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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16. 2021

아껴둔 나의 브이로그
플레이리스트

음악 큐레이션이 넘쳐나는 시대에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되는 이유

나나한키 nanahanki '아껴둔 나의 브이로그 플레이리스트'

일상에서 음악을 듣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출퇴근길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과제를 하며 틀어둔 음악, 카페나 식당에 가면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 어쩌면 음악을 집중해서 듣는 시간보다 배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로 우리 일상에서 음악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하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음악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음악 없이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다. 외출할 때면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집에 있을 때도 음악을 틀어둔다. 작업에 집중해야 할 땐 잔잔한 분위기의 음악이나 클래식을, 가족과 함께 와인을 마실 때는 느린 비트의 무드 있는 음악을 튼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경로는 아주 많다. 유튜브의 수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 뮤직, 큐레이션으로 유명한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 못지않은 큐레이션을 자랑하는 애플뮤직, 아마추어 뮤지션들의 개성 있는 작업물을 들어볼 수 있는 사운드클라우드, 국내 음원 접근성이 뛰어난 국내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각각의 특징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들도 많다. 나 역시도 그렇다. 그런데도 가장 자주 듣게 되는 것은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다. 그 많은 음원 서비스 중에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를 찾게 되는 이유는 뭘까.


플레이리스트에 분위기를 더하는 썸네일


음악은 귀로 듣는 것이지만 플레이리스트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되는 감각은 시각이다. 앞서 언급한 제목으로 우리는 어떤 분위기의 음악일지, 언제 들으면 좋을지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썸네일이다. 직관적인 이미지는 플레이리스트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며 가장 허전함을 느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음악 서비스의 플레이리스트는 보통 어떤 노래의 앨범 커버를 대표 이미지로 설정한다.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관련된 이미지를 모던하고 세련되게 디자인하기도 한다. 음악 서비스에 따라 정형화된 디자인 패턴이 존재하는 곳도 있다. 이런 이미지들은 깔끔하지만 다소 단조로운 느낌을 준다.


반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썸네일은 훨씬 다양하다. 카페에서 틀기 좋은 음악에는 감성적인 카페의 한 부분을 찍은 사진을, 첫사랑에 대한 리스트에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연상시키는 드라마의 스틸컷을 사용한다. 애니메이션의 스틸컷, 노을지는 풍경, 어둑한 창밖으로 비가 오는 사진 등 플레이리스트와 분위기가 맞는다면 어떤 이미지든 썸네일이 될 수 있다. 이런 썸네일들은 재치 있고 친근한 제목과 함께 어우러지며 구체적인 분위기나 상황을 상상하게 만든다.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기 전 이용자가 상상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노래들과 함께 연결되며 몰입도를 높인다. 그렇게 재생되는 음악들은 이용자가 기대했던 무드와 분위기를 대체로 충족시킨다.


클릭하고 싶어지는 제목


기존 음악 서비스의 큐레이션과 구분되는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의 특징 중 하나는 제목이다. 유튜브에는 직관적이고 단순한 제목 대신 감성적이고 재치 있는 제목을 지은 플레이리스트가 많다. '샤워할 때 들으면 좋은 음악' 대신 '대박 샤워할 때 틀자'(떼껄룩)나 아티스트의 노래 모음 대신 '작은 카페에서 Bruno Major와 Mac Ayres를 주문했다'(리플레이 LEEPLAY)같이 말이다. 그 외에도 '숲을 보라고 나무라는 게 이상했다'(thanks for coming)나 '자다 일어나 손에 잡히는 마음을 확인하곤 했다'(my blue valentine)같이 특정한 순간이 바로 눈에 그려지는 은유적인 제목을 컨셉으로 하는 유튜버도 있다.


유튜버만의 특색이 드러나는 제목들을 계속 보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친근감이 든다. 음악 큐레이션 전문가가 제안하는 플레이리스트에서 느껴지는 딱딱함과는 다르다. 오래전 친구에게 공시디에 좋아하는 음악들을 녹음해 음악 시디를 선물하던 것처럼, 자신의 취향이 잔뜩 묻어있는 플레이리스트를 수많은 구독자와 유튜브 이용자에게 건네는 것 같다. 그들의 취향과 감성을 공유함으로써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무언의 유대감과 소통을 만들어내는 매력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이 자신감이 넘치고 의욕이 샘솟다가도, 이내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것을 반복한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긴 한 건진, 제자리걸음 중인데 나만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 가끔씩 우연히 연결된 이름 모를 어떤 이에게 힘을 얻으면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부디 당신도 오늘 밤 편안히 잠들 수 있길 바란다.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는 모두가 그러기를 바란다.


https://youtu.be/V07K9rT0D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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