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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쓰 Aug 10. 2020

제프 대니얼스가 좋아요

덤앤더머와 뉴스룸 사이 그 간극

  배우 덕질을 가끔 하는 편이다.

작품 하나를 보다 꽂히는 배우가 있으면 그 배우가 출연한 작품을 가능한 한 모두 구해서 섭렵하고, 토크쇼나 인터뷰 등도 꽤 많이 본다.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내 덕질 레이더를 거쳐갔는데 - 콜린 퍼스부터 케이트 블란쳇까지 - 요즘 꽂힌 배우는 제프 대니얼스(Jeff Daniels, 주로 제프 다니엘스로 표기하는 듯). 많은 이들에게 덤앤더머의 해리로 익숙할 사람이다.


1994년작 덤앤더머, 20년 후의 속편 덤앤더머 투


  배우 덕후를 자처하면서 쓰는 글에서 인정하긴 뭐하지만 덤앤더머 시리즈는 보지 않았다. 나도 취향이란 게 있으니까. 하지만 호기심이 점점 커져가고 있으니 금방 볼지도 모를 일...


  이 배우를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보던 미드 [뉴스룸](the Newsroom)에서였다.

지금은 왓챠에서 정식 서비스하고 있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스트리밍 서비스가 이리 활발하지 않았고. 어떻게 알게 된 작품이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사이즈 딱 보니 사람들에게 아는 척 하기 좋은 드라마 같아 손이 갔는지도(작품 관련해서는 아래 좀 더 쓰겠다).


뉴스룸 최고 에피, 첫 에피: 노스웨스턴대에서의 윌 맥어보이

  

  최근에 다시 백수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너-무 심심해서 다시 봤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내가 얼마나 윌 맥어보이(극 중 이름)를 사랑했는지, 윌 맥어보이를 저렇게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에 얼마나 매혹되었는지 선연히 살아오는 게 아니겠어요?

  

  뭐 때문에 꽂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몇 가지만 짚어보면...


1) 주인공을 좋아하는 병이 있음

2) 연기 잘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병이 있음

3) 카리스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병이 있음


  종합하면, 나는 주로 주연을 맡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좋아하게 되어있는 얕은 인간인 것이다. 제프 대니얼스는 저 기준을 훌륭히 충족했고, 2020년 8월의 나는 세상이 덕질하기 얼마나 편해졌는지를 깨닫고 폭풍리서치를 한다.


  이 성실한 싸람. 그 사이 Hulu 제작 [루밍 타워 the Looming Tower]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서부극 [갓리스 Godless] 등 굵직굵직한 작품을 몇 개나 찍었지 모야? 게다가 배역도 다들 뚜렷하다. 신이 났다.

알고 보니 비슷한 배역 맡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이라,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역을 맡기 위해 노력한 듯 했다. 물론, 운도 따라줬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갓리스]와 [루밍 타워]로 모두 미국 에미상 후보에 올랐고, 결국 [갓리스]의 프랭크 그리핀 역으로 수상한다. 이 배우 연기를 보면 누구나 알 수 있겠지만, 좌중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영리하고 똑똑한 사람이다. 음악가와 극작가로서의 활동도 놓지 않는 다재다능하고 유머러스한 사람.


  앞으로의 행보를 두근거리는 팬심으로 기대하며 - 최근에 접한 몇 가지 작품을 간략히 정리해 둔다.

 


1. 카이로의 붉은 장미(the Purple rose of Cairo, 1985년작, 우디 앨런 감독) ★★★★


(좌) 포스터 (우) 미아 패로와 제프 대니얼스


  대공황 시대, 무능하고 폭력적인 남편과 가난으로 지친 세실리아에겐 오로지 영화만이 낙이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그 주인공이 되어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 남편과는 매번 싸우고 가출을 결심하지만 막상 나와도 갈 곳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때처럼 푹 빠져서 보던 영화 속 주인공이 갑자기 세실리아에게 말을 걸고, 급기야 그녀를 사랑한다며 화면 속에서 나와버리는데...


  우디 앨런 극혐. 단 한 푼의 저작권료도 쥐어주고 싶지 않아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호기심에 지고 말았다. 그런데 더 짜증나는 것은 - 영화가 너무 좋았다는 점. 진짜 너무 짜증나.

  우선 미아 패로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도무지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각본도, 위트 있는 연출도. 다 정말 좋았다. 안 봤다면 한 번 볼 만한 영화라고...말하는 내가 싫다.


2. 뉴스룸(the Newsroom, 2012-2014, 애런 소킨 각본) ★★★☆


젤 좋아했던 윌 & 맥 커플


  공정함은 일단 없고. 좋아하는 드라마니까 사진 많이.


  시청률에 목숨 거는 케이블 최고 인기 앵커 윌 맥어보이. 그의 평온한 나날은 전 여친 맥켄지가 총괄PD로 오며 산산조각나게 된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된 유권자라고 당당히 말하는 맥켄지를 보며, 지난 날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고 싶어했던 자신을 떠올리는 윌. 과연 윌과 그의 뉴스룸은 변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드라마지만 솔직히 별점은 세 개 반이면 적당. 작위적이고 과장된 연출과 캐릭터들이 가끔 거슬린다. 그럼에도 극을 무리 없이 끌고 가는 것은 제프 대니얼스(윌 맥어보이役), 샘 워터스톤(찰리 스키너役) 그리고 에밀리 모티머 (맥켄지 맥헤일), 이 세 사람의 연기와 케미. 상대적으로 젊은 배우들 가운데 이 베테랑들의 연기가 극의 중심을 잡는다. 더해서, 애런 소킨 특유의 엄청난 양의 대사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시청자를 몰아붙인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흔치 않은 소재에 아카데미 수상 각본가라는 조합, 애런 소킨의 길게 끌지 않겠다는 뚝심까지 더해져 총 시즌 3개, 에피소드 25개로 구성된 [뉴스룸]은 꽤 볼만한 작품이 되었다. 추천.


3. 그 땅에는 신이 없다(Godless, 2017, 스캇 프랭크 감독) ★★★☆


넷플릭스 공식 트레일러
끄악!!!!!!!!!!!!! 진짜 최고 멋지다...
끄악2222222 [트루 그릿]에서 제프 브리지스가 탄 말이라는 아폴로와 함께.


어, 근데 일단 한국어 제목이 저건지 전혀 몰랐다는 점. 너무 놀랐네. 당연히 그냥 갓리스라고 번역했을 줄...

음. 그래. 알겠다. 쪼끔 구린 것 같아.


  하루의 광산 폭발 사고로 그 날 일하러 간 83명의 남자를 모두 잃어버린 광산 마을 라벨. 어느 밤, 총상 입은 사내가 찾아든다. 알고 보니 그는, 강도떼의 수장 프랭크 그리핀이 애지중지하던 양아들 로이 굿이었는데...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서부극을 보고 싶었는지 몰랐다. 이젠 알아요. 나한텐 프랭크 그리핀이 필요하다는 걸. 역대급 악인이다. 최근 본 악인 연기 중에 가장 좋았음.

  제프 대니얼스와 스캇 프랭크는 단순 악역이 아닌, 심리적으로 꼬여버린 혹은 망한(psychologically screwed) 악역을 만들고 싶었다는데 내 눈엔 성공한 듯 했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저 인물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쩌다 저 모양이 된 건지 너무 궁금하게 만들고, 상상하게 한다. 그런 면에서도 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느낌.


  또 주인공 중심으로 서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라벨이라는, 거의 여자 밖에 없는 마을이라는 설정도 그렇고(실존했던 장소라고). 보안관, 멋진 언니, 강도떼 짱, 강도짓 더 이상 하기 싫은 친구 등. 각자 사연들도 많아서 생각할 거리도 많다.


  주로 미국 뉴멕시코 산타페에서 촬영했다는데, 풍광이 너무 좋아 큰 화면으로 즐길 것을 권한다.

여태까지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 최고다(몇 개 안 봤지만). 총 7개 에피소드. 각 한 시간 가량.

마지막 에피소드만 아니었다면 별 네 개 줬을 테다. 아쉬운 부분.

 


훌루에서 만들었다는 [루밍 타워]는 아직 보는 중이라, 끝나면 덧붙여 써볼까 한다. 귀찮으면 못하겠지...

아래는 지금은 없어진 미국 토크쇼, 크렉 퍼거슨쇼에서 자작곡을 부르는 제프 대니얼스(기타는 독학했다고). 가사가 상당히 재밌다.


[Baby, take your tongue out of my mouth, I'm kissing you goodbye]

자기야,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당신은 걸어들어오고, 나는 나가지.

우린 얘기할 수 있는 것도 없어.

자기야,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모르겠어, 당신 어딨었는지.

근데 무슨 진 한 병처럼 돌아다니는 것 같더군.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내가 사랑한다고 하자, 당신은, 나도 날 사랑해, 라고 했지.

그 다음 내가 안 건 **(잘 안들림)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내가 돈 벌고, 당신은 누워있었지.

뭔가 걸지 않으면 얻을 수 없어.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사랑이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면,

내가 사과할게.

사랑한 적 없는 것보다 실연해 보는 게 낫다고 말한 게 누구든,

나랑 통화 좀 하자.


**

내 입에서 혀 좀 빼, 자기야. 굿바이 키스하잖아.

내 입에서 혀 좀 빼. 굿바이 키스하잖아.

(잘 모르겠거나 안들리는 부분은 대충 뺐다)


This is based on a true story.

이건 실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Light turned green I pulled ahead

불이 초록으로 바뀌고, 나는 출발했지.

You crossed the street now almost killed you dead

넌 길을 건넜고, 내가 거의 죽일 뻔 했잖아.

Thank God I quickly hit the breaks

하느님 맙소사, 난 빨리 브레이크를 밟았어.

I saved your life for heaven’s sakes

내가 니 목숨을 구한 거라니까.


Though any court of law would say

어떤 법정이든 똑같이 말하겠지만,

It’s not only right I had the right of way

내가 길을 갈 권리가 있었을 뿐 아니라,

You turned my sunshine into rain

너는 내 햇살을 비로 바꾼거야

When you lost your mine and went insane

니가 완전 미쳐서 난리쳤을때


Cause through my windshield I could tell

왜냐면 앞유리로 난 알 수 있었거든

You must have family in the depths of hell

니 가족은 지옥 정도에 있을 거란 걸

Your eyes were wild, your teeth were bare

니 눈은 미쳤고 이빨을 드러내더라

Anatomical references fill the air

해부학적 용어들이 날아다녔고

And when you flipped me off

니가 나한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렸을 때

You brought a hardness to my world of soft

넌 내 부드러운 세계에 돌을 던진거야  


There’s nothing I can say or do

더 이상 어째야 될 지 모르겠더라

To make this wrong or right with you

너랑 이 일을 바로잡으려면


so Have a good life...then die!

그러니까 잘 살다가, 죽어

I hope it hurts so much it makes you cry

너무 아파서 울었으면 좋겠다

I hope it’s torturous and slow

고문 같고 느리길 바라

I hope you know you’re gonna go

죽을 거란 걸 알았으면 해

Have a good life then die!

잘 살다가 죽으렴!


(롸임 무시하고 대충 의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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