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일요일은 시간이 너무 남는다
어제 밤샘 이슈로 늦잠 잘 줄 알았더니 찰떡같이 8시에 기상했다
애써 핸드폰을 무시해 본다
나는 카톡 따윈 궁금하지 않다는 듯 일부러 다른 앱들만 실행한다
실수로 잘못 눌러 어쩔 수없이 카톡창을 확인할 땐 애써 그와의 대화창 근처는 패스한다
읽혔지만 답이 오지 않았을게 분명한 대화창을 내가 관심 없어서 안 본 거라고 우겨본다
불쑥불쑥 좋았던 기억이 떠오를 때면
"그때의 그와 지금의 그 자식은 다른 사람이야. 정신 단디 차리라고"라며 나 자신을 혼꾸멍내어 본다
DAY 3
드디어 출근
출근길이 겹치는 동선이었기에 그가 지나갈만한 시간을 피해 출근했다
내가 왜 피해야 하나 잠깐 현타 왔지만 어차피 보게 된다면 화가 나든 애잔해지든 뭔 감정이든 생기긴 생길 것 같아 나 좋자고 피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시켜 본다
정신없이 일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연인이었을 때도 연락이나 데이트를 자주 하던 사람이 아니어서 그게 이별의 이유가 됐던 탓에 오히려 헤어진 후에 상대의 부재는 덜 느껴졌다
말하고 보니 그게 더 슬프긴 하네
퇴근하고 몸을 혹사시켜 본다
무작정 볼륨을 높이고 DAY6의 노래를 줄곧 따라 부르며 한 시간쯤 찬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근데 각성이 된 건지 여전히 잠이 안 온다
그렇다고 그의 생각을 한 건 아니다
헤어졌다는 사실도 안 느껴질 만큼 멀어져 있었구나 그게 서글프긴 했다
DAY 4
역시 젊은 날의 이별과 다 늙어 꼬부라진 중년의 이별은 다르긴 다르구나
밤새 울고 저주하고 빌고 용서하고 후회하며 엉엉 울던 20대의 이별과 달리 40대의 이별은 그런 에너지가 안 생기나 보다
인생사 왔다가 가는 게 인연인데 안 될 인연 억지로 엮는다고 되겠나
사실 사랑하면서도 20대처럼 순수열정으로 하진 못했다
적당히 현실적이고 안전한 온도로 여기저기 구겨져서 편해져 버린 바지처럼 안온한 연애였던 것 같다
보고 싶어서 밤 잠 세우고 데이트를 위해 도시락을 싸는 정성보다는 좋은 풍경 보고 좋은 음식 먹으면서 사소한 콧바람과 살만큼 살은 으른들의 이야기로 뭉근한 연애를 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별도 그리 온도차가 크진 않다
죽을 것 같지도 않고. 사랑 없는 세상 다 의미 없다 이런 것도 아니고 연애 아니어도 인생 숙제가 산더미인데 겨우 연애하나 실패했다고 무너지기엔 입 벌리고 있는 삶의 고단함이 더 커서 덕분에 그저 그렇게 감정을 섞어가며 희석시키고 있다
불쑥불쑥 생각날 때도 있고
음악을 들을 땐 같이 다닐 때 맨날 김광석만 들었는데 다른 것도 들을걸 싶은 생각도 들고
아~ 저 생선구이집 한번 가서 먹어보자고 했었는데 결국 못 먹었네 싶은 찰나의 감정이 들긴 했지만 비교적 무탈하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