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애리조나주 스캇츠데일에서 스티븐 이란 남자가 아내를 26번이나 칼로 난자하여 죽인 사건이 발생했다. 처음에 남편은 강도들이 집에 침입하여 부부는 그들과 싸우던 중 그녀는 강도 한 명에게 살해되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강도가 침입한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을 범인으로 의심하여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이 사건은 1982년 매리포사 카운티 상급 법원에서 심의되었다.
범인은 자기가 아내를 살해했음을 고백함과 동시에 자신은 몽유병으로 인해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은 캘리포니아의 정신과 의사를 증인대에 세웠다. 의사로부터 범인이 부인을 찔러 죽였을 때 잠시 동안 "해리"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는 소견을 얻어내었다. 범인은 자신이 잠들어 있어서 범행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죄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콧대가 세고 자기주장이 강한 유태인("Jewich American Princess) 부인이 항상 남편에게 돈을 너무 많이 쓴다고 잔소리를 해서 그를 화를 돋우는 경우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은 스티븐이 살인을 할 때 일시적으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는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음으로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마자 당당히 제 발로 법정에서 걸어 나왔다. 이 사건 후 여러 주에서는 이와 비슷한 경우 "심신상실이나 유죄"라는 형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 조항이 적용되면 유죄를 선고받은 심신상실자는 감옥에서 복역할 기간 동안을 정신병원에서 복역해야 했다.
1997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43세의 스캇이란 사람이 20년을 같이 산 아내를 살해한 죄로 기소되었다. 그는 기술자면서 몰몬교의 성직자이기도 했다. 1997년 1월 16일, 한 이웃은 스캇이 아내의 머리를 수영장에 눌러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 무슨 일인지도 잘 모르고 비명 소리 한 번 듣지 못했지만 이웃은 경찰에게 연락했다. 경찰은 수영장에서 44번이나 칼에 찔린 부인의 시체를 발견했다. 남편은 증거를 감추려 했다. 그는 피에 범벅이 된 자신의 옷과 구두를 플라스틱 백에 넣어 컨테이너에 숨겼다. 그리고 파자마를 바꾸어 입고 소동 중에 다친 상처에 반창고를 붙었다.
경찰에서 그는 자신이 몽유 상태에 있어서 사건을 전혀 기억 못한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살인 담당 부서에서 조사를 받던 그는 "그럼 내 아내가 죽었다는 말인가요?"라고 물었다. 사건에 대한 재판은 여러 해 전 스티븐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매리포사 상급 법원에서 진행되었다. 그의 변호사들은 스캇이 고장 난 수영장의 펌프를 고치려고 사냥용 칼로 막혀있던 연결 고리를 뚫고 있던 중이었다고 했다. 그때 부인이 나타나자 깜짝 놀란 스캇이 부인을 난자했다고 설명했다.
수면장애 전문가들의 증언도 여러 차례 있었다. 설사 스캇이 수명 중이었어도 부인을 죽여야만 했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해는 자발적인 행동이고 일정한 의도가 있다. 배심원들은 아무리 몽유병자라 해도 전혀 깨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남을 44번이나 찌를 수 있었으며, 또 어째서 살인 증거를 감추려 했는지 의심을 풀 수 없었다.
1999년 6월 25일 배심원은 8시간에 걸친 끝에 유죄로 결정했다. 2000년 1월 1일 재판장은 스캇에게 감형 없는 무기징역을 언도했다. 이렇게 같은 주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이라 해도 정 반대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미국에서 시민권을 갖고 살다 보면 배심원으로 소환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배심원 복무는 시민의 의무 중 하나다. 만일 이 같은 몽유병자 범죄 심의에 배심원으로 배정된다면 당신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