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명언산책] 17일차 후회

by 동네과학쌤
불쾌한 감정을 떨쳐버리고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 있다. 거리를 두고 길게 보면서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후회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래전 딸아이가 중 학생일 때, 동영상도 볼 수 있는 MP3 플레이어를 사달라고 계속 졸랐다.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 공부를 소홀히 하면서 음악만 듣는 것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딸에게 MP3 플레이어를 사줬다. 훗날 '그때 그걸 사줬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단어는 '만약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이다. -존 그린리프 휘티어


우리는 이 후회를 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노력은 정말 후회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어주는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취한 행동이 정말 후회를 완전히 없애줄까?

후회는 그렇게 단순히 회피 가능한 감정일까?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우리의 판단이다.” 고 말했다. 결국 후회라는 감정도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선택에 대한 우리의 해석과 비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우리가 후회해야 할 대상은 선택 자체가 아니라, 선택 이후 끊임없이 다른 가능성과 현실을 비교하는 자기 자신일지도 모른다.


후회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결국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것은 사실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미래를 그려보는 행위일 뿐이다. 불교에서는 바로 이런 종류의 집착이 인간 고통의 원인이라고 가르친다. 우리가 과거 선택에 매달리고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현실을 계속 상상하며 시간을 보낼 때, 마음의 평화는 점점 멀어진다.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로워질 수밖에 없다. 그는 선택하도록 선고받았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조차 없으며,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하나의 선택으로 귀결된다. 이런 실존적 관점에서 후회란 인간의 불가피한 조건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일 뿐이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것 외의 다른 가능성들은 반드시 포기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후회하지 않는 삶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것과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일관되게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면서 현재를 살아가지만, 후회는 과거에 집착하면서 현재 순간을 놓치게 하는 위험한 함정이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진정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일관되게 선택하는 삶의 중요성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학과 맞닿아 있다. 그는 덕이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행동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명확한 가치와 원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살아간다면, 후회의 가능성은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아무리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살아도 인간은 완벽할 수 없으며,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라고 했다. 우리는 때로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이러한 시행착오는 삶의 본질적인 일부다. 후회를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과 성장의 기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후회라는 감정에 휩쓸려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과거의 선택은 이미 바꿀 수 없지만, 그 선택에 대한 우리의 반응과 태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니체가 강조한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는 삶의 모든 사건과 결과를 수용하고 긍정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란 '무엇을 선택했느냐'보다 '선택 이후의 태도'에 달려 있다. 선택했다면 다른 선택지와 비교하며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고 선택의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선택의 순간에는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이성을 따르라"는 가르침을 기억하고, 선택 이후에는 불교가 강조하는 '지금 여기'에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후회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는 마음의 습관이다. 우리는 현실과 상상 사이의 괴리에서 후회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삶이란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며, 무엇을 선택하든 다른 가능성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 존재의 숙명적 조건이다.


완벽하게 후회 없는 삶이란 어쩌면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후회에 휘말려 과거에 얽매이는 대신, 자신의 선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철학적 통찰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용'의 덕을 권장했다. 후회에 있어서도 중용의 균형이 필요하다.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우되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의 후회를 예방하기 위해 신중하되 지나친 걱정으로 현재를 놓치지 않는 지혜로운 균형이 중요하다.


후회는 결국 마음의 상태이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족쇄가 될 수도, 성장의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선택이 무엇이었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후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그대의 삶을 영원히 다시 살기를 원할 만큼 살아가라." 모든 선택과 결정, 그리고 그 결과까지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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