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부문 진출
애초에 프렌치 요리에 손대기 시작한 건 내 로망 때문이었다. 자취하면서 알게 됐는데, 나는 집으로 사람들을 부르기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불러서 거하게 대접은 못하더라도 있는 거라도 데워 먹이고, 할 줄 아는 몇 가지 해주면서 큰 기쁨을 느꼈다.
외로움과 우울 때문에 자취생활은 1년 반만에 끝났지만, 여전히 내 공간에서 하는 홈파티에 대한 로망은 마음 한 구석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데 - 그래서인지, 시험에 합격하면 하고 싶은 것 탑1은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거였다.
손님들 불러서 칵테일 몇 잔 내자고 바텐더 자격증 따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싶기도 한데 어쨌든 - 음료가 삶의 질을 높인다고 굳게 믿는다. 알코올이든 논알코올이든.
그런데 그 믿음의 깊이에 비해서 만들 줄 아는 음료 레퍼토리는 굉장히 빈약하다는 사실을 어제 깨달았다. 당연하지. 돈 주고 배울 생각만 했으니까. 그러던 차 유튜브에서 접한 음료 유튜버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줬다.
내 감긴 눈을 띄워준 사람은 '윤카페'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어떤 유튜버. 썸네일을 기가 막히게 뽑아요. 영상 편집도 깔끔해서 보는 내내 눈이 즐겁다.
[윤카페, 진한 밀크티 만드는 방법]
https://www.youtube.com/watch?v=8ZIj3nCRgBs&t=130s
위 영상을 보고 삘받음. 우리 가족은 모두 밀크티를 아주 굉장히 매우 좋아한다. 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1. 우유 500밀리를 끓여요.
2. 우유 가장자리가 뽀글거리기 시작하면 홍찻잎 10그램을 넣고 5분 정도 저어주며 끓여요.
3. 설탕은 기호대로.
뭐 당연히 집에는 찻잎도 설탕도 없었으므로, 굴러다니던 포트넘앤메이슨 Breakfast blend 두 개 뜯어 넣고, 메이플 시럽을 조금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 근데 카페인이 너무 세서 두 잔 마시고 화장실 가야했다.
오늘 시도한 건 따뜻한 아인슈페너.
https://www.youtube.com/watch?v=y-3Sg42JqgA
윤카페 레서피는 차가운 거라 한 번 보고 남자커피 레서피 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yJfCsOx14mk 말이 좀 많고 영상이 긴데, 초보자한텐 괜찮은 듯.
1. 생크림 200밀리에 그 10프로인 20그램 설탕을 넣는다.
2. 요거트 정도 점도가 될 때까지 저어준다.
3. 아메리카노 같은 커피 - 핸드드립이든 카누든 에스프레소든 - 를 만든다.
4. 마음가는대로 커피를 붓고 그 위에 생크림을 끼야오!얹어줘요. 끼얹어줘요.
엄마가 200밀리 너무 많지 않냐셔서 150밀리만, 거기 메이플 시럽(아직 설탕 안샀어요) 10밀리? 눈대중으로 그만큼 넣어줌. 맛이 읍슬수가 읍는 음료 또 하나 탄생.
아 정말.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도, 음료도 너무 많다. 오늘 하루도 재밌었다.
내일도 새로운 음료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