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회복의 동화
어느 날, 이레는 길을 걷다가
햇살에 반짝이는 작은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건 아주 작고 마른 씨앗 하나였어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자꾸 눈에 밟혀
주위를 살펴보다가
살며시 주워 호주머니에 넣었지요.
‘이런 건 도둑질이 아니니까!’
전에 산에서 버려진 화초를 주워 키워본 적이 있는 이레는
그 씨앗이 왠지 낯설지 않았어요.
‘어떤 씨앗일까? 자라면 꽃이 필까, 나무가 될까?’
집에 돌아온 이레는 작은 화분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흙을 고르고 씨앗을 심었어요.
“잘 자라주렴.”
살며시 인사를 건네고
햇살 좋은 베란다 한쪽에 화분을 두었지요.
그날 밤, 이레는 상상했어요.
씨앗 안에 아주 작은 숲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풀벌레가 노래하고, 바람이 스치고,
별빛이 흙 속까지 스며드는 그런 숲이요.
다음 날부터 이레는
아침마다 물을 주며 말을 걸었어요.
“오늘은 나올까? 아니면 아직 자고 있을까?”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록 씨앗은 조용하기만 했어요.
아무런 기척도, 초록도 보이지 않았지요.
그런데도 이레는 초조하지 않았어요.
예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심어두고 잊고 있었던 씨앗이
어느 날 가만히 올라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봄이었거나, 가을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도
이레는 날짜를 세지 않기로 했어요.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그 마음이면 충분했어요.
싹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씨앗은 지금도 흙 속에서
조용히, 자기만의 계절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건 이레가 마음으로 알고 있는 조용한 진실이에요.
오늘도 유리의 동화 속 여행을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