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복의 동화
봄볕이 포근한 날,
여우 이웃이 선물로 건네준 캄파눌라가 보랏빛 미소를 보내며,
무지개빛깔 일곱 토끼 가족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다음 날, 빨루비 엄마는 창가에 꽃바구니를 살포시 놓았습니다.
옆엔 듬직한 주닐리 아빠와 의젓한 노시리 이모가 서 있었지요.
아이들도 들떠 있었어요.
초페로와 남라피가 “우와, 진짜 보라보라 해!” 하고 손뼉을 쳤고,
파사피와 보에시는 서로의 귀를 살랑살랑 스치며
“꽃 친구야, 반가워!” 하고 속삭였답니다.
처음에는 빨루비 엄마가 혼자서 물을 주었어요.
어느 날 아침, 캄파눌라 잎사귀 끝에 물방울이 맺힌 것을 본 엄마는
아이들에게 조심스레 물뿌리개를 건네며 말했어요.
“오늘부터 매일 번갈아 가며 물을 주기로 하자.”
그날부터 들쑥날쑥, 아이들의 물주기 작전이 시작되었어요.
파사피는 신나게 물뿌리개를 들고 외쳤어요.
“시~원하게 마시렴!”
하지만 물은 파사피에게 쏟아져 옷이 흠뻑 젖어 버렸지요.
남라피는 책장을 넘기며 혼잣말했어요.
“음… 물 주기 싫은데, 동화책 읽는 게 더 좋아.”
결국 물은 주지 않았어요.
보에시는 캄파눌라 앞에 쪼그리고 앉아 수다를 떨었어요.
“너는 어떤 꿈을 꾸니?”
이야기에 빠져 물 주는 걸 잊어버렸답니다.
초페로는 물뿌리개를 두 손으로 꽉 붙들고
‘쏴아—!’ 하고 흙 전체에 물을 퍼부었어요.
“목마르지? 힘! 꽃도 힘이 필요해!”
사방이 물바다가 되어 갈 무렵,
노시리 이모가 다가와 부드럽게 말했어요.
“얘들아, 물도 사랑도 조금씩, 매일매일 주어야 해.
꽃 숨결을 느끼면서 살살—”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방 안은 웃음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꽃잎 끝이 노랗게 마르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은 서로를 탓하거나 울상을 지었지요.
빨루비 엄마는 무릎을 꿇고 잎을 쓰다듬으며 속삭였어요.
“괜찮아… 숨결을 들어보자.”
아이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지만,
잎사귀는 축 처져 있었고,
엄마의 마음도 살짝 무거워졌어요.
그때 주닐리 아빠가 부드럽게 말했어요.
“햇살이 더 잘 드는 곳으로 옮겨 볼까?”
가족은 화분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어요.
새 흙과 화분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작은 손으로 흙을 담고 뿌리를 살포시 눌러주었지요.
며칠 뒤, 초록 잎 사이로 작은 보라 꽃망울이 맺히더니
“톡!” 하고 첫 꽃이 피었어요.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빨루비 엄마는 말했어요.
“보이지? 우리 마음도 같이 피어났어.”
마당은 보랏빛 향기로 가득했고,
토끼 가족은 서로를 바라보며
“괜찮아, 우리 함께니까.” 하고 속삭였어요.
에필로그
봄 어느 날,
친구가 작은 보랏빛 꽃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가방 속에서 살짝 얼굴을 내민 캄파눌라는
살랑이는 종처럼 인사를 건넸지요.
그날 이후, 무지개빛 일곱 토끼 가족들이 제 마음속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리고 토끼 가족의 하루하루를 돌보는 이야기가 시작되었지요.
물 한 방울, 햇살 한 줄기, 손끝의 따뜻함 속에서
조용히 피어난 꽃 한 송이처럼—
우리가 무언가를 정성껏 돌본다는 것은
그 대상뿐 아니라
우리 자신도 함께 자라는 일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 안에도
조용히 피어나는 봄빛 친구가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유리의 동화 속 여행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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