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고 싶은 사람이 많아

by 산여울 박유리



은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



오늘은 고종사촌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친언니 둘을 몇년 사이에 보내고 나니, 이제는 내가 따뜻하게 “은가”라고 불러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은가는 경상도 사투리로 언니를 말합니다.)


팔순이 넘으신 고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리면, 늘 “그 언니가 너 많이 보고 싶어한다, 전화 한 번 해봐라” 하셨다.


하지만 내 과거와 가족을 너무 잘 아는 사람들과 통화하는 건 늘 어려웠다.

그 아픔 속에 다시 빠져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마음에 작은 공간이 열린 걸까.

“이번엔 해보자.” 하며 몇십 년 만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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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울먹이며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응응~ 그래그래~ 잘있나?"


내 마음도 금세 울컥 쏟아질 것만 같았다.

짧은 안부를 나누며, 나는 조심스레 지금의 나를 전했다.


“은가, 나는 지금 지난 13년 간의 아픔을 글로 풀어내고 있어.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있거든.”


언니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지만, 그 떨림 속에서도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래, 잘 살고있구나. 고맙다~" 하시면서 울먹이는 언니의 목소리~


그리고 통화를 마치며, 나는 애써 담담히 말했다.


“잘 살아라, 은가~ 내가 은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직 있었네~ ”


그 말은 언니를 향한 내 애틋한 고백이었고, 동시에 내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 같았다.

오랜 세월의 아픔을 지나 이제는, 나 또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글: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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