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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Dec 13. 2016

그것은 보기 드문, 가식 없는

김유리가 만난 지구인 26 _ 인디가수 곡두




 그와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는 기장군 청강리였다. 불러준 주소대로 차를 몰아 도착한 곳엔 건물이 아니라 넓은 밭과 크고 튼튼한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었다. 이곳이 맞나 망설이는 사이, 하우스 뒤편에서 부지런히 구조물 부속을 치우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인디 가수를 밭 한가운데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만나는 일이 낯설어, 나는 한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남자는 부지런히 몸집보다 큰 각목과, pvc 파이프와, 찢어진 비닐 더미를 이리저리 옮겼다. 쌀쌀한 겨울바람이 불었다. 전화를 걸자,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속의 그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그가 ‘곡두’였다.           






Q .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 활동하고 있는 이름은 ‘곡두’예요. 이름은 조민욱이고요, 1983년생이에요. 음악 합니다. 곡두로 활동한 건 삼사년 됐고요, 그 전에는 한사람 더 해서 ‘달’로 활동했어요. 2007~8년부터 기타치고 노래 시작했어요.     



Q . 음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어요? 어릴 때요.    


A . 개인적으로는, 자기가 노래하고 기타치고 음악적인 걸 한다고 해서 ‘내가 노래하는 사람이지’라는 마음을 가진 건 얼마 안됐어요. 아마 곡두 하면서 그런 마음을 가진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그런 의식이 별로 없었어요. 저는 모르겠어요. 내가 음악 하는 사람이다, 라고 인정하기가 쉬울까? 저한테는 쉬운 건 아니었어요.     



Q . 누군가에게는 쉬운 문제인데, 왜 나에게는 어렵죠?    


A . 아마도 ..... 솔직해야 되니까. 솔직하게 뭔가, 내 이야기를 들려줄만한 내공이 없었던 것 같아요. ‘아. 쟤 기타치고 자기 노래 하네’ 그러면 당연히 ‘저 사람 음악 하는 사람인가 보다’. 그건 다른 사람 시선이고요, 내가 거짓말을 해도 솔직하게 할 수 있는 깜냥이 필요했어요.     






Q . 진실함 같은 건가요?    


A . 솔직함이요. 진실은 모르겠고, 내 자신에게 솔직하고 싶어요. 내가 사는 생활방식이나 그런 전반적인게, 한 맥락이었으면 좋겠어요. 아까 하우스 뒤에서 뭐 치우고 있었잖아요. 태풍 맞아서 쓰러진 거 정리하는 거거든요. 텃밭도 갈아엎어야 하고요. 그런 거도 다 음악이죠.     



Q . 이 장소는 뭐 하는 곳이예요?    


A . 우연히 나무 선생님을 만나서 여기서 목공을 배우고 있어요. 못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요. 여기는 선생님이 나무를 가르치는 곳이고, 뒤편에 있는 텃밭에서 주말농장도 할 계획이세요. 저는 이다음에 농촌에 가서 살고 싶거든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싶어요.     



Q . 통영에서 태어나셨죠?    


A . 네, 통영에서 태어나서, 가족이 다 부산으로 옮겨 왔어요. 학창시절은 통영에서 보내고 하면서 부산이랑 통영을 왔다 갔다 했어요. 부산에 제일 길게 있었고요.     





Q . 기타를 제일 처음 손에 쥔 때는 언제였어요?    


A . 중2때, 저희 집에 왕래하던 어떤 삼촌이 통기타랑 화투 패를 오려서 만든 피크를 두고 갔어요. 저는 좀 내성적인 편이었는데, 혼자 있는 게 좋은 시기였죠. 기타가 있길래 그냥 아무렇게나 쳤어요. 코드도 안 잡고, 치면 소리라도 나니까 멋도 모르고 그냥 쳤어요. 그냥 갈겼어요. 기타를 누군가에게 특정하게 배운 건 아니고, 책을 본다든가 기타가 들어간 음악을 듣는다던가 하며 배웠죠. 한대수씨 음악 같은 한국 옛날 노래를 라디오로 듣는 걸 좋아했어요. 기타를 쥐고 쳐다보면, 손이 자연스럽게 가는 느낌이 생긴다고 봐요. 기타를 배우지 않아도, 그냥 쥐고 치고 있으면요. 그러면서 자기만의 기타 소리를 찾아내는 거죠. 그것 말고는 내가 기타를 배운 과정을 설명하기 힘들어요.     



Q . 친구들과 내가 다르다고 느끼진 않았어요?    


A . 사람은 다 다르겠죠. 크게 다른 건 모르겠는데, 다른 누군가와 달라져야 겠다는 생각도 가끔은 했어요. 초등학교 졸업 후에 얌전히 살았지만 방황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두려웠고요. 그 와중에 기타가 손에 들어왔고, 기타를 치다 보니 내 안에 졌던 응어리가 누그러졌어요. 그때부터 기타는 내 친구였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Q . 기타를 치면서 뭐가 달라졌어요?    


A . 외롭지 않았어요. 좋았어요. 악기 없이도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내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었고요. 그렇다고 기타를 애지중지하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사랑은 하는데 맨날 닦아주고 그런 건 잘 못해요. 그게 모순일수도 있을런 지는 몰라요.    




Q . 경제생활은 어떻게 하세요?    


A . 원래는 일을 했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알바부터 건설현장까지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2008년에 결혼하면서 지게차랑 굴삭기 자격증을 땄어요. 계속 일하다가 척추가 안 좋아져서 7월 이후에 병원에 입원을 했어요. 지금은 괜찮아 질 때까지 쉬고 있고요. 쉬니까 지금은 괜찮아요.     



Q . 음악은 당신에게 어떤 것인가요?    


A . 웬만하면, 하루 온종일이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앉아서 얘기하는 것도 음악이고요.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오만하다고 해요. 세상에 음악 아닌게 어디있소, 라고 얘기를 하면, ‘네가 뭘 좀 아나, 네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그런 늬앙스로 오만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모든 게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Q . 삶을 통해서 꼭 이루고 싶은 건 뭔가요?    


A . ‘죽음’인데, ‘하얗게 살아지는’ 느낌이요. 노래를 짓고, 녹음을 하고, 누군가에게 들려줬을 때 ‘사신다고 욕봤습니다’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민감한 사람이었다. 조심스러운 단어 선택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태도는 무척 매력적이어서, 작은 몸집을 가진 이 사람이 누구보다도 크게 보였다. 연한 갈색의 눈동자로 그가 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까. 인터뷰에서 돌아오는 내내 ‘곡두’의 노래를 들었다. 


‘달은 야위었고 가로등은 울고 있다/골목 귀퉁이를 돌아서니/누군가 주먹을 휘두른다/고맙다 그것은 보기 드문/가식 없는 주먹 이었다/모처럼 심장이 뜨거워진다(곡두의 노래 <민낯>) 


고맙다, 그것은 보기 드문, 가식 없는 인터뷰였다.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됩니다. 
 우리가 속칭 ‘소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쩌면, 인종이나 민족, 장애, 성별, 외모, 학력, 가족 구성, 지역, 사회적 신분 등 
 사회가 정한 틀에 의해 소수자로 분류된 건 아닐까요.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 다 소수자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 40인의 지구인 에피소드’를 기록해 
 그동안 깨닫지 못했거나 무관심 했던 우리 안의 배타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부디 40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_ 부산문화재단 ×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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