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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Dec 30. 2018

경제성장모델의 속박에서 벗어나라

행복추구의 관점에서 보는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

경제성장, 항상 옳은 건가요?


경제성장은 인류의 과제다. 2016년 지앤컴리서치에서 실시한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해결과제로 '물가안정, 경제성장'을 1위(53.9%)로 꼽았다. 국민 스스로가 직접적으로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경제문제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두의 최우선 과제이자 관심사였다. 국가의 진보는 국가 총생산량 GDP 증대로 가늠했으며 경제성장은 곧 국가 성장, 국가 진보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현재에도 국가 진보 차원에서의 경제발전모델이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경제 상황에 적신호가 들어온 요즈음, 과연 아직도 경제발전모델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기존의 경제발전모델


경제발전모델에선 GDP 등의 경제적 수치와 요인들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게는 개인적 선택의 고려부터, 크게는 정책의 성공 여부까지 경제적인 가치를 지배적인 기준으로 고려한다. 이러한 경제발전모델은 그동안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놀라운 경제발전 속도를 보이며 경제발전모델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증명한 모범국이다. 전쟁의 여파로 폐허와도 같았던 세계 최빈국에서 현재 세계적인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발전을 중시했던 기조가 있었다.



경제발전모델의 문제점, 사회적 신뢰의 부재와 장기적 손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발전모델을 유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전체적으로도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경제발전모델은 사회적 안전망과 신뢰의 부재를 초래한다. 경제발전모델에서 최우선 순위는 경제적 가치이기에, 그 과정에서 인간 존엄성 등의 비물질적 가치들은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경제적 성공이 곧 사회적 성공인 경제발전모델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신뢰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을 잃게 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쟁 체제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믿음은 자리 잡기 힘들다. 경제적 성공을 이루지 못한 개인 또는 단체는 도태되며 인정받지 못한다. 경제발전모델 하에서 그들은 패배자로 낙인찍히며 노력 부족 등으로 폄하당한다. 구조 속에서 도태자가 발생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경쟁에서 졌을 때 지는 부담감과 손해는 사회적으로 정당화된다. 이러한 정당화는 사회적 안전망의 존재 당위성을 약화시킨다.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이 희미해지고 사회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할 때 개인에게 주어지는 정서적, 심리적 압박은 거대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현대 사회에서의 고립, 소외, 그리고 정신병은 이러한 맥락 속에서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도 경제발전모델은 단기적 이익과 성과에 매몰되는 선택을 강요하여 결과적으로는 손해를 발생시킨다. 경제발전모델에서는 경제적 이익에 따른 행동의 평가를 즉각적으로 시행한다.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키는 행동에 상당한 반발심을 지니고 있기에 단기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발생시키는 선택을 선호한다. 비물질적 가치의 경시와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선호하는 경향이 맞물려 장기적인 선택이나 정책을 거부하는 경향이 생긴다. 그러나 최근 장기적인 인프라 구축부터 정책적인 사항들은 모두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는 경향은 결과적으로 손해일 가능성이 크다.



왜 이제 와서 경제발전모델이 문제입니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성공을 경험한 경제발전모델이 이제 와서 문제로 지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성장과 행복추구 간의 벌어진 간극이 그 이유다. '과거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에서는 경제성장과 행복추구는 그 결을 같이했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삶의 질은 자연스레 상승했고, 굶주렸던 상황에서 경제성장이 주는 풍요로움은 행복으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과거와 같이 굶주림, 빈곤 타파가 최우선 과제가 아니게 되었다.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룩했기에 경제성장의 기울기는 완만해졌고 개인에게 느껴지는 경제적 부담은 증대되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감수했던 노동착취 등의 개인적 희생은 더 이상 보상받지 못했고, 개인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다. 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과 행복추구는 더 이상 같은 차원으로 이해되지 않는다. 과거처럼 높은 경제성장을 통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부담을 줄이는 방법은 이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행복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경제성장 대신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운 모델의 필요성, 경제발전모델은 건재하다


더 이상 경제발전모델로는 현재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 행복추구의 방향성이 달라졌기에 경제발전모델이 지니고 있던 경쟁력이 소멸되었다. 비물질적 가치를 경시한다는 경제발전모델의 근본적 특성상, 경제발전모델은 복잡한 현대 사회 속 수명을 다했다. 경제발전이라는 물질적 가치의 추구보다, 신뢰, 정서적 안정 등의 비물질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모델이 필요한 시대가 왔다. 


그러나 경제발전모델의 영향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경제발전모델은 단순히 하나의 큰 모델로 존재하기만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정책적, 의식적으로 녹아들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경제적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데에 익숙해졌기에 앞으로도 경제발전모델의 기준을 사용할 것이다. 이러한 모델의 지속성은 단순히 모델을 바꾼다고 제거되지 않는다. 예를 들면, 경제발전모델이라는 커다란 기조를 다른 모델로 변경한다고 해서 모든 정책들이 새로운 모델에 맞게 바로 편성되지는 않는다. 교육 정책의 경우, 민감하고 거대한 정책이기에 변동성이 낮다. 이렇듯, 모델의 변화는 상당히 오랜 기간을 거쳐 완성되기 마련이다.



소결 : 행복을 위해 생각을 바꾸자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행복추구권이 명시되어있다. 행복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권리이자 본능이다.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 추구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안타깝게도 경제발전모델 하에서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고 있었다. 행복 추구보다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위하고, 금전적 이익이 곧 행복으로 직결된다는 막연한 기대가 지배적이었다. 과거에는 유효했을 수 있으나, 현재는 금전적 이익 추구가 행복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이익 추구로 인하여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나 여건이 훼손될 가능성이 커진다. 

경제발전의 환상은 개인의 책임이 아닌, 모델의 영향에서 비롯된 구조적 책임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개인들은 모델의 변화가 예측되는 만큼 과거의 환상에서 벗어나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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