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 대한 흥미

흥미는 사랑과 닮은 감정이다

by 동네과학쌤

한 학기 수업을 마무리하며 학생들에게 수업 태도와 과학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되돌아보는 자기 평가와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개념 공부, 암기 방법, 문제 풀이에 관한 질문에 대해선 비록 원론적인 이야기일지라도 학생들 각자의 입장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었기에 비교적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과학에 흥미가 없다’는 응답 앞에서는 선뜻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과학이 재미없다니, 그럴 수가 있나...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과학은 원래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어떻게 흥미가 없을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흥미의 유무는 어쩌면 중학교, 초등학교, 아니 그보다 더 이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사실 과학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어릴 적 한 번쯤은 가져봤을 것이다.


새는 어떻게 나는지, 별은 왜 반짝이는지, 비는 왜 내리는지, 강아지와 고양이는 왜 다른지 등등.


어린 시절, 이런 질문 하나쯤은 품어보지 않았을까. 그 질문 속에는 이미 자연과 과학에 대한 흥미가 들어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과학은 아이들에게 질문이 아닌 ‘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은 점점 멀어진다. 재미있던 질문은 암기로 바뀌고, 호기심은 정답 찾기에 밀린다. 그러고는 말한다.


"저는 과학에 흥미가 없어요."


과학에 대한 흥미는 사실 '사랑'과도 닮은 감정이다. 처음부터 강렬하게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학생들이 과학을 처음 접할 때 낯설고 어렵다고 느끼고, 딱히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흥미란 처음부터 생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하면서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이다.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과학을 좋아하도록 정해져 있지 않다. 과학을 좋아하게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기회이다. 마치 처음부터 알지 못한 사람을 쉽게 좋아할 수 없는 것처럼, 과학도 실제로 자주 접해 보고 이해하려는 시간을 가져보기 전까지는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일정한 시간 동안 반복해서 마주하고 관심을 기울여야 비로소 ‘재미있다’는 감정이 찾아온다.


이 과정은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 일과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아무 감정도 없던 친구가 있다. 매일 같은 교실에서 마주쳤지만 별다른 인상은 없다. 그런데 어느 날, 발표하는 모습이나 웃는 표정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 순간부터 그 친구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이후로는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이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말이나 취향까지도 궁금해진다. 그렇게 특별한 계기 없이도, 마음은 천천히 움직인다.


과학에 대한 흥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아무런 감정이 없어도, 자주 보고 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하지 못한 주제나 개념이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재미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생기면, 이후에는 기사나 영상, 실험 활동 같은 것에도 더 깊이 몰입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흥미는 점점 관심으로 자라나고, 더 알고 싶은 욕구로 이어지며, 궁금해지기 시작하면 점점 흥미가 생기게 된다. 결국 어떤 학생들에게는 진로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학생은 과학이 '싫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감정 역시 대부분은 특별한 이유에서 시작되기보다는, 아주 사소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한 번의 시험 실패, 수업에서 이해하지 못한 개념, 낯설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과학 용어 하나가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고, 그것이 ‘과학 전체가 싫다’는 감정으로 확대될 수 있다. 마치 어떤 사람의 말투 하나가 거슬려 그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문제는 이런 작은 불편함에서 비롯된 ‘싫다’는 감정이 과학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버리는 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때는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과학이 정말 싫은 걸까? 아니면 단지 그때 경험이 불편했던 것뿐일까?”


만약 그 감정이 과학 그 자체보다는 특정한 상황에서 생긴 것이라면, 그것을 너무 크게 여기지 않고 다시 천천히 바라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한순간의 감정으로 과학 전체를 멀리하기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재미와 가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결국 흥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자주 보고 경험하면서 생기는 감정이다.


과학을 어렵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학생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과학의 다른 얼굴을 만나볼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 사이에서도 시간이 지나며 마음이 열리듯, 과학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


과학을 억지로 좋아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무조건 외면하지 말고, 가끔은 다시 한 번 바라보기를 바란다.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아주 우연한 계기로, 과학이 흥미롭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과학은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내가 더 알고 싶어지는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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