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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30. 2019

더 원수가 되기 전에 헤어지자

별거 아닌 그 이혼

내가 이혼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사람들은 망설이듯 물었다.


"남편이 바람 폈어?"

"아니"

"그럼 네가 바람 폈어?"

"그럴 리가~"

"그럼 도대체 뭐야? 왜 이혼하는 거야?"




사람들은 내가 이혼하는데 거창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외도, 놀음, 폭력 또는 고부갈등?


나의 경우는 그냥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아서... 같이 있는데도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워서....

 그와 사는 게 이혼함으로 얻는 불이익과 편견보다 더 힘들어서..."


이혼을 결심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세월이 5~6년 정도 흘렀었다.

아이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울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수만 가지 이유를 만들고 덧붙이고 덧칠하면서 그렇게 핑계를 만들어 6년이란 세월을 버텨냈다.


그런 그와 이혼을 결심했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내 아들 때문이었다.

아들이 혹여 우리의 결정에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아이 스스로 설 수 있을 때까지만 참자고  그렇게 버텨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망설이던 내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 또한 아들 때문이었다.

어느 날 아이가 울면서 내뱉은 그 말이 너무 마음을 후벼 파서 그래서 이혼하기로 결심했다.


"엄마, 아빠가 무서워서 눈을 쳐다볼 수가 없어. 친구들과 있어도 자꾸 짜증만 나고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려.. 나 왜 그런 거야?"


그때 아이의 나이는 겨우 13살이었다.


아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같이 살다 간 목숨보다 귀한 내 아들이  하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며 주눅 들어 살겠구나 싶어서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이에게 결심을 얘기했을 때 조금 힘들긴 했어도 수월하게 잘 받아들여주었다.

엄마랑 둘이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엄마가 지켜줄 테니 걱정 말라고 그리 이해시키고 이혼했다.



같이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다. 

둘이 있는데 혼자 있는것 보다 더 외로웠다

우린 시선을 거두고 대화를 삼켰으며 서로와 함께할 시간을 비워냈다.


그리고 우린 이혼했다.


나만 힘든 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도 힘들었겠지. 그래서 이혼하자 먼저 말했겠지


나는 용기가 없어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한 그 말을 그는 참 쉽게도 말했다.

몇 가지 이견을 조율한 후 우린 같이 법원에 가서 이혼서류를 제출했다.


이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그의 단점들이 이제 나와 상관없는 일이 되었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이제 그와 나는 남이 되었다


그의 말과 그의 행동과 그의 모든 것들이 이제 나와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이혼을 했다

이혼을 해야할 수만가지 이유들 중에 한가지의 이유로 우린 이혼을 하고 다시 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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