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조금은 팍팍해도 "감사합니다." 외쳐보려고요
카페에서 일하면 다양한 사람을 마주한다. 여유가 넘쳐 보이는 사람, 다음 일정으로 조급한 사람, 핸드폰만 보는 사람,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보따리를 푸는 사람, 디저트를 밥 대신 먹는 사람, 키오스크로 오랫동안 메뉴만 보다 가버리는 사람 등.
그리고 아르바이트 입장에서 야속하게 손님이 몰려드는 시간이 있다. 무얼 마실까 찬찬히 고민하던 손님도 뒤 손님이 다른 키오스크로 먼저 주문할라치면 마음이 급해지나 보다. 가끔은 앞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크게 외치는 손님도 있다. 순서를 무시하고 음료를 먼저 만들 수 없는 노릇인데도.
정신없이 음료를 만들던 어느 날이었다. 시간이 좀 걸렸는데도 비치된 의자에 앉아 군소리 없이 기다려 준 학생이 있었다. 기다리던 음료가 나왔을 때 그 학생은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 말하고 나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잔뜩 예민해져 있던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늦을세라 나도 빠르게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를 외쳤다.
'감사합니다', '고생하세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짧지만 힘을 주는 말이다.
회사를 다닐 때 있던 일이다. 외근이 잦은 영업사원들은 전화로 업무 요청을 했다. 용건을 다 듣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상대가 웃고 있었다. 왜 웃냐 물어보았더니 도대체 뭐가 감사한 거냐 나에게 묻는다. 순간 이해를 못 했다. 내가 전화를 끊기 전 매번 "네, 감사합니다."를 말한단다. 그 사람 말마따나 그 통화에서 내가 감사해야 할 일은 없었다. 일을 해달라고 요청한 사람은 상대이고 나는 부탁을 받은 거니까. 근데 감사하다는 말은 도리어 내가 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재미있었나 보다.
당시에도 그 반응에 어리둥절했고 지금 다시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일이 웃길 일인가? 나는 그저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다. "네" 하고 끊는 것도 무뚝뚝하고, "알겠습니다."하고 끊는 것도 퉁명스럽지 않나? "네,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 기왕이면 상대와 내가 기분 좋을 수 있는 대화 끝맺음이라 생각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은 못 갚더라도 기운 나게 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간결하지만 기분 좋은 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길 권하고 싶다. 정말 잠시라도 마음에 드리우던 먹구름이 사라진다. 상대가 내가 건넨 말 한마디에 감사함을 표현할 때 받는 에너지는 두세 배에 달한다.
반대로 감사함은커녕 상대가 무뢰배같이 굴더라도 괜히 말했다고 후회하지 말자. 나는 그 사람보다 더 큰 사람임을 보여준 것이다. '내가 한 수 가르쳐줬는데 깨닫지 못하는구나.. 안타까운 사람이다.' 생각하면 그만이다.
카페에서 있던 일로 이야기를 시작한 것이 무색하게 글을 발행하는 오늘은 카페 마지막 날이다. 여름 내 믹서기만 돌리고 씻느라 손목이 나갈 뻔 한 미래를 벗어났음에 웃어야 하나. 취업이 되어 카페를 그만둔 것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나 혼자 시간을 더 길게 가지게 되었다. 삶이 조금은 팍팍해도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잃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앞선 두 이야기를 계기로 나도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글유랑
초안: 2025년 6월 14일 토요일 오후 11시 57분
수정 1: 2025년 6월 15일 일요일 오후 12시 58분
수정 2: 2025년 6월 16일 월요일 오후 3시 41분
수정 3: 2025년 6월 17일 화요일 오전 11시 21분
수정 4: 2025년 6월 18일 수요일 오후 2시 01분
수정 5: 2025년 6월 18일 수요일 오후 10시 36분
수정 6: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오전 11시 5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