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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리 Mar 02. 2017

인간은 인간성을 지켜야 합니다.

김유리가 만난 지구인 13 _ 배선혜, 동물보호 운동가.

  


그녀는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산다. 한 마리는 방치되었던 동물이고, 다른 한 마리는 유기되었던 동물이다. 남편과 아들도 함께 산다. 우리 함께 다섯, 은 가족이다. 그녀의 삶에서, 남편의 삶에서, 아이의 삶에서 반려동물은 뺄 수 없는 존재이다. 햇빛이 참 좋은 날 오후에 그녀를 만났다.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날씨처럼 포근한 자애의 빛만 가득하다면 세상에 학대는 없을 것이다. 배선혜, 20년 역사를 가진 부산동물학대연합의 사무국장이다. 






        

Q . 지금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요?  

  

A . 영어 수업 하고 있고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의 사무국장이에요. 처음엔 봉사자로 들어와서 열심히 일하다 보니 운영진이 되어 있더라고요. 부산 뿐 아니라 동물 보호 개념이 희박한 우리나라에서 동물보호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 그 정도요. 초등학생의 엄마이구요.   



Q . 동물 보호하기 전에 반려동물은 선혜씨에게 어떤 의미였어요?    


A . 부모님도, 할머니도 동물을 좋아하셨어요. 아빠랑 할머니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프로그램을 많이 보셨어요. 나도 영향을 많이 받았죠. 나도 그냥 동물이 좋아요. 길거리 지나가는 것만 봐도 너무 예뻐요. 


    

Q . 지금 두 마리 강아지를 키우고 계신 걸로 알아요. 첫 번째 반려동물은 누구였어요? 

    

A . 말티즈, ‘하늘이’요. 독립하기 전이었어요. 사촌 동생 지인이 말티즈를 키우는데, 집에 매일 안 들어와서 한 달 동안 강아지 혼자 집에 방치했대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가서 데리고 왔어요. 처음엔 그렇게 좋지 않았어요. 키우진 않았어도 개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내 방안에 두니까 어색한 거예요. 엄마가 개를 싫어하셨는데, 애가 너무 순하고 짖지도 않아서 하루 동안은 안 들켰어요(웃음). 그러다 엄마가 걔를 보게 됐는데, 엄마가 첫눈에 반하신 거예요. 그래서 엄마랑 같이 하늘이를 키우게 됐어요.  




  

Q . 동물보호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뭐였어요? 

  

A . 봉사활동이 하고 싶어서 전국에 있는 유기견보호소를 여러 군데 가서 봉사했어요. 근데 너무 머니까, 가까운데 있는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에 전화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때 유기견 임시보호를 제안 받았고요. 그래서 두 번째 강아지, 똘배를 임시보호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못생긴 시츄였는데 점점 사랑하게 됐어요. 엄마는 똘배를 별로 안 좋아하셨는데, 임시보호 하다가 다른 분한테 입양이 결정되니까 막상 엄마가 먼저 못 보내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유기견을 첫 입양하게 되었고, 유기견 문제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운영진들을 보면 어떻게 저런 일을 하는지, 하고 대단해 보였어요. 내가 직접 운동을 하고 싶은 생각을 그때부터 은연중에 했어요. 


    

Q . 동물 학대 현장이나, 사정이 열악한 보호소를 가게 되면서 힘들지 않았어요?  

  

A . 솔직히 트라우마가 있어요. 사람에 의해 상처받거나, 학대 받고 죽은 동물들을 보면서 받은 충격들이 트라우마로 남았어요. 학대 현장에 가거나 개농장에 가거나, 사설 보호소가 아닌 위탁보호소에 가는건 여전히 무섭고 싫어요.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보호소에선 그래도 애들이 계속 살아 있기 때문에 눈빛이 맑아요. 하지만 위탁보호소에선 동물이 들어와서 딱 10일 살고 다 죽으니까요. 보호소라고 다 같은 보호소가 아니에요. 10년 전에 비해서 지금은 동물보호법이 많이 발전했어요. 점점 나아지는 걸 보면서 힘을 얻어요. 


    



 Q . 최근에 갔던 학대 현장은 어땠나요?   

 

 A .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었죠. 누군가가 새끼 고양이 세 마리를 잡아서 두개골을 다 밟아 으깨고, 사체를 주차장에 버렸어요. 사람들 눈에 띄기 좋은 곳에요. 캣맘(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들 보라고 그런 거예요. 캣맘들은 그냥 밥만 주는 게 아니라 길고양이 중성화도 같이 하거든요. 고양이는 자기 구역이 정해져 있어서 한 구역 개체를 다 없애버리면 다른 구역에서 고양이가 또 들어와요. 눈에 띄는 족족 없애버린다고 해결이 안돼요. 중성화를 시켜서 더 새끼를 못낳게 하고, 일정하게 밥을 주면 한 두 마리가 그 구역에 돌아다닐 뿐이고, 배가 안 고프니까 쓰레기봉지를 뜯지도 않고, 발정 났을 때 크게 우는 일도 없거든요. 


근데 그런 상식을 주민센터에서라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니까 고양이 돌아다니는 게 다 캣맘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복수한다고 새끼 세 마리를 다 죽인 거예요. 그렇게 잔인하게. 어미 고양이는 그 과정을 다 지켜봐야만 했고요. 남은 새끼 한 마리는 구조를 했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전국에 있는 뉴스에 다 나왔어요. 현상금 100만원도 걸었는데 결국 범인을 못 잡았어요. 방송국이 취재를 하고 경찰이 왔다 갔다 하고 그랬는데도, 범인은 한 마리를 더 잔인하게 죽여서 같은 장소에 던져놨어요. 싸이코 패스 같았어요.     

 

그래도 이건 범인을 못 잡아서 처벌 못 한 건데, 범인을 잡아도 처벌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잡아서 ‘나비탕’이라며 끓여 판 사람이 있었어요. 범인을 잡았는데, 봉사시간 얼마랑 집행유예만 받았어요. 600마리를 죽였는데 ‘생계형’이고 ‘초범’이라는 거죠. 그럴 때 너무 힘 빠져요. 법 공부를 그렇게 오래 한 사람들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 하는 게 안타까워요.    



Q . 시대가 점점 바뀌어 가는 걸 느껴요? 

     

A . 학대 사례가 점점 줄어드는 건 느껴져요. 그래도 처벌을 받는 거랑 안 받는 거랑 다르니까요. 대형마트에 낙농업자들이 젖소를 데리고 와서 ‘우유 짜기’체험을 하려고 했던 사건에서 지지를 많이 받았죠. 우유 짜는 게 기술을 요하는 일인데, 사람들한테 전시 해놓고 초보자들이 젖을 짜게 하면서 계속 고통을 주잖아요. 그걸 막으려고 왔는데, 업자들은 경호원까지 불러서 깡패처럼 우리를 겁줬어요. 욕설하고 때리려고 하고. 차라리 내가 맞으면 처벌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결국 마트에서 안한다고 했고, 그 다음부터 동물을 이용한 행사를 할 때마다 단체에 전화를 해서 먼저 물어봐요. 많이 바뀐거죠. 


   



Q . 동물보호단체 재정 상태는 좋아요?  

  

A . 동물보호단체가 돈이 많은 줄 아는데, 회원들이 만원씩 이만 원씩 후원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시에서 지원 받는 것도 없어요. 재정은 다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고요. 간사가 한명 일하는데, 월급도 진짜 적게 줄 수밖에 없어요. 노동자 복지도 중요한데, 재정이 너무 형편없어요. 


    

Q . 동물보호단체 안에서는 어떤 게 힘들어요? 

    

A . 사람들이 ‘구조’에만 열 올리는 거요. 동물보호운동 중에서는 구조가 제일 쉬워요. 유기견이나 길 고양이 지나가는 거 데리고 오는 거요. 그 다음이 어려워요. 구조한 동물을 어디에 수용할 것이냐, 아픈데 치료하는 돈을 어디서 구할 것이냐, 어떻게 입양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훨씬 더 힘들죠. 어설픈 사람들이 그걸 생각 못해요. 구조만 하면 단줄 알아요. 구조 이후에는 비용과 책임감이 뒤따라요. 동물보호단체에 대한 기대가 지나친 건데, 한 달에 몇 천 만원이나 들어와야 구조 이후 진행을 할 수 있어요. 후원자가 많아지는 게 중요해요. 운영과 정책을 가져야해요.  





  

Q . 사람도 굶어죽는데 동물이 문제냐,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뭐예요?  

  

A . 그런 사람들은 해외아동 후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요. 한국에도 어려운 아동 많은데 왜 외국인부터 돕냐고. 사람이 먼저지 동물이 먼저냐, 이런 말들. 뭐가 먼저가 아니예요.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는 거죠. 해외 아동 돕고 싶은 사람은 돕고, 국내 아동 돕고 싶은 사람도 국내 아동 돕고, 동물보호운동 하는 사람들은 동물을 돕는 거예요. 모두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하는 일들이에요. 남 비난 하면서 자기는 아무 후원도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정말 나쁘고요. 

 

 돈 없어서 죽는 사람도 많은데 개나 모시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린 모시는 게 아니에요. 함께 사는 거고, 좋은 반려인을 찾아주는 것 뿐 이예요. 인간이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브레이크 거는 장치가 되는 거고요. 다 인간이 멋대로 키우다가 버린 동물 들이예요. 우린 그걸 정돈하는 거예요. 지구는 인간 혼자 사는 곳이 아니에요. 동물을 향한 폭력성이 결국은 어디로 가겠어요?        






순하면서도 맹렬한, 뜨거우면서도 들뜨지 않은 열기가 그녀 안, 넓은 그릇에 잘 담겨 있었다. 그릇은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았다. 저 그릇을 유지하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을 것인가. 그러나 그녀는 단 한마디도, 자신의 희생을 먼저 이야기 하지 않았다. 수많은 학대 현장에 가며, 구조 된 유기견들의 보호처를 밤새 알아보며 애태웠던 사연이야 구구절절 너무도 많다. 동물보호운동가들은 유기견만 거두다 제풀에 지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녀는 지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든, 그녀의 그릇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동물보호 운동가로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리라 믿는다.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부산문화재단의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한 무지개다리 사업 일환으로 추진됩니다. 
 우리가 속칭 ‘소수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어쩌면, 인종이나 민족, 장애, 성별, 외모, 학력, 가족 구성, 지역, 사회적 신분 등 
 사회가 정한 틀에 의해 소수자로 분류된 건 아닐까요. 
 김유리의 지구인 프로젝트는 우리 모두 다 소수자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부산에 살고 있으면서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 40인의 지구인 에피소드’를 기록해 
 그동안 깨닫지 못했거나 무관심 했던 우리 안의 배타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 
 부디 40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마음에 작은 파도가 일렁이기를 소망해 봅니다.  

                                                                      _ 부산문화재단 ×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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