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세포가 오늘도 조용히 서랍 앞에 섰다.
하늘빛 동그란 머리에 반짝이는 안경,
두 손은 서랍 손잡이를 꼭 쥐고 있었다.
“오늘은… 꺼내야 할 날이야.”
서랍이 열리자, 종이 조각과 편지봉투들이 차곡차곡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속엔 잊고 싶지 않은 날들의 숨결이 남아 있었다.
남편의 아픔으로 시작된 지난 시간,
그때 양가 형제들이 함께 아파하며
마음과 물질로 아낌없이 도와주었다.
그 사랑 덕분에,
남편의 힘겨웠던 병상도 이제는 과거로 돌려졌다.
그때, 내가 이사 전 다녔던 교회에서 많은 분들이
매주는 아니었지만, 내 기억에만 해도 열 번이 넘게 찾아와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셨다.
교회에서 남은 반찬을 봉지봉지 싸 들고 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교회의 두 분은 한 달에 두 번 꼴로 우리 집을 찾아와
남편의 발을 정성껏 마사지해 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가곤 했다.
구역장님과 권찰님은 거의 매주 집에 와서
기도로 우리를 붙잡아 주셨다.
거기에 더해,
남편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도
틈나는 대로 찾아와 안부를 묻고,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우리를 격려해 주었다.
멀리서도 소식을 물어오고,
함께 걱정하며 마음을 보태주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반짝인다.
그중 교회의 한 분이 건넨 말은 지금도 깊이 남아 있다.
“집사님, 작은 희망의 불빛이라도 보이면, 그걸 잡고 놓지 마세요.”
기억세포는 그 말을 적어둔 작은 종이 조각을 꺼내
가만히 읽었다.
그 한 줄이, 오늘도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빛났다.
서랍을 닫는 기억세포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렸다.
그 눈빛 속엔, 과거의 고마움과
지금의 다짐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이 글을 빌려, 그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제 걱정 마세요.
그 모든 일들이 지금도 현실로 이어지지만,
그래도 그 사랑이 저의 힘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까지 즐겁게 잘 살겠습니다.
글: 유리 / 그림: 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