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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15. 2021

타인을 배려하려는 공감과
연대의 연결고리, MBTI

JTBC <이태원 클라쓰>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는 사람의 성격유형을 측정하기 위해 이사벨 마이너스(Isabel Myers)와 캐서린 브릭스(Catharine Briggs)가 1900년부터 1975년에 걸쳐서 개발한 검사이다. 장장 75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연구자, 참여자들의 노력과 헌신으로 신뢰도와 타당도 검증을 거쳐서 완성된 이 검사는 아직까지고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검사로 인정받고 있다. MBTI의 기초를 정립한 것은 칼 구스타프 융으로 그의 정신분석 이론 중 성격유형이론을 근거로 제작되었다. 20세기 초 미국의 정신과,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융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MBTI는 사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탄생되었다. 이사벨 마이어스(Isabel Myers)와 캐서린 브릭스(Catherine Briggs)는 모녀지간인데 이사벨이 남자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왔을 때 어머니 캐서린은 딸의 남자 친구가 자신의 가족들과는 너무나 다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어머니와 딸이 대를 이어 만든 일생의 프로젝트가 MBTI 였던 것이다.


MBTI 검사지는 모두 9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네 가지 척도의 관점에서 인간의 성격을 각각 두 가지로 분류한다. 외향적인가(E), 내향적인가(I) / 감각적인가(S), 직관적인가(N) / 사고를 중시하는가(T), 감정을 중시하는가(F) / 판단을 중시하는가(J), 인식을 중시하는가(P). 분류는 체크한 뒤 개인이 선호하는 네 가지 지표를 알파벳으로 표시하여(예, INTJ) 이에 따라 사람을 총 열여섯 가지의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각각의 지표는 우리가 살면서 사물과 타인을 어떤 식으로 인식하고 판단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는가, 그들이 인식한 것에 대하여 어떻게 결론을 내리는가 선호도를 알아보는 것이다.


외향성(E)은 에너지와 관심의 초점이 외부에 있으며 타인과 소통을 중요시한다. 인식과 판단을 할 때의 근거도 외부의 평가기준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본인의 만족보다는 남들이 인정할 수 있는 가치나 스펙을 쌓는 일에 더 열정을 쏟는 성향이 있다. 내향성(I)은 내부의 개념이나 생각에 더 관심을 둔다. 즉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소통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숙고하는 성향을 가지며 자신의 과거, 부모와 있었던 애착에 대한 되새김질, 반추적 사고를 하기도 한다. 대인관계를 꺼리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불편하게 여기진 않는 편이다.


감각형(S)은 자신의 눈이나 귀로 확인만 정보만을 믿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조심성이 많고 신중한 편이다. 순서와 절차에 입각해서 차근차근 업무를 수행해 나가는 스타일이며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사실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직관형(N)은 예감이나 직감에 의지한 결정을 많이 내린다. 다소 엉뚱하다거나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지만 이들은 미래 지향적이고 창의적이며 새로운 접근을 중시한다. 모험을 즐기며 다소 무모한 사업이나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다양한 정보 간의 연관성, 통찰력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고형(T)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정보를 비교 분석하고 논리적 결과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계산과 숫자, 근거를 가지고 결론을 도출하는 성향이 있다. 감정형(F)은 팩트보다는 그 사실이 불러올 감정적인 부분에 중점을 둔다. 어떤 일의 결과보다는 그로 인한 대인관계, 정서적 영향에 더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판단형(J)은 어떤 일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 큰 그림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우고 조직적, 체계적으로 진행하기를 좋아하는 성향이다. 임기응변식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 변수에 대한 통제등을 확실히 해놓는 것을 좋아한다. 인식형(P)은 조금 유연한 편이며 자신의 삶을 완전히 통제하고 조절하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대응하며 적응해 나가는 편이다. 일관된 목표를 세우고 일직선으로 사는 삶보다는 환경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편이다.


JTBC <이태원 클라쓰>

MBTI의 근간이 되는 융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행동이 겉보기에는 제멋대로고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화무쌍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질서 정연하고 일관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태어나 부모와의 애착관계부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temperament(기질)를 형성하고 character(성격)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무척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관성과 타인과의 상이성은 각 개인이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인식 과정),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을 위한 결정을 내리는 데(판단 과정) 있어서 저마다 선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1944년 5천 명의 의대생들에게 실제로 MBTI를 실시했고 그 후 12년 동안 5천 명 모두를 추적조사를 진행했다. 의대생 시절 MBTI 성격유형이 비슷했던 사람들이 12년 후에 비슷한 진로를 선택했다는 결과가 관찰되었다. 그 후 MBTI는 그 신뢰도를 인정받고 널리 대중화되었다. 물론 수십억 명에 달하는 인간의 복잡한 성격을 16가지로 나누고, 범주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연구된 검사 중에서 인간의 성격특성을 가장 잘 분류할 수 있는 것이 MBTI라는 것에는 , 정신과와 심리학계 전반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인터넷을 보면 INFP는 잔다르크형이다. ENTJ는 지도자형이다 등등, 각각의 결과를 두고 범주화를 시키는 모습을 종종 본다. 또한 내향형 분들이 외향적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는 경우도 있다. MBTI 결과는 선호도와 성향에 따른 분류일 뿐 결과마다 우열이나 순위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성격 형태를 절대로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내 성격이 맘에 들지 않는다, 꼭 바꾸고 싶다는 분들이 있다. 타고난 기질이야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물려받고 정해진 부분이 많지만, 성격은 기질, 경험, 환경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즉 성격은 나의 경험과 노력으로 얼마든지 변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 것이다.


실제로 MBTI 검사를 4~5년에 한 번씩 했을 때 결과가 바뀌거나 정반대의 형태로 나오는 사례도 있었다. 대학을 진학할 때, 첫 직장에 출근하고,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겼을 때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지나면서 우리의 성격은 큰 변화의 기회를 맞기도 한다. 성격이 바뀌기 위해서는 인내심과 시간이 요구된다. 타고난 기질에 새로운 경험과 환경의 변화(이민을 간다거나, 유학, 군입대, 이직과 휴직 등) 등을 통해 충분한 시간을 거쳐 아주 조금씩 변해간다. 또한 신체적인 변화, 운동을 통해 체력을 기르고 몸의 형태를 건강히 하거나 명상 등의 훈련은 성격의 긍정적인 변화에 많은 도움이 된다.


실제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에서는 치료적인 목적으로 MBTI를 많이 쓰지는 않는다. 환자를 파악하고 정보를 얻는 데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성격을 분류하는 것이 정신과 치료에 있어서 의사에게 선입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MBTI는 병원보다는 상담이나 심리치료분야, 교육 분야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의 경우 인사관리나 인력개발 분야에 활용되기도 한다. 신입사원 면접에서 MBTI를 실시하고 어느 부서로 보내는 게 적성에 맞을지 결정하는 레퍼런스로 쓰이기도 한다.


사실 인간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선호도와 지향성 같은 것을 경험했을 때 나와 타인은 어떻게 다르게 느끼는가 하는 궁금증의 MBTI의 출발이었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알고 싶다는 호기심,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공감과 연대의 연결고리로써 MBTI는 분명히 인간에게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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