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유럽 여행
매시 정각에 반짝인다는 불빛을 보기 위해 11시에 맞추어 역에 도착한 여동생과 나는 부랴부랴 서둘러서 역밖으로 나왔다. 에펠탑이 보이는 순간 라이트쇼가 시작되어 사람들이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우리도 부푼 마음으로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무엇인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둘은 가만히 에펠탑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 없이 보던 동생이 시큰둥하게 “뭐야, 이게 다야?”하고 내게 물었고, 이 상황이 내가 19살 때 미국 로드아일랜드로 유학을 가서 그 동네사람들의 자랑인 워터파이어(Waterfire) 축제를 보러갔을 때와 감상이 똑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무엇이길레 이토록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보라고 권할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서 간 곳에는 긴 강가 중앙을 따라 장작을 설치하여 불을 지피는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을 어린 마음에 ‘물 위에 떠있는 불빛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렇게 벌때 같이 모이는구나...’생각 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고 그곳의 주민이 되니 그 행사도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지만, 디즈니월드의 밤 퍼레이드와 같은 화려함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경험이었다.
동생에게 한바퀴 돌다 가자고 하고는 귀여운 스트로베리 바닐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는 다른 사람들처럼 에펠탑 앞에 가장 깨끗해보이는 바위를 골라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엇이든 지나치게 완벽하고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에 연애도, 결혼도, 인생도, 꿈도 내 안에서 과대포장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는 '무엇이든 불꽃놀이처럼 스펙타클하고 화려하게 아름답지 않을 수는 있겠구나'한 부분은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하게 확신이 든 것은 그 환상들을 다 벗겨낸다고 하여도 시시한(미안) 불빛의 에펠탑 앞에 앉아 먹는 소프트아이스크림 정도의 소소한 낭만과 기쁨은 남아있겠지, 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