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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 Jul 17. 2016

때론 그냥 별이나 보자


주변의 많은 말들에 피곤이 밀려올 때가 있다. 프로젝트 중심의 작은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니 '업무를 함께 하기에 누가 힘들다', '누가 누구에게 뒤에서 이렇게 심한 얘기를 했더라'와 같은 얘기들을 간혹 듣게 되는데, 양쪽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두 쪽 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어 감정이입을 하다 보면 심적으로 지쳐버리고 만다. 당시에 표면적으로는 '힘들겠네요...' 정도로 간단하게 일축하지만, 그때 들은 말들은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버리고 어느 누구와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지 않게 되기를 속으로 바란다.


말을 보태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점점 가중되는 비현실적으로 많은 업무와 그러한 상황을 만든 회사에 대한 불신과 짜증이 매일 같이 붙어 다니는 후임에게도 표출이 되어버리고 만다. 어느 순간 그러한 나의 진심이지만 부정적인 얘기들이 후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겨 나의 말들이 미칠 대미지가 예전보다 크기 때문에 경솔한 발언은 지양해야겠다는 반성도 한다. 작은 회사다 보니 내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전보다 크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한 한계도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에,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괜한 주인의식으로 인해 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회사 외에도 많은 문제들에 있어서 확신이 없어졌다. 충성되게 따랐던 사람들의 의견들도 생각해보면  편협된 시각 들일뿐 편견 아닌 의견이 없고, 누군가의 생각을 맹신하며 따를  있는 시기가 지나가버렸다. 무엇인가는 믿어야 하는데 하나님을 잃어버린 신자처럼 붙잡을  하나 없이 밟고 있는 땅이 흔들리고 있는 기분이다. 가끔 모든 상황들에 대한 스스로의 판단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져 어린아이처럼 울음이 나오려고  때면 구체적이지도 않은 문제로 인해 슬퍼지는 '나는 정말 망가진 사람인가 보다...'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마저도 나의 나름의 평범함(?)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어디까지가 정말로 진심인지 알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 투성이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집에 내려가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데, 평소에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엄마가 이야기하신다. 엄마가 엄마의 삶을 돌아보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준 사람들은 술주정뱅이 아버지랑 정신이 오락가락한 언니였다고 하신다. 그런데    돌아가셨다고. 감정 기복이 심하시고 불안정하셨던 이모가 살아계셨던 동안 동생과 나는 '뭐야, 이모 미쳤나 .' 하는 순간들이  차례 있었는데 그런 이모는 우리를 지탱하는 존경의 대상인 엄마의 버팀목이었다. 이모가 4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신 ,  주변에서 누구보다 해피하고 심리적으로 견고한 엄마가 김장을 담그다가 말고 펑펑 우셨다.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상식에서 벗어난 망가진 사람들도 그들의 방식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세상의 아름다움에 기여하고 있다.


답이 없는 세상 속에서 누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어때야 하는지에 관해서 생각하는 것을 쉬고 싶은 순간들이 온다. 주변이 너무 시끄럽고, 그중에서도 말 많고 생각 많은 내 소리가 가장 시끄럽다.


이러한 순간, 운명처럼 읽게 된 시가 마음에 와 닿았다. 월트 휘트먼의 '풀잎'이라는 시집에 있는 '내가 학식 높은 천문학자의 강의를 들었을 때'라는 시인데, 증거와 수치들, 도표와 차트를 가르치는 학식 높은 천문학자의 수업에 피곤과 짜증이 몰려와 밖으로 나가서 완벽한 고요함 속에서 별을 보았다는 내용이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 없는 세상의 이치들을 나의 편협한 눈으로 규명하고 판단 내리는 것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일지도. 그리고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도 더 많은 사실들에 대해 내릴 수도 없는 해답과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자신이 잘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품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 것일지도.


(시를 번역할 엄두는 나지 않아, 그냥 영어로)


When I heard the learn’d astronomer,
When the proofs, the figures, were ranged in columns before me,
When I was shown the charts and diagrams,
to add, divide, and measure them,

When I sitting heard the astronomer
where he lectured with much applause in the lecture-room,
How soon unaccountable I became tired and sick,
Till rising and gliding out I wander’d off by myself,
In the mystical moist night-air, and from time to time,
Look’d up in perfect silence at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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