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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옆집언니 May 30. 2019

아끼는건 한계가 있다

건강한 몸뚱아리여 움직여라

그러나 줄이는 건 한계가 있다


수입을 늘려야 했다.

연봉협상 따위 가당치도 않은 회사여서 그 방법은 저 멀리 밀어두었다.

투잡은 아드님이 아직은 되도록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난 벌어야 했다. 지금은 내 급여로 생활이 가능할지 몰라도 사람 팔자 모르는 거라 벌 수 있을 때 벌어놔야 나중을 대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각종 이벤트에 응모하고 운이 좋게 당첨된 편의점 상품권, 문화상품권 등으로 우유 등을 살 수 있었다.

이게 열심히만 하면 의외로 쏠쏠해서 어떤 때는 한 달을 모아서 아드님 운동화 정도는 족히 사줄 수 있었다.


설문조사 사이트에 가입해서 메일로 날아오는 설문에 응하면 사례비를 적립해주는데 그것도 적당히 모아지면 통장에 고이 모아놓았다.

서너 군데 가입해서 부지런히 응답했다. 물론 탈락되는 경우가 더 많긴 했지만 나에겐 그런 걸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고민할 시간도 줄여서 부지런히 응답했던 것 같다.


주말엔 아이가 전남편을 만나러 가거나 시댁 어른들을 만나러 가는 날이면 하루짜리 주말 아르바이트를 했다.

핸드폰 포장, 면세점 물류알바, 다이소 제품 진열 등 찾아보면 일할 곳은 많이 있었다.

이렇게 모은 돈도 역시 통장에 잘 모아두었다.


작은 푼돈들을 통장 하나에 모아놓고 매일 잔고를 보면서 목표 금액이 차면 아들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

건강한 게 행운이라 열심히 뛰어다니고 일하고 있다.

맘이 편해서 그런지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번 돈을 고스란히 나와 아들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게 보람 있었다. 



이혼하기 전에 고민했던 경제적인 문제들

어차피 이혼해보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문제들 투성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생각했던 것보다 해볼 만한 문제일 수도 있다.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지금 이 힘든 결혼생활과 이혼 후 경제적 문제로 느끼게 될 고통 중 더 견디기 힘든 것을 놓으면 된다.

손에 컵을 쥐고 있으면 절대로 다른 컵을 잡을 수 없다.

내가 손에서 놓아 떨어뜨려야만 미련 없이 새로운 컵을 잡을 수 있다.


어느 컵을 잡을 것인가는 결국 혼자만 할 수 있는 거다.


이혼 후 경제적 문제, 물론 많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이혼 후엔 수없이 많은 어려움들이 있으니 경제적 문제 또한 이겨낼 만한 걸림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담대히 나가기로 했다.


몸이 힘들고 넉넉지 않지만 아들과 매일 아침 웃으면서 아침을 먹을 수 있고 팔짱을 끼고 집을 나서고,

불금을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밤을 새우고 늦잠으로 느긋하게 시작할 수 있는 주말 아침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견뎌낼 만한 가치가 있는 그런 행복이다


이혼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든 일에 미리 걱정하고 염려하는 일로 에너지를 소비하지 말았으면 한다.

심사숙고하되 결정했다면 뒤 돌아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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