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이유를 찾는다

DAY 5

한참 지난 것 같은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밤마다 눈물을 흘리거나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우리 그때 행복했는데 하는 따위의 감성은 없다

그냥 원래 혼자였던 것처럼 잠시 잠깐 멍하다가 보통의 내 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


헤어지는 과정이 다툼과 미움 원망 배신이었다면 아마 지금 같진 않았을 것 같다

우리의 이별은 뜨거운 물이 서서히 식어가듯 천천히 식어가 이내 더 이상의 온기를 줄 생각도, 온기에 의지해보려 안간힘도 쓰지 않은 채 그렇게 처음 온도로 돌아갔다


그래서인지 문득 왜 헤어졌는지 딱히 정의되는 감정이 찾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밉지도 원망스럽지도 않고 그냥 [놓아주었다 ]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멀어지려는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나 원망하진 않는다

사랑할 이유는 수만가지지만 헤어질 이유는 하나다

마음이 변해서.,. 그 이유는 모든 이유들을 포함한다

사람맘이란 게 변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어쩌겠나

내 마음 하나도 내 뜻대로 안 되는데 남의 마음을 내가 무슨 수로 바꾸겠나


싸우고 헤어졌으면 미움과 원망의 감정이라도 남아 어쩌면 못 참고 화해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지독한 불안형이면서 동시에 회피형이라 갈등을 너무 힘들어하는 나는 싸우고 헤어진 이별이었다면 필시 못 참고 "얼굴 보고 할 얘기 있어"라고 말하고는 그의 걸어오는 그림자에도 이미 배시시 미소 지으며 화해할 준비를 했을 거다


다행히 지금은 그냥 익숙하게 멀어진 이별이라 그도 나도 숨 쉬듯 능숙하게 지나가는듯하다


운동을 하다 불현듯 그가 날 너무나 힘들게 했던. 날 무섭도록 예민하게 신경이 곤두서게 했던 일들이 생각이 났다

이별조차도 못 느낄 만큼 별 감각이 없던 내가 그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그의 모습이 세상 비열한 모습으로 떠올랐다

이거구나. 그 기억을 붙잡기로 했다

헤어져야 할 흐리멍텅한 여러 개의 이유 중에서 드디어 선명하고도 예리한 이유를 찾아냈다

난 오늘부터 그 기억으로 이별의 단단함을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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