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상민 Nov 10. 2019

공감을 넘어, 소통까지

영화 <82년생 김지영>를 보고 나서

동명의 책이 출간되었을 때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여성의 힘든 삶을 다룬 그 책은

성별 간의 치열한 대립을 촉발했다.

아직까지도 뜨거운 논쟁 속 이 영화가 개봉했다.

해당 영화는 많은 여성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여성의 고된 삶을 그려내며 여러 여성들의 공감을 사는 영화,

그러나 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단순히 여성의 공감만을 담는다면 남녀 간 갈등은 심해진다.

남성도 남성 나름대로의 고된 입장이 있기에

남성은 여성의 입장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영화에서는 여성의 입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영화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이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정유미가 아닌, 공유다.

영화 속에서 김지영 역의 정유미가 주된 비중을 차지하지만

김지영의 남편인 대현 역의 공유가 지닌 중요성은

김지영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김지영의 남편 대현 역의 공유. 잘생겼다.

훈남 배우 공유가 김지영의 남편 역이기에

많은 관람객들은 대현을 좋은 남편으로 본다.

그러나 공유라는 이미지를 빼고 공유의 행동만 본다면

공유라는 인물은 소극적 태도를 지닌 인물에 불과하다.


그동안 명절 때 아내 김지영을 도와주지 않은 점,

김지영의 건강이 악화되고 정신질환의 우려가 엿보임에도

걱정하거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만 갈 뿐

정작 명절 때 일손을 돕지 않은 점,

일을 다시 하고 싶다는 김지영의 요구를 무시하고

버럭 화까지 낸 점,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해놓고 부모의 반대가 있자 철회한 점.

공유가 적극적으로 현상 개선을 위해 노력한 행동

찾아볼 수 없다.


물론 명절 때 설거지 한 번은 도와주기도 했다.

일을 다시 하겠다는 김지영에게 화를 낸 이유는

자신의 건강도 모른 채 일을 하겠다는 김지영을 향한 울분과

그 상태가 되도록 잘 챙겨주지 못한 스스로의 죄책감이

뒤섞여 화를 냈을 것이다.

영화 말미에는 공유가 육아휴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유의 입장과 상황이 이해가 될 뿐

공유가 적극적인 노력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

해피엔딩을 통해 남녀 간 불거질 수 있는 영화 속 논쟁의 수위를 낮췄다.

공유와 정유미가 같은 거실에 있음에도

공유는 거실 소파에,

정유미는 부엌 의자에 앉아 대화를 하는 모습은

두 인물 간의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연출에 해당한다.

공유의 소극적 태도는 영화 전체를 대표하는 중요 포인트다.

소파에서 벗어나 마주앉을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

영화는 말한다. 뿌리 깊은 성별 불평등 의식을 떨치고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의 노력, 주변 분위기와 의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실천적 행동 변화다.

영화는 공감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방향성 제기를 연출을 통해 시도한다.

영화의 그러한 시도는 해당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책의 논란과는 관계없이,

영화 자체만으로 보았을 때 볼 만한 의미가 있는 영화다.

매거진의 이전글 과유불급의 세련미, 퍼펙트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