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도 빛이 스며든 순간들
나의 기억들 속에는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오래됐지만, 머리 속에 있는 기억의 방문을 열어봅니다. “오늘은… 꺼내어보자.” 방문을 열고 차곡차곡 쌓아둔 기억들을 들추어 냅니다.
그 속에는 잊고 싶지 않은 날들의 숨결이 남아 있었습니다. 남편의 아픔으로 시작된 지난 시간, 그때 양가 형제들이 함께 아파하며 마음과 물질로 아낌없이 도와주었습니다. 그 사랑 덕분에, 남편의 힘겨웠던 병상도 이제는 과거로 돌려졌습니다.
그때 내가 이사 전 다녔던 교회에서는 많은 분들이 매주는 아니었지만, 내 기억에만 해도 열 번이 넘게 찾아와 기도해 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교회에서 남은 반찬을 봉지봉지 싸 들고 오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 교회의 두 분은 한 달에 두 번꼴로 우리 집을 찾아와 남편의 발을 정성껏 마사지해 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가곤 하셨습니다. 구역장님과 권찰님은 거의 매주 집에 오셔서 기도로 우리를 붙잡아 주셨습니다.
거기에 더해, 남편의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도 틈나는 대로 찾아와 안부를 묻고, 작은 선물과 따뜻한 말 한마디로 우리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멀리서도 소식을 물어오고, 함께 걱정하며 마음을 보태주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제 마음속에서 반짝입니다.
그중 교회의 한 분이 건넨 말은 지금도 제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집사님, 작은 희망의 불빛이라도 보이면, 그걸 잡고 놓지 마세요.”
나의 머리 속 기억의 방에있는 것은 한조각의 불빛처럼 아직도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빛나는 조각들은 과거의 고마움과 지금의 다짐이 함께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 글을 빌려, 그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그 모든 일들이 지금도 현실로 이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 사랑이 저의 힘이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끝까지 즐겁게, 잘 살겠습니다.
햇살이 참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후였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서, 보온병에 따뜻한 차를 담아 1층 정자정원으로 내려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 초록이를 기다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조용한 바람이 잎사귀를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잠시 후, 초록이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서로 손을 잡고 웃었습니다. 바람도 살짝 불었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예전보다 훨씬 밝아졌어. 참 보기 좋아.” 초록이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상하게 마음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저는 말없이 웃었습니다. 뭔가 오래된 기억이 살며시 깨어나는 기분이었습니다.
“초록아, 문득 떠오른 동화가 하나 있어. 전에 내가 쓴 이야기인데, 네 말을 들으니까 자꾸 생각나네. 들어볼래?” 초록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조용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동화 한편: 꼬미와 도나》
시골 어느 마을에 ‘꼬미’라는 꼬꼬닭이 살고 있었습니다.
꼬미는 귀엽고 활달했지만,
늘 혼자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건너편 마을에는 ‘도나’라는 돼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새끼돼지들을 돌보다가 어느새 혼자
울타리 안에 남게 된 도나도 외로웠습니다.
어느 날, 꼬미가 용기를 내어 도나에게 다가갔습니다.
“도나야, 나랑 함께 놀래? 꼬꼬닭!”
그러자 도나는 귀찮은 듯 말했습니다.
“너는 우리랑은 다른 소리를 내잖아~ 꿀꿀꿀.”
그 말에 꼬미는 움츠러든 채 돌아섰습니다.
며칠 뒤, 다시 마음을 다잡은 꼬미는
이번에는 더 천천히, 조심스럽게 도나를 찾아갔습니다.
망설이던 꼬미가 도나 앞에 섰을 때,
도나는 조용히 옆자리를 내주었습니다.
“꼬미야, 어서 와. 네가 오길 기다렸어.”
그 말 한마디에 꼬미는 날개를 퍼덕이며 기뻐했습니다.
그날 이후, 둘은 비록 다르지만
진짜 ‘조용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다 마치고 나서,
초록이는 손뼉을 치며 웃었습니다.
“우리 이야기 같구나! 호호호… 참 좋다.”
웃음소리가 정자정원에 퍼졌습니다.
조용하고 따뜻한 오후의 공기가 그 웃음을 품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도 그런 친구가 되게 해 주세요.
먼저 다가가고, 조용히 기다려 줄 줄 알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는 사람.”
바람이 또 한 번 살짝 불었습니다.
그날 두 사람의 마음을 밝혀 준
그 ‘따뜻한 말’은 오래도록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마음을 다해 건넨 한마디,
그 따뜻한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 줍니다.
서로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주는 ‘꼬미와 도나’의 이야기처럼, 오늘도 저는 조용히 미소를 지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