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웨일 출판사에서는 매월 특정 주제로 시나 에세이를 최대 세 편까지 투고받아, 심사를 거쳐 선정된 작품들을 모아 공동 저서로 출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 6월, '반짝이는'과 '여름'을 주제로 『반짝이는 여름의 조각』이라는 책이 출간되었고, 나는 「10대의 반짝임」, 「20대의 여름」, 「30대의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세 편의 짧은 에세이를 기고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7월, '파도'와 '휴가'를 주제로 출간된 『파도처럼 스친 휴가』에 「방파제」, 「파도와 속삭이는 기억」, 「엄마의 휴가」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시와 한 편의 에세이를 기고하게 되었다.
지난 6월, 10대·20대·30대를 투영하여 글을 작성한 김에 40대, 50대, 60대에 해당하는 글도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아쉽게도 40대도 50대도 60대도 겪어보지 못하였기에, 상상에 맡겨 작성하게 되었다.
그중 40대에 해당하는 글은 「파도와 속삭이는 기억」이었다. 파도 소리를 들어본 기억을 되짚어보니 너무 옛날이라는 생각과, 매일 밤 11시쯤 1호선을 타고 퇴근할 때면, 혹은 출장을 다니느라 기차를 탈 때면 듣게 되는 철컹철컹 하는 바퀴 소리가 마치 파도 소리와 같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40대라 하면 무언가 한창 일할 때라는 느낌이 들었고, 여행을 가며 기차에서 느끼는 파도 소리보다는 늦은 밤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며 집에 가는 길에 듣는 지하철 바퀴 소리에서 오는 파도 소리를 주제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글을 써보았다.
50대에 해당하는 글은 「방파제」였다. 6월 초 학생 상담에서 한 학생을 달래는 같은 교무실 선생님의 “감정이 파도 치느냐”라는 말과 “부모님은 너가 나중에 고생하는 게 싫으셔서 그렇지”라는 말에서 ‘파도가 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라는 주제가 떠올랐고, 방파제를 주제로 시를 쓰게 되었다. 사실 ‘너무 오냐오냐 키우면 나중에 애가 힘들 텐데’라는 동료 선생님들과의 대화도 시에 녹아들었다.
두 개의 글을 ‘파도’를 주제로 작성하면서, 60대에 해당하는 글은 ‘휴가’를 주제로 쓰고 싶었다. 휴가,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싶다만, 나는 못 가는 휴가를 내 옆 동료가 가게 되었을 때를 생각해보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휴가란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이지만, 옆 사람 입장에선 일상의 부재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남들은 모두 휴가에 대한 긍정적인 글을 쓸 것 같다는 나의 작은 선입견에 반하여, 나는 일상의 부재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부재로 글을 써보려 하니, 나의 일상을 돌이켜봤을 때 어머니의 부재가 나의 일상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 ‘엄마의 휴가’를 주제로 글을 써보려 하였다.
문제는, 어머니가 가족 여행 말고는 휴가를 떠나신 적이 너무 옛날이라 글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재’라는 것에 집중해 키워드를 떠올려보니 ‘일상과 휴식처 사이의 공간적 격리’라는 느낌과, ‘일상에서 있던 일을 휴가 간 사람은 모르고, 휴가지에서 겪는 일을 나는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다 보니 격리, 부재, 경험, 기억 같은 개념들이 조립되어 ‘치매’로 이어졌다. 사실 학교 수업 진도가 신경계 파트라 알츠하이머에 대하여 수업하고 있었기에 떠올린 소재였다. 그로 인하여, 아직 우리 어머니는 겪지 않으셨지만, 60대에 해당하는 어머니의 치매를 주제로 「엄마의 휴가」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다음 8월 주제는 ‘노을’과 ‘여운’이다. 또 열심히 작성해서 세 편 모두 기고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포레스트웨일 #파도처럼스친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