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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rikim Dec 10. 2022

직장에 퇴사를 고하며

회사는 여러분의 꿈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4년의 시간을 함께한 회사이다. 그리고 그 시작을 되돌이켜보면 정말 나에겐 고마운, 기억에 오래 남을 직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방에서 상경한 후 수도권의 치열한 어린이집, 유치원 경쟁을 마주하고 막막했던 내게 '맞벌이부부'의 자격을 주며 무사히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게 도와준 회사이다.

전일 근무 대신 프리랜서로 재택과 회의를 병행하며 디자인 업무를 보다가 바빠진 회사일을 돕기 위해 일주일 중 요일과 시간을 정해 일을 하게 되었다. 재택은 내게 힘든 부분이 많았다. 풀타임 근무가 전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받으면서도 회사의 요청에 asap으로 대처해야 했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묶여 버려지는 시간이 많았고, 코로나를 겪으며 업무공간과 쉬는 공간의 분리가 되지 않으면서 힘들어졌다. 

그렇게 시작된 출퇴근은 내겐 집보단 쾌적한 근무환경을 제공해주었지만, 고용주에게는 요일 시간가리지 않고 asap으로 대응해주던 그 전의 방식에 대해 아쉬움을 남기게 되었다. 그렇게 둘 간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게되면서 연말이 되어 나는 퇴사를 고하게 되었다. 


나는 디자인이라는 일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맡아서 하는 온갖 잡일에는 크게 불만이 없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업무범위를 늘리는 조항이 추가되었고, 더 많은 잡다한 일들이 내게 요구되었다. 물론 힘이 들거나,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그 또한 직장생활, 혹은 내 디자인업무. 이 회사의 브랜드 구축을 위한 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면 나쁘지 않은, 오히려 업무프로세스의 전반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 또는 기존의 프로젝트를 운영해 나가는 일 모두 즐거웠다. 

그럼에도 내가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앞이 보이지 않아서였다. 기업 혹은 브랜드는 생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업계에서 끈기있게 버티는게 중요하다. 때문에 맡고있는 프로젝트가 충분히 버텨낼 수 있는 소스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는 걱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의 관계에 있어서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프리랜서로 시작된 나와의 관계의 시작이 고용주에게 계속 아쉬움을 남겼던 것 같다. 그 전에는 고용주가 원하는 때에 대응을 해주던 내가 일자와 시간을 정해 출퇴근을 하면서 퇴근 이후에는 요구에 즉각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불만으로 남았던 것 같다. 계속해서 그런 고용관계에 대해 본인의 불리함을 내게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계약이 지속되고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지속된다 하더라도, 고용의 관계에서 표출되는 불만을 계속 안고 가기에는 나 역시 어려웠다. 오롯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만으로 일을 바라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음을 판단하고 계약의 미연장을 통보하였다.


우리 모두가 겪는 모든 고용의 관계가 복잡미묘한 것은 사실이나, 업무에 간섭이 생길 정도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프로젝트와의 이별은 아쉽고 보내주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4년을 함께한 일이고 지금도 늘 애정으로 바라보고 연말까지는 또 업무를 수행해야하니 말이다. 또 이렇게 즐거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계약의 관계가 더는 내가 사랑하는 디자인 업무를 해치는 일은 만나고 싶지 않다. 일도 사랑하고 내가 맡은 회사의 일부 아니 전체를 사랑했지만 불합리한 계약까지는 사랑하지 못하였다. 

회사와 프로젝트에 마음을 다한다하여도 계약이 앞서는 시스템 안에서 우리의 관계는 결국 플라토닉 할 수 없다. 회사는 언제고 계약서를 되짚으며 내가 사랑하는 프로젝트와의 사랑을 깨어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나는 다시 내가 사랑할 프로젝트를 찾아야 한다. 고용의 관계 또는 내가 프로젝트의 주체가 된다 하더라도누군가와는 계약의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한 손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나머지 손에는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며 외줄을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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