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로 자라게 하려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by 유림
IMG_8518.jpg 돌아갈 집


한 인간이 성장하는 흐름 속에는 나로 살아가는 길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부모는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무언가를 더 해준다. 가르치고, 채워주고, 부족한 것을 보완해 주려한다. 누워있기만 하던 아이에게 부모는 '이렇게 뒤집어야 해', 혹은 '걷는 것은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설명해 주지 않는다. 누군가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는 자신의 감각이 충만해지면 스스로 걷는다. 안정감을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 조절하고, 다시 일어서는 힘까지. 아이는 빈 백지가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부모는 알게 된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가 같은 상태로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아이는 안정감이 깊고, 어떤 아이는 쉽게 불안해진다. 어떤 아이는 감정을 잘 견디고, 어떤 아이는 금방 무너진다. 아이가 가지고 태어나는 구조는 같지만 두께는 모두 다르다.


부모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된다. 하나는 아이 안에 이미 있는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킨다. 아이의 감정을 막지 않고, 비교하지 않고, 존재를 평가하지 않음으로 아이의 구조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준다. 다른 하나는 얇은 부분을 두껍게 만들어 준다. 안정감이 두텁지 않은 아이는 혼자 있을 때 쉽게 불안을 느끼며 흔들린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 낯선 경험 등 모든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불안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옆에 함께 있어주며 괜찮다는 경험을 반복해서 쌓아주는 것이다.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수백 번의 경험이 아이 안의 얇은 구조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아이 안에 쌓인 구조는 시간이 지나 '기준점'이 된다. 낯선 감각에 울던 아이는 부모의 품에 안기면, 진정되고 다시 웃는다. 울다 진정되는 경험이 반복되면 '나는 괜찮다'는 감각이 몸에 남는다.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고, 무너져도 다시 돌아온다. 즉, 나는 괜찮은 존재라는 걸 알게 된 아이는 언제든 기준점으로 돌아온다. 돌아올 수 있는 감각이 몸에 새겨진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에게 기준점을 잘 잡아준다고 해도 학교, 관계, 사회 속에서 흔들리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아이는 결국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학교에서 친구와 크게 다투고 집으로 돌아와 상처받은 채 울고 있을 수 있다. 아마 수없이 여러 상황들에 상처받고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깨져도 다시 서는 힘을 수없이 경험한 아이는 자기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좋은 양육은 아이를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서게 하는 힘을 남기는 것이다. 아이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그때 어디로 돌아오는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존재육아 -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키는 것과 얇은 부분을 두텁게 만들어 주는 것 -이다. 결국, 부모는 혼자 살아가게 될 아이에게 돌아올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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