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겪은 뒤, 내 일상에 자리 잡은 작은 루틴이 있다.
바로 햇볕 샤워 시간.
여름 더위 탓에 요즘은 5분 정도만 잠깐 걷기를 한다.
오늘은 오후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덕분에 덥지 않아 걷기 좋은 날씨다.
아침 식사 후, 나는 잠시 1층 정자정원을 찾았다.
이곳은, 나의 동화도, 나의 글도 많이 엮어내고 있는 곳이다.
나를 반기는 무궁화,
구석에서 ‘나 아직도 피어나고 있어요’ 하듯 웃는 줄장미 한 송이,
그리고 초록 바닥 위를 노랗게 수놓은 민들레들.
무화과도 소리 없이 어느새 열매를 맺고 있다.
구석진 자리 담장 아래에서 조용히 피어 있는 칸나.
나의 정자정원은 언제나 조용하다.
울타리 밖에는 많은 길손들이 오가지만,
이곳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주인이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
그런데, 내 머릿속 세포들이
밖으로 나오고 싶다고 아우성친다.
남편의 머릿속에서는 사라져가는 세포들이,
내 머릿속에서는 웃고, 떠들고,
온갖 이야기로 복작복작…
어떤 작가님의 표현처럼 ‘꽁냥꽁냥’. ㅋㅋ
오늘은 그 세포들을 밖으로 꺼내어 봐야겠다.
처음엔 글 속에 잠깐 삽화로 넣으려 했는데,
이 세포들이 이제는
“우리가 주인공이 되고 싶다!”
아우성, 아우성, 꽁냥꽁냥. ㅋㅋ
이렇게, 유리의 단세포들이 탄생했다.
글 · 연출: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