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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의 인사이트 Jun 08. 2021

잠들었을 때 나는 누구인가

드라마 <뻐꾸기 둥지>

20대 후반의 젊은 여자 환자가 놀란 표정으로 내원했다. 회사생활을 막 시작한 직장인으로 고민거리가 있으면 잠을 자지 못하곤 했다. 간혹 수면제를 복용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수면제를 먹고 멍한 상태에서 음식을 요리해서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었다. 때로는 자기가 먹은 기억이 나지도 않은 음식물이 쌓여있기도 했다. 어제는 남자 친구에게 이상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지만 스스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사례는 수면제에 의해 발생한 행동장애의 전형적인 증례이다. 몽유병 증상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데 특정한 행동을 한다. 일부 환자들은 멍한 상태이거나 아예 기억이 없는 상태(수면상태)에서 과량의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 외에 잠을 자기 전에 환청, 환시, 백일몽, 망상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수면제 복용에 따른 이상행동, 폭식 행동에 대하여 다루어 보겠다. 수면제 복용과 관련 없이 늦은 시간에 칼로리 높은 음식을 먹는 야식증과는 꼭 감별이 필요하다.


우리 뇌에서는 하고 싶은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한다. 이런 판단, 억제와 같은 고위기능을 하는 뇌 부위는 전두엽(frontal lobe)이다. 전두엽이 기능장애가 있으면, 과잉행동, 폭력성, 감정 기복, 탈억제와 같은 증상을 보일 수가 있다. 예를 들어서 술(alcohol)은 전두엽의 기능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고 과량 복용할 경우 전두엽의 기능이 마비가 된다. 그에 따라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평소와 다른 성격을 보일 수 있다.


수면제는 일부에서는 술과 비슷한 작용을 한다. 수면제는 전두엽의 기능을 마비시켜서 탈억제 상태가 되게 만든다. 그렇기에 평상시와 다르게 식욕이 조절되지 못하고 적절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음식을 폭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 일부 연구에서는 졸피뎀(zolpidem), 알프라졸람(alprazolam) 성분이 식욕 자체를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수면제는 일부 환자에서는 수면 효과 외에도 기억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몽롱한 상태에서 했던 행동이 수면제에 의하여 지워졌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다른 기전은 수면제가 몽유병 증상을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몽유병 소인이 있던 환자가 수면제를 복용하면 몽유병이 발현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zolpidem과 같은 z로 시작하는 수면제(z-drug, 졸피뎀, 졸민, 졸피신 등). alprazolam(alpram, xanax), triazolam(halcion)과 같은 benzodiazepine 계열. risperidone(rispedal), olanzapine(zyprexa)과 같은 sedating 항정신병약제 같은 약물 등에서 보고된다.


zolpidem 복용 시 수면관련복합운동장애(몽유병)가 일반 인구에 비하여 6배가량 증가했고, 식이관련장애(폭식증)는 22배가량 높게 보고 되었다. 기존에 수면무호흡증(OSAS), 하치불안증후군(RLS), 몽유병(Sleep walking)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더 자주 발생한다. 이와 같은 부작용은 비교적 젊은 여성에게서 높게 보고되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분들이 놀라서 내원하지만 약물을 중단하면 거의 회복된다. 아직까지는 식이장애 및 행동장애가 지속된다는 보고는 없었다. 행동장애를 일으킨 약물 외에 다른 약물에서도 증상이 발현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임상적으로는 주의하여 약물을 사용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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