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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30. 2019

이혼에 앞서 고민하게 되는 것들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아

어김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6시에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아드님 아침 드실 때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했다.

아드님 씻으실 때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을 둘러보며 마지막 정리를 하고 아들과 집을 나섰다.


아들이 중학생이 되니 가장 좋은 건 등교시간이 빨라져서 같이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늘 집에 두고 혼자 출근할 때마다 왠지 마음 한구석이 짠했는데 이제는 같이 문을 나서고 엘리베이터에서 수다도 떨 수 있다


아파트 정문에서 아쉽게 작별인사를 하고 "저녁에 봐~"라고 손 뽀뽀를 날리고 시작한 하루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정신없이 흘러갔다

느닷없이 나오게 된 세무감사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일이 많은 나는 일이 더 쌓여서 꽁지에 불붙은 쥐새끼처럼 정신없이 쫓기듯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그래도 이런 일자리라도 있는 게 어딘가 싶다.

금쪽같은 내 새끼 학교도 보내야 하고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직장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비록 적은 월급이긴 해도 아끼고 조금씩 모아 1년에 한 번씩 여행 갈 정도는 되니 그것만이라도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혼을 결심하면서도 망설였던 많은 문제들 중에 경제적 문제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맞벌이를 해도 애 하나 기르기 힘든데 혼자서 벌어서 아이를 양육한다는 건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일인 건 사실이다


나 또한 이혼을 생각할 때 얼마 안 되는 월급에 나가야 할 고정지출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현실에 수없이 망설였다.


나 같은 경우는 "돈 없이 사는 게 너랑 사는 것보단 행복하겠다"라고 생각하고 이혼했지만 망설일 당시엔 내가 이 무의미한 결혼생활을 참고 살아야 할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으니 아마 많은 분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운이 좋은 이혼에 속한다.


비록 적은 급여였지만 직장이 있었고 아들도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여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조금 수고로움을 덜 수 있었다.

더욱이 다행인 건 워낙 같이 살 때도 전남편은 자기가 번 돈은 자기가 다 쓰던 편이어서 이혼한 후에도 경제적 대미지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맞벌이이긴 했지만 자기애가 강했던 남편은 번 돈의 대부분을 본인을 위해서 쓴 편이어서 내가 번 돈으로 살림을 하고 늘 마이너스 통장에 저축은 상상도 못 하고 살았었다.

이혼해도 내 월급으로 살아야 하는 건 똑같아서 미리 예행연습한 꼴이 되었다.



이혼.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해결방법을 찾아보자.


아낄 수 있는 건 뭐가 있지? 

역시나 제일 먼저 아낀 건 나에게 들어가는 비용이었다.

홈쇼핑을 보면 사고 싶어 질까 봐 채널을 돌렸고 (사실 뭐 별로 사고 싶은 것도 없기도 했다)

마음이 편하니까 쇼핑 욕구도 줄어드는 신비로운 경험을 했다. 별로 욕심이 안 생기더라.


남들이 5000원짜리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실 때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셔도 즐거웠다.

영화관 가는 대신에 아들과 금요일이면 다운로드하여 놓은 영화를 밤새도록 봤다

나는 맥주를, 아들은 콜라를 마시면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로 불금을 즐겼다

같이 영화를 보면서 아들과 영화 취향을 맞춰나가는 것도 내겐 더없이 귀한 경험이었다.


식비는 사실 줄이기 쉽지 않았다.

한창 자랄 때라 먹는 것만큼은 풍족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 외에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다 줄였던 것 같다.

통신비를 알뜰요금제로 바꾸고 탄소에너지 신청도 해서 환급도 받았다.

보일러, 전기세는 기본이었고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꼈던 것 같다.


아끼면서 살았지만 궁색하다 생각하지 않았다

마음이 편하니 먹지 않아도 비싼걸 갖지 않아도 만족하며 살수 있었던것 같다.

내 눈엔 비싼 보석, 명품 보다 내 아들과 한시간 한시간이 소중했고 내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이 고비를 잘 넘기고 성장하는것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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