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이 많아진 딸에게 보내는 포토 에세이
내 렌티큘러 작품 속 '부엌'이나 '거실'은 내가 의도한 대로만 움직인다.
내가 왼쪽 레이어에 닫힌 문을 배치하면 닫혀 있고, 오른쪽 레이어에 열린 문을 배치하면 열린다. 관람객이 몸을 움직여야만 비로소 변화하는, 철저히 수동적이고 통제된 세계다.
하지만 나의 첫 번째 피사체, 일곱 살 딸아이는 다르다.
이 아이는 더 이상 내 뷰파인더 안에 얌전히 머물러 주지 않는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그랬다.
"여기 봐봐~" 하고 부르면, 하던 놀이를 멈추고 카메라를 향해 브이(V)를 그리거나 배시시 웃어주곤 했다. 그때의 사진첩엔 아이의 정면 얼굴, 카메라와 눈을 맞추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그때 나는 아이 세상의 전부였고, 아이의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었으니까.
하지만 일곱 살이 된 지금, 내 사진첩엔 아이의 '뒷모습'과 '옆모습'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 아이는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 아니, 카메라보다 더 재미있는 게 세상에 너무 많아졌다.
놀이터의 정글짐을 정복해야 하고, 길가에 핀 민들레 홀씨를 불어야 하고, 친구와 심각한 비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아빠가 셔터를 누르든 말든, 아이는 자기만의 퀘스트를 수행하느라 바쁘다.
처음엔 그게 조금 섭섭했다. 예쁜 얼굴 좀 보여주지, 왜 자꾸 엉덩이만 보여줄까 싶어서.
하지만 리코 GR3의 뷰파인더로 그 작은 등짝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깨달았다.
이것은 아이가 나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로 걸어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일곱 살의 성장은 키가 크는 것만이 아니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아이는 이제 내가 가르쳐주지 않은 노래를 흥얼거리고, 내가 모르는 친구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가끔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나는 한 달의 시간을 들여 가상의 공간을 겹겹이(Layer) 쌓아 올리지만, 아이는 매 순간 자신만의 내면의 층위를 쌓아가고 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일주일만 지나도 아이는 또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여기 봐!"라고 소리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리코 GR3의 '스냅샷 모드'를 켜고, 아이의 속도를 조용히 뒤따라가기로 했다.
연출된 미소 대신, 무언가에 열중해서 튀어나온 입술을 찍는다.
정지된 포즈 대신, 힘차게 내딛는 발구름을 찍는다.
비록 초점은 자주 나가고 구도는 엉망이지만, 그 흔들린 사진 속에 진짜 일곱 살의 생명력이 꿈틀대고 있다.
너희는 너무 빨리 자란다.
내가 렌티큘러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그 한 달 사이에도, 너는 운동화 사이즈가 바뀌고 앞니가 빠진다.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건, 내 느린 붓질이 아니라 이 작은 카메라뿐이다.
언젠가 네가 더 멀리 날아가 내 카메라 앵글 밖으로 벗어나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나는 부지런히 너의 뒷모습을, 그 당당하고 아름다운 이별의 준비 과정을 기록해 둘 것이다.
나의 영원한 첫 번째 모델, 나의 딸.
오늘도 너는 셔터 스피드보다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