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가 만난 지구인 33 _ 타로시스터, 비혼 여성 장지유
나의 지인들 중 많은 수가 그녀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녀는 지인의 지인이었고, 지인의 타로시스터였고, 누군가의 타로 강좌 선생님이었고, 또 누군가는 그녀가 이끈 인연의 손을 잡아 결혼했다. 그녀에게 타로 수업을 받은 지인은 내게 ‘인생을 바꿀 새로운 연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쳐주었고, 그 점은 들어맞았다. 나와 수많은 인연으로 얽힌 그녀가 비혼 여성이라는 건 이 문화다양성 사업의 인터뷰이를 찾는데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인터뷰는 그녀의 존재가 나의 삶에 훌륭한 롤모델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언제나 멋지고 따뜻한 사람 장지유, 그녀의 작고 조용한 상담소에서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Q . 지유 언니를 어떻게 소개 할까요?
A . 이름은 장지유고요. 40대 중반이예요. 저 자신을 ‘타로시스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타로 하시는 분들을 보통 타로이스트나 타로마스터라고 소개하곤 하는데, 저는 여성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니까 타로시스터, 또는 타로가이드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Q . 타로 한지 얼마나 되셨어요?
A . 17년째예요. 지금은 부산역 앞 지하상가에 상담스튜디오를 오픈해서 운영하고 있어요. 오시는 분들은 제 타로를 조금 다르다고 느끼세요. 보통은 타로를 점술로 많이 알고 있는데, 저는 점의 속성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심리나 상태를 반영해서 보여주는 이미지의 도구로 써요. 자기 자신과 접신하는 문제죠. 저는 공부를 했으니까 이미지를 분석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내담자분과는 자신의 미래나 전반적인 삶을 상감하게 되죠. 각각 고유의 ‘원형의 씨앗’을 본인이 어떻게 잘 키워낼 것인가, 또는 그 에너지의 양면성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이야기를 하죠. 한 사람의 삶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배워야 할 덕목들 같은 거요. 이번에는 사랑일수 있고, 이번에는 배움, 이런 식으로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런 화두를 잘 수용해서 삶을 만들어 가도록 하는 상담이에요. ‘이건 고정된 너의 운명이다’라는 말은 하지 않아요.
Q . 상담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 상담은 한 시간을 해요. 한 시간도 충분치 않겠지만, 재미있고 깊이 있는 상담을 되도록 하고 싶어요. 상담 비용은 1인 5만원이 기본 상담료예요. 내담자는 대부분 소개를 통해 예약을 하고 오세요.
Q . 다른 센터나 단체들에서 활동도 많이 하셨죠?
A . 여성인권지원센터나 여러 여성인권단체들, 사회단체들에서 자기 탐색을 하는 프로그램을 해요. 타로도 가르치고요. 직접 타로를 만지면서 자기 진로, 화두, 현 상태를 쭉 해보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을 주로 많이 해요. 전국으로 많아 돌아다녔어요. 제주도에 간 적도 있어요. 아직 울릉도 독도는 못 가보고(웃음). 여성지원센터 ‘살림’에서 고정으로 프로그램을 하고요, 여성 장애인 단체, 전국여성 농민회 지부에 계시는 활동가분들 대상으로도 해요. 이번에는 위기청소년 프로젝트도 했어요.
Q . 비혼 여성이시죠?
A . 네, 그렇죠.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왜 결혼하지 않았냐’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요즘에는 선택의 문제라는 걸 많이 아시지만, 어떻게든 사적으로 질문을 하세요. 아가씨냐 아줌마냐, 하는 질문도 듣고, 지금은 아줌마라는 소리 많이 들어요. ‘독해서 독신이다’라는 편견도 있어요. 혼자 사는 걸 성격의 문제라고 보는 것 같아요. ‘눈이 높아서 혼자 산다’도 편견이죠.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그 기준도 애매모호하잖아요. ‘까다롭다’ ‘예민하다’라는 얘기도 많죠.
Q . 결혼하지 않는 삶에선 뭐가 중요할까요?
A . 어느 것에든 너무 많은 의존을 하게 되면 힘드니까, 정서적인 자립이 필요하고요. 경제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건강도 중요해요. 친구도 필요하고요. 혼자서만 오롯이 살순 없잖아요. 교감 할 수 있는 관계도 필요해요.
Q . 상담소에 오면 어떤 문제를 많이 이야기 하세요?
A . ‘풀리지 않는’ 생활에 관한 문제요. 실연, 이직, 연애, 결혼 같은 부분이요. 그런 걸 크게 보면 ‘자기 자신을 알고 싶어서’ 오시는 거죠. 앞으로의 미래도 궁금해 하시고요. 결혼이나 연애라기 보단 ‘관계’인 경우도 많고요. 기혼자분들은 이혼을 고민하시고, ‘저는 뭐하면 좋을까요’라는 상담도 많아요. 다들 외부적인 상황에 밀려오다시피 사시니까, 내가 원하는 것, 잘하는 것에 대해 궁금해하세요.
Q . 하루에 몇 명 정도 상담하세요?
A . 하루에 대여섯 명 정도요. 시간을 딱 한 시간으로 제약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그 이상은 안 해요.
Q . 내가 원하는 가장 좋은 미래는 어떤 거예요?
A . ‘타로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요. 타로를 하면서 제가 계속 생각한 거는, 내가 여기에 어떤 소명이 있는가 하는 거였어요. 그런 고민들을 거듭하면서,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좋겠다, 그게 나를 구원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언니의 삶에 핵심 카드는 뭐예요? 나는 당돌하게 물었다. 그녀가 한줌의 무더기에서 뽑은 카드는 두장이었다. ‘Justice’ ‘Ballance’ 정의와 균형의 카드. 둘은 한 맥락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둘 다를 갖고 있기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장지유는 둘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며, 내가 이 상담소를 수일 내 다시 찾을 것을 알았다. 묻고 싶고, 듣고 싶었다. 나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녀는 답을 들려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는,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됩니다.
우리가 속칭 ‘소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쩌면, 인종이나 민족, 장애, 성별, 외모, 학력, 가족 구성, 지역, 사회적 신분 등
사회가 정한 틀에 의해 소수자로 분류된 건 아닐까요.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 다 소수자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 40인의 지구인 에피소드’를 기록해
그동안 깨닫지 못했거나 무관심 했던 우리 안의 배타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부디 40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_ 부산문화재단 × 김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