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홀로여행기

춘천 김유정역-2

by yurui

김유정역 폐역사에서 길을 건넜다. 언덕이 있는 작은 골목길 옆에 김유정문학촌 이정표가 있다. 한적한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언덕 끝에서 확 트인 넓은 도로가 나온다. 김유정역 새역사에서 길을 건넜다면 큰 도로를 따라 김유정문학촌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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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문학촌은 크게 김유정생가와 김유정이야기집, 체험관으로 나뉜다. 김유정생가는 큰 길에서 왼쪽에 따로 떨어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체험관을 시작으로 김유정이야기집과 촌장실과 상주작가 집필실, 김유정문학촌 세미나실, 관광안내소 등이 있는 낭만누리가 나온다.

왼쪽에 긴 담과 초가집이 보이는데 그곳이 김유정 생가다. 생가는 안방과 대청마루, 사랑방 등 전형적인 ㅁ자 형태 집이며 1908년 2월 12일 김유정선생이 태어났다. 생가 옆에는 김유정선생의 생애와 작품등이 전시되어 있는 김유정기념전시관이 있다. 김유정 생가와 김유정기념전시관 관람은 입장권을 구매해야 한다. 입장권은 초등학생 이상 1인에 2,000원이며 입장권으로 김유정이야기집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은 초가지붕을 교체하는 이엉갈이가 있는 날이어서 한시적으로 모든 전시관을 무료 개방했다. 한 해 동안 낡은 이엉을 새로운 이엉으로 바꾸는 우리 민족 고유의 풍습인데 김유정선생의 작품을 알리기 위해 매년 가을에 이엉갈이 행사를 한다. 3일 동안 진행하는 이엉갈이 행사에서는 전래놀이 체험부스와 스탬프 투어가 진행되는데 나는 평일에 방문한 탓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체험은 안해 봤는데 주말에 아이들과 즐기기에 좋은 체험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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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부들이 초가지붕 위에 올라가 낡은 이엉을 들어내고 새 이엉을 올리기 위해 분주히 일하고 있었다. 한 눈에 다 들어올 만큼 크지 않은 공간에 작은 연못과 큰 나무가 있다. 딱히 특색있어 보이진 않지만 김유정선생이 나고 자란 곳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작가의 감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김유정기념전시관에는 '김유정의 외롭고 고단했던 삶의 여정'이라는 소제목의 신대엽작 '유정고도'가 전시되어 있는데 유독 약했던 어린시절부터 글을 쓰게 된 과정과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던 문인들, 사랑했던 여인들과 이루지 못한 사랑이 그림과 글로 엮여 있어 김유정선생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김유정이야기집에서는 김유정선생의 작품들이 실레마을 어디를 배경으로 했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고 소설 속 주인공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실레마을은 김유정의 고향으로 김유정수필<오월의 산골짜기>에 따르면 '그 산에 묻힌 모양이 마치 옴팍한 떡시루같다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 '아주 빈약한 촌락'이지만 '이 산속에 누워 생각하자면, 비로소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요히 느끼게 된다.'는 김유정은 이 실레마을 전체를 소설 12편의 무대로 등장시킨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열여섯 장소를 실레이야기길로 엮어 1시간 가량 걸으며 김유정 소설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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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 소설에 푹 빠져 '덕돌이가 장가가던 신바람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출출해진다. 계속 걸었더니 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고갯길에 대형 카페가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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