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쉬의 인사이트 May 17. 2021

디자이너가 선택한 소재.
덴마크의 스피릿을 담다

사진=Keramiker Ingo Vincents

유약 냄새와 흙먼지 가루, 뜨거운 가마의 열기, 묵직한 클레이들이 쌓여 있다. 오늘은 덴마크의 세라믹 아티스트를 소개한다. '북유럽에서 활동하는 세라믹 아티스트'라니 상당히 기대가 되는 타이틀이다. 전혀 낯선, 혹은 새로운 분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식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기 마련이다. 그리고 항상 그 문 뒤편에는 가슴 벅찬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세라믹 아티스트 케르밀커 잉커 빈센츠(Keramiker Ingo Vincents)의 스튜디오가 위치한 예스버가르드(Jaegersborggade) 지구는 최근 코펜하겐의 힙스터 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이다. 트렌디한 갤러리와 디자인 스튜디오, 미슐랭 레스토랑 등이 모여있는 지역이다. 지난 2008년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이 일을 해온지도 10여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오브제를 디자인, 제작하고 있다. 스튜디오를 시작한 이후로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표현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의 주소재가 되는 클레이(Clay)는 매력적인 물성과 특성을 갖고 있다. 작업에 자유도가 높고 동시에 까다로우며, 시작과 끝이 변화무쌍한 매력적인 소재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세라믹 아트에 푹 빠진 이유다. 클레이 아트로 개인 브랜드를 갖는 것은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녀는 고유한 언어를 담아내려 했다. 최근의 작업들은 '반투명(transparent)'이라는 주제와 투과되는 빛의 이야기를 주요 콘센트로 한다. 롤링(rolling) 기법을 통해 종이처럼 얇아진 클레이를 기본으로 테이블 웨어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오브제를 제작한다.


사진=Keramiker Ingo Vincents

집중도가 필요한 과정 속에서 탄생되는 그녀의 작품들을 알아본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프로모션이나 광고없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있다. 북유럽뿐 아니라 지구 반대편에서도 자주 연락을 받으면서 이 시대 미디어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방향성은 생산 베이스의 작업을 기반으로 한다. 다시 말해(수작업 공정임에도) 어느 정도 대량 제작이 가능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을 고가로 내놓기도 하는데 그녀의 방향성은 달랐다.


보다 대중적이고 많은 사람들의 생활 공간에 제품들이 놓이길 바란다. 아주 극소수의 아티스트들만이 본인이 하고 싶은 영역을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결코 쉽지 않은 길이라는 이야기다. 많은 신세대 아티스트들은 쉽게 지치고 인내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 분야에서 인정받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스스로에게 어떤 제한이나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스스로의 작업에 명확함과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 특별함에 포커스와 깊이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녀에게 규정화된 프로세스는 없다. 다만 세라믹 아트의 핵심은 스케치를 하지 않는 것이다. 클레이라는 창의적인 소재에 집중하며 오로지 손끝의 감각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현재 진행 작업들은 종이처럼 얇은 반투명(Translucent)의 형상을 가지며, 이를 통해 투과되는 빛의 이야기를 담아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이 같은 콘센트는 유니크한 형상과 디자인을 탄생시켰다. 또한 유약의 특성이라는지 가마에 굽는 온도 조절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여지므로 모든 과정의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그렇게 완성된 투명한 화이트 컬러, 독특한 텍스처, 직관적 구조 등이 하나의 언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진=Keramiker Ingo Vincents

클레이 아트 혹은 세라믹 아트의 매력은 순수 아트와 상업적 아트의 중간지점이라 볼 수 있다. 순수한 수공예 작품이지만 일상의 생활용품을 만들어낸다. 회화, 조각, 공예 등 많은 순수 미술작품들은 벽에 걸어놓거나, 거실에 장식하거나 바라보는 식이다. 하지만 세라믹 아트는 직접 꽃병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커피잔으로, 혹은 물병으로 활용한다. 우리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드는 작품이기에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제작되는 그녀의 작업들도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오브제들로 구성된다. 누군가의 삶 속 한 부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은 덴마크의 대표적인 세라믹 브랜드다. 그만큼 덴마크의 세라믹 아트, 즉 도자기 공예는 오랜 역사와 의미를 담고 있다. 특히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유산을 그 어느 분야보다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이 세라믹 아트이다. 역사와 전통이 잘 자리 잡은 덴마크에서 세라믹 아티스트로 활동한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한다. 안목 높은 고객층이 있고, 다양한 문화활동이 있고, 무엇보다 예술 분야를 적극 지지하는 나라의 분위기도 한몫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세라믹 아트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바로 모든 작업이 수작업(Hand made)이라는 점이다. 모든 작품의 형상이 달라서 똑같이 복제될 수가 없는 것이다. 가령 고객이 거실에 높을 꽃병을 고른다면 제품들은 모두 비슷한 형상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전혀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고객들이 같은 꽃병을 고를 때에도 자기 마음에 뜰리는 것을 고르게 된다. 바로 이런 제품과의 교감은 중요하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찍어낸 공산품과는 다르다. 또 클레이라는 소재는 아이들의 교육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손의 감각, 촉감, 형태, 입체감을 느끼며 성장해 나가기 때문에 이 같은 이유로 덴마크의 일부 학교의 커리큘럼에 클레이 교육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매 순간 마주하는 모든 경험은 가치가 있다. 지금의 순간을 즐기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세대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다. 그것은 절대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진짜 세상에 커넥트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것이 디자이너한테는 더더욱 필요하다.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다 보면 분명 흥미로운 기회로 이어질 것이다.


케르밀커 잉커 빈센츠(Keramiker Ingo Vincents)
장소 ny, Jægersborggade 43, 2200 København, Denmark

작가의 이전글 아껴둔 나의 브이로그 플레이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