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경험한 어느날,
우리는 문득 낯선 나 자신과 조우한다.
어제까지 그를 그렇게 사랑했던 내가,
그가 없으면 한순간도 살지 못할것 같은 내가,
혼자서 살아내야하는, 그 익숙치않은 날이 오고야만다.
낯설다.
그와 함께했던 모든 것이 희미해진다. 모든 순간들이 점점 더 멀어져간다. 그렇게 익숙한 모든 것이 낯설어지고, 작아진다.
그리고 우리 자신도.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
거리마다 우리가 사랑했던 모습이 보여도
매 순간 혼자라는 걸 느끼며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
그 거리를 지나며 출근하고
그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고
그 거리를 혼자 걷는다.
세상엔 좋은 이별은 없지만
그래도 이 세상 모든 이별은 앞으로 다가올 삶의 자양분이 된다. 누군가 차지했었던 내 모든 공간에 다양한 방식의 사랑이 들어온다.
가족에 대한, 꽃 한송이에 대한, 여유있는 시간에 대한, 나만의 작은 사색에 대한,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설레임도.
가끔씩 마음에 찬바람이 드나들때만, 그가 생각난다는건 헤어진 연인이 있다면 누구나 겪는 그저그런 평범한 일일 뿐이다. 야심한 밤에 내 주위 모든 것이 고요할때만 슬며시 그와의 추억이 떠오르는건 이 시간이 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감상에 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나 다 겪는 수준의 외로움을 느끼며, 아주 평범하게 다른 사랑도 꿈꾼다.
그렇게 그와의 모든 기억을, 그와 손을 잡고 걸었던 모든 거리를, 그 반짝이던 순간들을
어느 감정의 소모없이도 떠올릴 수 있게된다.
모든 것은 그렇게 다 지나간다.
나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거리마다
스치는 봄바람이
그 설레이는 향기가
날 웃음짓게 하는 그 모든것이
우리에게 말한다.
너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고
너는 다시 사랑할 수 있다.라고
그래서 우린 살아가야만 한다.
모든걸 포기하고 싶어도,
모든걸 다 내려놓고 싶다해도.
우린 행복해야 마땅한 사람이니까
모든 것은 다 지나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