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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Nov 09. 2019

과유불급의 세련미, 퍼펙트맨

영화 <퍼펙트맨>을 보고 나서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퍼펙트한 삶을 살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 <퍼펙트맨>입니다.

욱하는 성격에 사회봉사를 하게 된 건달과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변호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들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식상한 영화입니다.

죽음 앞에서야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용서를 구하는 모습,

어머니의 부재를 밥 짓는 냄새, 빨래 삶는 냄새로 표현하는

고리타분한 가부장적 기호 사용 등 뻔한 영화의 표본입니다.


영화의 마무리도 어설픕니다.

건달 역의 조진웅이 칼에 여러 차례 찔린 상태로

변호사에게 향합니다.

몸에 피를 묻힌 채 통증을 호소하며

변호사를 납골당으로 데려다주는 장면은

한 편의 신파극으로, 영화의 몰입을 떨어뜨렸습니다.

극적 효과와 감동을 가미하기 위해

세련되지 못한 방식의 마무리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작가와 감독이 미리 생각해 둔 결말 방식이 있었기에

이러한 전개를 강행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변호사의 임종을 조진웅이 환송해주는 방식의 연출을 위해

조금은 억지스러운 이음새식 장면을 넣었다고 보입니다.

때문에 영화 내내 지속된 감정선이 어그러졌습니다.

그럼에도 좋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훌륭했습니다.

어떤 장점으로 나열한 단점들을 상쇄시킬 수 있었을까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세련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마무리 장면은 지적한 바와 같이 아쉽습니다만,

코미디 영화라고 웃기기 위해 바짝 힘이 들어가면

영화 자체가 촌스러워지기 십상입니다.

과도한 액션 등의 연출이 없으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내는 이 영화의 전개 방식은

참으로 세련되었습니다.

덕택에 어색하거나 불편함 없이 영화에 몰입했습니다.


영화 속 사용된 소재나 장소도 나름 신선했습니다.

카트에 변호사를 태우고 부산대교를 마구 질주하는 장면은

아름다우면서도 상황표현에 적절했습니다.

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세련된 이야기 전개는 어렵습니다.

자칫하면 유치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가지고

얼마나 이야기를 매끄럽고 재미있게 전개하느냐는

상당한 고민과 노력을 수반하는 과정입니다.

개연성 부재, 유치한 요소,

억지스러운 전개, 웃기려는 무리수 등은

이야기 전개를 망치고 영화를 촌스럽게 하는 요소입니다.

세련된 이야기 전개는 영화 전체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하고도 복합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여기, 이야기 전개에서 나옵니다.


제목대로 퍼펙트하지는 못하지만

세련된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퍼펙트맨,

부담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진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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