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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Dec 19. 2016

밥 먹고 살것도 없는데 문화는 무슨

김유리가 만난 지구인 37 _ 문화전문인력 서경희

   



문화전문인력이라니, 나는 그의 직업을 듣자 생소하다고 느꼈다. 가장 익숙한 단어 세 개, 문화, 와 전문, 과 인력, 이라는 세 낱말이 만나 전혀 다른 이미지를 던져준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녀는 부산문화재단 건물에 볼 일이 있다고 했고, 나는 반색을 하며 집인 용호동에서 차를 몰아 그녀에게로 갔다. 아침에 잠깐 젖은 대기는 습했지만 청명했다. 문화재단 건물 화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할머니 서너 명이 ‘비는 다 왔어’라고 중얼거리는 풍경을 지나 그녀와 만나기로 한 민원실로 들어섰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들어섰다.         






Q . 문화전문인력은 어떤 일을 하나요? 


A . 부산문화재단의 전문 인력으로 금정구청에 배치되어 일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사하구청에서 활동했고요. 문화 전문 인력은 사회복지 계통에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해서 선별을 해요. 아니면 문화 쪽 전문 교육을 받았다던가, 활동을 했던 사람을 뽑기도 하고요. 저는 초중고 학교에서 상담선생님을 10년 간 한 이력이 있었지요.         


Q . 구체적인 활동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 작년에는 ‘문화누리카드’라고, 차상 위 계층이 문화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선불카드 형식으로 대상자들에게 나눠드리는 카드를 지급했어요. 그 분들 대상으로 함께 영화도 보고, 여행도 가는 도우미 활동, 매개 활동으로 참여했습니다. 대상자를 고려했을 때 사회복지 이력이 있는 사람이 맞겠지요. 제 적성에도 맞았고요.  

 올해는 그 일이 주민 센터로 이관되면서 저희 역할이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생활문화 동아리 활성화 동아리 사업을 했습니다. 배치된 지역에 있는 유휴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매칭하고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부산문화재단에서 하는 문화행사가 많은데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sns로 알려주는 일도 하고요. 제 나이가 오십이지만, sns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Q . 문화전문인력은 어떻게 양성되나요?    


A . 소양이 있는 사람을 먼저 뽑은 다음에 교육을 병행합니다. 올해는 교육 위주로, 기획서를 작성해서 업무를 볼 수 있는 교육 위주 활동이 주가 되었어요. 요즘은 미술치료, 문화 치료 등 문화와 연계된 상담이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상담가로 다시 활동할 때도 요긴하게 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내일도 서울에서 열리는 워크샵에 가요.     




Q . 올해는 어떤 기획을 하셨어요?    


A . 생활문화 동아리 두 팀이랑 기획 공연을 했어요. 처음엔 ‘힙합과 민요의 만남’을 하려고 했죠. <아리아리요요>라는 제목으로요. 평소에 청소년들의 거리 공연을 보면, 의외로 대중과 결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어요. 민요는 어른들도 좋아하니까 같이 결합해보면 콜라보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죠. 아이들은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놀이문화를 서로 이해하자는 거였어요. 힙합 팀이 청소년들이라 기말시험이랑 겹쳐서, 문화다양성페스티발 때 작은, 30분 공연을 하고요. 부산대 보컬 팀이랑 경기민요 팀이 부산대 앞에서 공연을 했죠. 서로 노래를 주고 받는 콜라보가 멋졌어요. 관객 호응도 좋았고요.     



Q . 금정구 생활예술동아리엔 어떤 동아리들이 있나요?    


A . 국악 쪽이 많아요. 민요, 풍물, 북, 한국무용, 색소폰, 밴드, 스포츠 댄스, 오카리나 등 23개 팀이요. 사실은 50여개가 있는데, 나머지는 학생들 동아리라 가입 까지는 하지 않아요. 더 많은 접촉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자립으로 결성되는 동아리니까 집결체를 만들어서 페스티발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각 동아리를 유효적절하게 배치하면 터전을 더 단단히 만들게 되겠죠. 교류를 통해서 문화 장르도 아우르게 되고요. ‘저 장르는 나랑 안 맞아’ 했던 사람들도 막상 만나 보면 함께 할 수 있겠지요. 

 부산엔 4~5개 정도의 생활문화센터가 개설되어서 생활예술동아리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공유되는 공간을 요일별로 나눠 쓸 수도 있고요. 금정구엔 아직 없지만 앞으로 많은 사업을 할 거니까 기대하고 있어요. 올해 4월에 금정문화재단이 발족되었어요. 서동예술창작공간도 있고요, 예술공연지원센터도 있어요. 거기엔 지하엔 적은 비용으로 레코딩을 할 수 있는 전문 스튜디오도 있어요. 동아리들이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어요.    



Q . 상담과 공연 기획은 맥락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A . 큰 아웃라인으로 보면 벗어나진 않았어요. 초중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다도 선생님도 하고 있어요. 상담과 연계에서 아이들에게 전통예절과 문화에 대해 홍보 지도도 하고 있으니까, 한 줄기에서 바운더리가 커진 거죠. 상담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아마 문화 관련 일과 연계를 계속 할 것 같아요.     



Q . ‘문화 향유’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있지요?     


A . 많았죠. 작년에 문화누리카드 활동을 할 때, 일단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해요. ‘나라에서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사시라고 인당 5만 원 권의 카드를 드리니까 문화를 영위 할 수 있는 활동에 쓰세요. 책을 보신다든가 영화를 보신다든가 공연을 보세요’하고 안내를 드리지요. 그러면 첫마디가 그러세요. ‘야, 나 밥 먹고 살 것도 없는데 무슨 공연을 보러 다니냐, 나 다리 아파서 못 간다, 상품권으로 바꿔줘!’ 하지만 설득해서 제가 모시고 가면, 공연장에서 나오시면서는 너무 좋아하세요. 부산불꽃축제에 모시고 갔던 분은 태어나서 불꽃축제 처음 보셨다고 두 손을 꼭 잡고 고마워하시기도 했어요. 내년에는 그 카드 알아서 잘 쓰겠다고 하시죠. 문화는 배가 불러서 하는 거라는 편견에 자주 부딪히지만, 대상자는 일단 향유하시고 나면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어요.    


Q . 삶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A . 쉼터를 만들고 싶어요. 학생이나,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이나,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문화를 나누는 쉼터요. 다른 사람의 삶에 관심이 많아요.                  







 나는 나의 쉰 살을 상상했다. 아마도 그녀와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상담가로, 문화전문인력으로 소명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은 근사해보였고, 아마 십년 쯤 후에 그녀처럼 부산 이곳저곳을 부지런히 오가며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면 아마 난 행운아일 것이다. 제가 오지랖이 넓어서요, 라고 말하며 그녀는 겸연쩍게 웃었다. 집인 하단에서 직장이 있는 금정구 까지 왔다가, 다시 서류를 가지러 하단으로 돌아갔다 감만동으로 왔다고 했다. 그녀의 긍정적인 오지랖은 또 누구를 돕기 위해 작동하는 것일까. ‘접수’하러 왔다는 생활예술 동아리 소개가 또박또박 적힌 서류 몇 장이 테이블위에서 팔랑거렸다. 나는 흐뭇해졌다.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됩니다. 
 우리가 속칭 ‘소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쩌면, 인종이나 민족, 장애, 성별, 외모, 학력, 가족 구성, 지역, 사회적 신분 등 
 사회가 정한 틀에 의해 소수자로 분류된 건 아닐까요.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 다 소수자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 40인의 지구인 에피소드’를 기록해 
 그동안 깨닫지 못했거나 무관심 했던 우리 안의 배타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부디 40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_ 부산문화재단 ×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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