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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리 Jul 30. 2018

패션 수업? 뭔가 이상한 수업!

그동안 신세계 아카데미에서 클래스를 진행하며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간략히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 6월엔  신세계 센텀시티에서 4분 (그리고 추가 신청하신 3분)과 '패션으로 힐링하는 법' 4주 클래스를 함께 했었고 7월엔 신세계 영등포에서 4분과 함께 했습니다.  

컨설팅을 신청하시게 되면 버킷리스트를 저와 둘만 공유하시지만 클래스에 참여하시게 되면 아무래도 버킷리스트를 다른 분들과도 함께 이야기하게 되죠.


제 수업은 외적인 스타일링만 이야기하는 수업이 아닙니다. 물론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를 안하진 않습니다. 옷 입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죠.

패션에서 말하는 트렌드엔 이런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면 지금 이 순간 이걸 원해야 한다.
당신이 패셔너블한 사람이길 원한다면 이걸 사라!


그러나 제가 오랜 기간 쇼핑중독자이자 패션희생자로서 살아보니 그런 논리에 따르다보면 옷을 아무리 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멋'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배려, 저라는 사람의 '존엄성'을 고려하지 않는 논리라고나 할까요.

사람마다 웃음, 분노, 좌절의 포인트가 다르듯 사람마다 옷을 입을 때 느끼는 기쁨의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제가 진행하는 모든 컨텐트의 전제입니다.

사람마다 각자 생김새가 다르듯 사고방식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정체성이 사회가 요구하는 대세에 역행한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죠.

컨설팅을 진행할 땐 저와 1:1로 만나시기 때문에 본인의 성향에 대해서 어떠신지 말씀드리면 부끄러워하실 때가 종종 있는데요 저는 사회의 시선으로 정체성을 대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상담을 합니다.
(물론 완전히 배제할 순 없겠지요)

클래스를 진행할 땐 듣는 분이 저 포함 4 분이라 본인의 정체성이 명확해지는 순간 어떤 평가가 뒤따를까 당혹스러워하시기도 합니다. 

최근에 클래스에서 한 분이 그런 경험을 하셨어요.

나머지 분들이 모두 에니어그램 '개인주의자' 4번 유형이었고 한 분만 7번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이 분은 본인의 사고 방식이 'Life is fun'임이 드러날 때마다 부끄러워하셨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부끄러워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해야하는 게 아닐까요?


그 분의 유쾌함에 비난하기보다 그저 즐거워하는 저와 나머지 멤버들을 보시고 당혹스러움을 거두고 후반부로 갈수록 평정심을 찾으셨습니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라며 점점 더 유쾌하게 본인 정체성을  드러내셨어요.

수업 분위기가 즐거워졌음은 말할 것도 없구요 그 결과 다른 멤버 분이 소중한 한 마디를 하셨죠.

'쌔끈한 스포츠카를 타고 시원하게 드라이브 하시는 모습이 떠올라요'

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화이트보드에 메모를 하기 시작했고 단서들을 키워드로 점점 좁히다 결국 
6번(충실한 자) 날개를 가진 7번 성향에 맞게 다음과 같은 별칭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소심한 쌔끈녀


'쌔끈녀' 님은 30분 전까지 당혹스러워하시던 모습을 완전히 거두시고 자신을 칭하는 이 두 어절을 듣자마자 수줍게 두눈을 빛내시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편안히 앉아계셨습니다.



와 진짜 맘에 들어요. 이제 저 이거에 맞는 옷을 입으면 되는 거군요!


물론입니다. 이런 별칭이 없이 옷을 입는 작업부터 하면 좋아하는 스타일을 말씀하시면서도 타인의 시선에 쫓기게 됩니다. 


근데 남들이 이거 저한테 안 어울린다고 말하겠죠?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게 되고 눈치만 보느라 이도저도 아닌 옷만 단지 무난하다는 이유로 사모으게 됩니다. 내가 만족하는 옷장이 되느냐는 정체성 찾기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쌔끈녀' 님은 백화점 카탈로그에서 제 수업을 보시고 신청하신 분이었어요. 마지막 수업이 끝난 이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수업은 제목이 잘못된 것 같아요. 패션 수업 아니고 뭔가 이상한 수업이니까요.


뭔가 이상한 수업! 이런 평가 완전 좋아요. 이런 이상한 수업이니까 옷을 입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허전했던 그 빈 공간을 채워줄 단서를 드릴 수 있으니까요.

'건강한 의생활'의 시작은 바로 정체성 찾기에 있어요.

저는 '조용한 말괄량이'이기에 40 넘은 지금도 미니스커트를 입습니다. 누군가 제 옷차림에 토를 달면
씩 웃어줍니다. 그리고 속으로 말하죠.

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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