이는게 실패하면 불이 꺼져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처음에는 재미있고 쉬워서 열정적으로 배우는 시기가 1~2년 정도 지속이 된다. 그 사이에 우리가 해 줘야 할 일은 '바람'을 넣어주는 일이다. 내가 사용하는 가장 큰 바람은 칭찬이다. 아이들은 적절한 칭찬을 통해 동기부여가 된다. 무조건 잘 했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한 만큼, 집중한 만큼, 성취한 만큼 적절한 보상과 함께 잘 한것을 함께 기뻐해주고, 성장의 공을 아이들의 노력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바람도 너무 세면 작은 불이 꺼지듯이, 작은 성공의 작은 칭찬을 자주 해주는 것이 포인트라고 하겠다. 만약 이 시기의 아이들이 2~3년만에 콩쿨에 나가 너무 큰 상을 받아오면 자만심과 우월감, 혹은 다음 콩쿨에 대한 부담감에 음악에 대한 흥미가 사그라들거나, 연습은 안하고 상은 받고 싶은, 딜레마에 들어가면서 열정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았다.


3. 큰 불이 꺼지지 않도록

온갖 정성을 들여 큰 불로 옮겨 붙은 열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대략 피아노를 3~4년 이상 배워나가다보면 점점 음악이 좋아지고, 깊이가 깊어지게 마련이다. 본인이 치고 싶은 곡들을 연주해 보고, 대회에 나가서 상도 받아보고, 점점 더 큰 곡들을 위해서 노력해 나가는 것의 재미를 찾아가는 시기이다.


이 때도 교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데, 보통 악보를 읽는 것이 수월해 지는 시기가 되면, 아이들이 원하는 곡을 많이 주는 편이다. 그 곡이 무엇이든, 꼭 쳐보고 싶었던 곡이 있다고하면 그런 곡들을 많이 연주하게 한 뒤에 이제 더이상 여한이 없을 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곡들을 준다. 클래식 곡들을 주로 추천하는 편인데, 이제는 본인들이 아는 레파토리도 거의 떨어졌고, 그런 곡들만 연주해서는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보통 교사의 추천곡들을 잘 받아들이게 된다. 흥미롭고 도움이 될만한 레벨별 레파토리는 큰 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주입해주는 땔감같은 역할이다. 교사로서 레파토리 연구에 집중하고, 각 학생의 장단점과 수준에 맞는 곡을 계속 찾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이다.


https://www.instagram.com/p/CbA32bBF4bL/


보통 이런 시간이 4년 이상은 걸리게 마련인데 4년간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30~1시간씩 대화도 나누고, 서로 많은 라포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에 배움과 가르침의 시간이 이제부터는 물흐르듯이 자연스럽고, 즐거운 시간이 되기 마련이다.


이런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부모님의 신뢰와 지속적으로 보내주시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사실 나도 학부모로서, 한 선생님께 4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아이를 맡긴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또한 교사로서는 나에게 온 제자들이 오랜시간 피아노를 배워나가면서 성장하고, 점점 음악을 제대로 표현해 내고, 깊이있게 연주하는 모습을 볼 때, 그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일이 된다.


때로는 이렇게 쭉 유지가 될 것 같은 큰 불도 때로는 큰 비나 물에 꺼질때도 있듯이, 주의해야 할 점은, 무리한 콩쿨의 참여, 혹은 준비되지 않은 무대 경험등이다. 보통 제자들이 중학색 고등학생이 되면 연습할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어려운 곡을 주거나, 어거지로 무대에 세우는 일은 매우 신중해야 할 일인것 같다.


내가 이 일을 늘 즐겁게 유지하며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아이들의 변화와 성장에 있는 것 같다. 나에게는 아이들의 성장이 동기부여가 된다. 제자들과 이렇게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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