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홀로 여행기

춘천

by yurui




막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날, 뜨거운 여름 열기가 가신 후 기온이 한풀 꺽여 여행 가기 좋았던 날에

아기자기한 예쁜 역으로 소문난 김유정역을 찾았다. 카페에서 작업하던 중이었는데 가을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아 이대로 흘려 보내긴 아까운 그런 날이었다. 어디로든 가고 싶은 날이었다.

예전엔 춘천만 해도 청량리에서 표를 끊고 느릿하지만 낭만 가득한 무궁화호를 타고 가야했지만 경춘선이 생긴 뒤로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지하철 타고 인천이나 오이도에 가듯 갈 수 있는 곳이 춘천이다. 버스를 타고 경춘선이 다니는 가장 가까운 역으로 가서 경춘선을 기다렸다. ITX 춘천행도 있는데 KTX급이라 빠르고 편리하지만 예매는 필수다. 나는 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 여유롭게 플랫폼 나무 의자에 걸터 앉아 기다려 본다. 그저 플랫폼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벌써 여행 시작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김유정역에서 무엇을 할지 머릿속에 그려 본다. 예쁜 폐역이라는 정보 말고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가는 여행이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하다.

서울에서 환승으로 경춘선에 몸을 실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유독 많다. 경춘선은 교통편이 편리해 특히 평일 낮에 노년층에서 주로 이용한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쪽 자리에 앉아 마주 앉아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본다. 손님이 없어도 작은 역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꼼꼼하게 모든 역에 멈춰서 기다리는 승객을 모두 태우고 종착역인 춘천역까지 간다. 그래서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천천히 풍경을 눈에 담는다. 대학교 MT 장소로 유명했던 대성리역을 지나 워터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청평과 남이섬이 있는 가평을 지난다. 가파른 절벽이 인상적인 강촌 다음 역이 김유정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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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은 원래 1939년 신남역으로 개시했는데 2004년에 처음으로 인물 이름을 딴 역명으로 변경됐다. 소설 <동백꽃>으로 유명한 김유정이 이곳 실레마을에서 나고 자랐으며 소설 배경이 대부분 이 실레마을이다. 새로 건축한 김유정역은 한옥의 모습이며 원래 있던 김유정역은 아주 작은 간이역으로 아직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김유정 폐역 안에는 추억의 소품들을 전시하고 폐역 앞 옛 기찻길과 선로에는 당시 다녔을 법한 기차 한 대가 서 있다. 기차 안도 작은 도서관으로 꾸며 책을 보며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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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역 역사 왼쪽에는 춘천레일바이크가 운영중이다. 긴 코스에 뷰가 좋아서 김유정역의 대표 즐길거리지만 2인승 레일바이크가 4만원으로 혼자 타기엔 아깝다. 아쉽지만 레일바이크는 뒤로 하고 김유정문학촌을 둘러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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