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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어 Oct 18. 2021

피아노 중독자의 피아노 쇼핑

빨간 피아노 줄까, 파란 피아노 줄까?

피아노를 배운다면 모름지기 가장 첫 할 일은 악기 자체를 구매하는 일이 될 것이다. 보통 피아노라는 악기가 워낙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큰 악기이자 가구이고, 엄청나게 다양한 옵션이 있기 때문에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한테는 항상 많은 질문과 의논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구매에 관한 것이다. 


1. 디지털 피아노 VS  어쿠스틱 피아노

가장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옵션, 디지털 피아노와 어쿠스틱 피아노. 디지털피아노는 전기를 꼽아서 연주하는 피아노이고, 어쿠스틱은 그야말로 나무로 만들어진, 우리가 피아노라고 생각할 때 떠올리는 그런 피아노가 어쿠스틱 피아노이다. 보통 디지털 피아노와 어쿠스틱의 연주감은 굳이 비교하자면, 러닝머신과 산책로 정도의 근본적이고 매우 심각하게 큰 차이가 있다. 러닝머신은 일정하게 속도가 조절가능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길을 걸을때과 아주 똑같은 느낌은 절대 아니다. 다만, 러닝머신을 집에 두면 비가와도 걸을 수가 있듯이, 디지털은 밤에도 연습이 가능하다.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걸을 때의 그 느낌은, 다리가 아파 못 걸어본 분들이나, 미세먼지 때문에 산책을 못하다가 오랜만에 나가 산책을 할 때의 그 느낌을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상쾌하고 행복한 느낌이다. 하지만 밤에는 절대 못 치고, 아파트에서도.. 심지어 주택에서도 항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 제약이 많다.


2. 삼익피아노 VS 영창피아노 

사실 이 두 피아노의 차이는, 개.취.이다. 개인취향. 영창 피아노는 부드럽고 소리가 맑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가 한다. 모든 영창피아노는 비슷한 소리를 낸다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 될 것 같다. 삼익피아노는 피아노 개별적으로 소리가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보통 저음부가 독특하고 좀더 묵직한 느낌이 들때가 더 많았다. 영창피아노가 미국적인 느낌이었다면, 삼익 피아노는 좀 더 독일적인 느낌? 이것도 분명히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인데, 두회사의 피아노의 퀄리티를 따지자면, 거의 비슷비슷한 느낌이다. 영창피아노가 아무래도 고운소리~ 맑은소리~ 마케팅을 잘해서인지 좀더 시장에는 많이 나와 있는 느낌.


3. 중고피아노 VS 새 피아노

중고차와 새차의 비교만큼이나 눈에 보이는 비교이지만, 굳이 하자면. 피아노의 수명은 대략 20~30년. 그 이상된 피아노들은 물론 연주는 가능하지만, 만족할 만큼의 사운드를 내주진 못한다. 그렇지만, 보통의 연주자들에게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굳이 새 피아노를 사야할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중고피아노를 정말 잘 사려면 전공자가 혼자 쓰면서 관리를 잘 한 피아노를 사는 것이 좋은데, 그런 물건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개인이 파는 경우 품질보장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그렇다고 업자분들이 같이가서 봐주느냐. 절대로 그분들은 그런분들이 아니시다. 사실 피아노 선생님이 가서 연주해보고 대략적인 것은 봐줄수도 있겠지만, 피아노 자체의 결함이나 마케니즘적인 부분은 피아노 선생님들도 모르니,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차라리 업자분들이 파는 중고피아노는 어느정도는 수리가 되어서 큰 결함같은 것은 없는 것들이니 업자분들에게 중고로 사시기를 추천드린다. 중고로 사서 중고로 팔면 값이 많이 안 떨어지는데 새 것 사서 중고로 팔면 진짜 값이 많이 떨어진다. 


4. 삼익/영창 VS 야마하 피아노

이것은 굳이 비교를 하자면 테라칸과 폭스바겐 제타 정도의 차이랄까? 왜 이렇게 비교를 하냐면 두 차를 유일하게 사용해봤기 때문이다. 둘 다 좋은 차이지만, 승차감에서 매우매우 큰 차이가 보이고 핸들링이며 모든 부분이 엄청나게 다르다. 테라칸도 좋지만, 폭스바겐 한번 타보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외제차중에는 제타가 가성비가 진짜 좋다. 슈타인웨이도 좋은 건 알지만, 모든 사람이 다 람보르기니 탈 순 없으니까.


5. 업라이트 피아노 VS 그랜드 피아노

업라이트와 그랜드를 비교하자면 당연히 연주할 때는 그랜드가 좋다. 하지만 진짜 전공자들이 아니라면, 집에 그랜드 피아노를 구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업라이트와 그랜드의 근본적인 차이는 해머와 줄의 방향이다. 업라이트는 해머가 세워져있는 채로 줄을 때리게 되고, 그랜드는 누워있는 해머가 줄을 때린후 중력의 힘으로 다시 내려오기 때문에 업라이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그래서 연속된 음을 빠르게 연주하는 것은 연타라고 하는데 연타가 쉽고, 업라이트는 연타가 힘들다. 피아노를 잘못만나면 진짜 잘 안되는 피아노들도 있다. 그랜드피아노는 업라이트피아노보다 줄도 잘 끊어진다. 조율비도 비싸다. 그렇게 소리 컨트롤이 잘 되고 현이 길어서 소리도 잘 울리고 연주자에게 만족감을 준다. 


6. 현실 VS 이상     

이상은 당연, 슈타인웨이 피아노를 새걸로 사서 스튜디오에 놓고 6개월에 한번씩 조율받아가며 나 혼자 쓰는 것이지만. 그것이 안된다면 두가지 옵션을 추천하고 싶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중고 야마하를 사는 것이다. 야마하는 중고라해도 소리가 고르고 터치감이 좋아서 사용하는데에 큰 문제가 없다. 야마하를 중고로 사서 3~5년 이상을 쓰고 다시 중고로 판다고 한다면, 샀던 가격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채로 되팔수도 있다. 예를 들어 500만원에 중고로 사서 실컷 쓰고 다시 450이나 적어도 400에 판다해도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 동안 즐겼으니까. 새것을 산다면 큰 차이가 발생하니, 새것을 살 때는 본인이 소장하고 나중에 자식까지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사시면 좋을 것 같다. 예산에 여유가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리는 방법이다.


야마하 업라이트 피아노 vs 야마하 디지털피아노 (대략 100만원) vs 카시오 (대략 50만원) 비교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D8MMp-crao

직접 연주를 해보니 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

7. 야마하 업라이트 중고 VS 영창 그랜드 피아노 중고

이 둘은 값이 비등비등한데, 나도 참 고민에 빠지는 비교이다. 소리와 질감, 터치 등등 여러가지 면을 고려한다면 야마하 업라이트가 영창 그랜드보다 좋다고 느낀다. 하지만 업라이트이기 때문에 연타가 해결이 안되는 부분이 있고, 소리의 깊이면에서는 아쉽다. 영창이라도 그랜드는 그랜드니까. 그리고 같은 값이라면 보기에도 뭔가 있어보이는 건 그랜드. 이건 나도 모르겠다. 진짜 비등비등한 비교다. 


8. 현실

현실적으로는 보통 디지털을 추천해드린다. 그것도 중고를 사시라고 말씀드린다. 같은 원리이다. 100만원에 사서 80만원에 파시라고 말씀드린다. 아니면 50만원에 사서 30만원에 파시라고. 다만, 디지털은 건반의 갯수를 꼭 확인해야 한다. 88개의 키가 모두 있는 것이 좋고, 페달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것이 더 좋다. 기왕이면 의자도 포함된 것이 높이가 맞아서 유용하다. 손으로 연주할 때 셈여림이 표현된다면 더욱 좋다. 디지털은 사용기간이 맥시멈 3년이다. 제대로 된 선생님한테 제대로 배운다면 3년뒤에 치는 곡들은 디지털로 치면 잘 표현이 안 되게 되어있다. 답답하고 표현이 어려워서 피아노를 꼭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진다.  만약에 그렇지 않다면 디지털도 비싼 걸 사면된다.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는 커즈와일이나 로렌드처럼 세션들이 사용하는 피아노보다는 야마하 피아노를 추천드린다. 이건, 단순하다. 많은 옵션이 있는데, 비쌀 수록 좋다고 보면 된다. 야마하는 진짜 비쌀 수록 좋다. 보통 100~200만원 선이면 대략 만족하며 칠수가 있다. 요즘 너무 잘 만든다. 


9. 결론

88건반 중고 디지털-야마하 디지털 100~200만원선-삼익영창 중고-야마하중고-그랜드

이런 정도의 순서가 될 것 같은데,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88건반 제일 저렴한 중고피아노를 한 2~3년 쓰다가 되팔고 야마하 중고를 사시면 돈낭비도 없고, 제일 만족스러운 업그레이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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