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가족의 미국 여행 이야기, 5살 아들과의 비행, 뉴욕도착까지...
2018년 9월 23일 일요일
인천 국제공항
가족의 도움으로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 공항에 갈 때는 여유롭게 도착하는 게 중요하지만 적당히 여유롭게 도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터미널을 몇 바퀴나 더 돌고 나서야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덜도 말고 딱 5시간 만에 미국에 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인천 국제공항에서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까지는 14시간이 소요된다. 어른들도 힘든 이 비행을 5살 난 내 아들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에 기내 반입용 백팩에는 온갖 장난감과 간식을 채워왔다. 젤리부터 시작해서 장난감과 색칠공부, 플레이도우, 원카드, 메모리 게임까지 챙겼다. 창가 쪽에 자리 잡은 아이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비행을 즐거워했다. 나름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이후의 14시간을 어떻게 버텼냐고? 아들은 좌석 스크린에서 시청할 수 있는 모든 어린이 프로를 마스터한 뒤 게임을 즐겼다. 장난감도 갖고 놀고 카드게임도 즐겼다. 기내식을 먹을 때, 그리고 낮잠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쭉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대한항공의 '뉴 이코노미' 좌석이 키 100센티미터가량의 작은 아이가 느끼기엔 일등석 정도였나 보다. 걱정과는 달리 우리 부부보다 훨씬 좋은 컨디션으로 그는 미국 땅을 밟았다.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
14시간의 비행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에겐 입국심사라는 걱정거리가 찾아왔다.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길래 줄 서있는 내내 초조했지만 남편의 '사이트 씨잉' 한마디로 우리는 미국에 입국허가를 받았다. 미국에 도착해서 짐을 찾고 시내로 이동하는 과정에는 조금 복잡한 남편의 친척들과의 만남이 있으니 생략하고자 한다. 공항에 마중 나온 친척과 한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한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내려놓고는 맨해튼에 있는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되었다. 몇 시간을 신고 있었는지 모를 양말을 벗어던지고 샤워부터 했다. 정신을 차리고는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신 남편의 삼촌에게서 건네받은 김밥 세줄을 맛있게 먹었다. 이미 캄캄한 밤이었고 호텔에서 쉴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내 역사적인 미국 여행 첫날인데 김치(제육) 볶음으로 시작해서 김밥으로 끝내긴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퀘어
미국 여행의 공식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숙소 밖으로 나와 처음 만난 맨해튼은 생각보다 친근했다. '우와! 뉴욕이다!'라는 감탄사를 내뱉기도 전에 빨리 횡단보도를 건너고 빨리 걸어서 타임스퀘어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가기 바빴다. 차츰 길에 사람들이 많아지고 어두웠던 길목을 전광판들이 번쩍이며 비추기 시작했다.
'정말 사람이 많다'
타임스퀘어를 난생처음 본 내 감상이다. 명동보다 족히 몇 배는 큰 길목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전광판의 크기도 몇 배는 더 컸다. 시각적인 쇼크는 생각보다 적었다. 워낙 매체에서 자주 접했기 때문인지, 크기와 인파는 압도적이었지만 번쩍이는 전광판이 예쁘거나 아름답지는 않았다. 그저 크고 많고 복잡했다. 이런 내 감상에 대해 네가 뉴욕을 알면 얼마나 아느냐고 반문을 제기할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했다.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정신없었던 타임스퀘어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볼품없는 시설이지만 맨해튼 정가운데에 위치한 호텔은 뉴욕에 머무는 내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다 크다던데 우리 숙소의 침대 크기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14시간의 고단한 비행 때문이었는지 금방 잠이 들었다.
하지만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에 중간에 잠이 깼다. 여행기를 쓰는 지금도 왜 그렇게 오밤중에 사이렌이 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시로 맨해튼에서는 사이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날에는 너무 놀라서 사고라도 난 게 아닐까라는 생각에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다시 잠을 잘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