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의 문화산업론을 통해
다양한 공연기획을 경험하고 있는 업계 실무자이자, 예술경영 관련학과에 재학 중인 K 씨와 공연예술에 관하여 짤막하게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공연예술과 예술경영쪽에 열정을 가지고 종사하고 있는 K 씨는 앞으로 공연예술에 관한 여러 아이디어를 제공할 예정이다. K 씨와의 간단한 인터뷰를 통해 K 씨가 지니고 있는 공연예술에 대한 생각을 엿보고, 쟁점이 되는 부분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Q1. 예술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중학교 때, 자리가 남은 동아리가 풍물부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느는 게 눈으로 보이고, 다 같이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무대에서 사람들이 제 연주를 즐거워하고 박수를 보내줄 때 굉장한 희열감을 느꼈습니다. 내 연주로 인해 누군가가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서 전공자를 지망하게 되었고 어느새 북을 치는 아이가 제 이상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스로도 너무 즐거웠고요. 현재는 전공자를 하지 않고 공연 기획을 공부하고는 있지만요.
Q2. 현재 예술경영 쪽에 초점을 맞추고 계신 이유는?
A. 국악을 그만 둘 당시 선생님의 추천도 있기도 했고, 풍물패에서 전공자 생활을 하면서 국악이 가지고 있는 많은 한계를 눈으로 봤었습니다. 졸업을 했지만 공연에서 불러주지 않아서 계속 연습만 하는 선배나 지원금 문제로 늘 고민하는 선생님 등 생계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에 휩싸였습니다. 예술가로서 다양한 공연을 개발하고 창작하는 삶을 꿈꿔왔던 저는 현실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정책적, 행정적, 포괄적으로 예술을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예술경영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뒤, 현재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홍보, 예산 분배 등 공연예술 외적인 부분에서 경영적 측면을 도입하고, 수익 창출을 가능케하여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생적 차원부터 시작하여, 정책적으로 공연예술의 진흥 차원까지 두루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예술이더라도 사람들이 보지 않는 예술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예술경영자의 입장에서 예술을 좋게 포장해서 매력적인 상품이 되도록 하는 게 저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Q3. 현재 공연예술을 어떻게 소비하고 계신가요?
A. 예술경영 입시를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공연예술을 관객으로 접했습니다. 입시의 여파로 항상 공연을 분석하면서 관람하고는 했는데요, 그게 생각보다 피곤했습니다. 현재는 국악과 관련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분석하는 태도를 줄이고 있습니다. 뮤지컬이나 콘서트의 시각적인 부분도 분명 매력이 있지만, 대사에서 오는 울림과 주제의식을 더 선호하기에 보통 연극이나 국악 위주로 봅니다. 요즘엔 정동극장에서 젊은 국악을 콘셉트로 다양한 공연들을 창작하고 올리고 있어 정동극장 공연을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습니다.
Q4. 마지막으로 K 씨에게 공연예술이란?
A. 공연예술은 애증인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 자체를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 공연예술이 절 굉장히 힘들게도 하거든요. 일의 강도나 금전적인 문제는 정말 불만족스러워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가끔 자괴감 들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지친 저를 위로해주는 것 또한 공연예술이라는 점입니다. 정말 애증과는 같은 존재죠.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 밀당하면서 지낼 것 같습니다. 허허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하기 전,
이번 분석에서 사용될 아도르노의『문화산업론』일부를 소개한다.
아도르노의 이론 일부를 가지고 인터뷰에서 나온 쟁점을 바라보고자 한다.
1. 문화산업이란?
- '전방위적으로 관리되는 대중사회의 소비문화', '상업화된 시장문화'
2. 문화산업의 목적
- 문화는 하나의 상품에 불과. 이윤추구의 목적.
3. 문화산업의 소비욕구
- 소비자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문화를 제공하는 생산자, 판매자, 공급자로부터 나온다.
'가치의 한결같은 척도는 얼마나 눈에 띄는 생산을 할 것인가와, 얼마나 전시를 잘하는 가에 있다'
『문화산업론』발췌, 아도르노
4. 문화산업의 생산물
- 오늘날 생산물은 그 소비자에게 어떤 각성이나 새로운 의식을 제공하지 않거나,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 개별성과 특징이 소멸된 생산물.
-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구상으로 이루어진 생산물들은 '유행'이나 '트렌드'라는 명목 하에 강요된다.
5. 현 상황을 공고히 하는 이데올로기적 문화산업
'문화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언제나 문화를 거스르는 것이 되어버렸다',
'문화산업은 그 소비자를 속여 자신이 언제나 약속한 것을 기만한다'
『대중 기만으로서의 계몽』발췌, 아도르노
인터뷰에서도 나타나듯, 공연예술에서 예술경영은 예술을 상품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공연예술 안에도 여러 측면이 존재하지만, 이번 분석에서는 상업적 공연예술에 초점을 두고자한다.
예술경영자는 예술을 포장하고자 한다. 예술의 공급자인 그들은 이윤 추구를 위해 상품을 표준화시킨다.
표준화 과정을 거치며 예술의 산물들은 비슷한 모습을 띄게 된다.
잘 팔릴 수 있는, 많이 볼 수 있는, 쉽게 볼 수 있는, 다시 볼 수 있는 생산물을 위해 예술을 가공한다.
그렇게 가공된 상품만을 전시하기에, 공연예술의 소비욕구는 그들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전시된 상품들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들의 선택 기저에는 공연예술 종사자들이 구성한 '유행', '트렌드'가 영향을 미친다.
이해가 어렵다면 예를 들어보자.
현실주의 기법이라는 방법이 유행한다고 보자.
현실주의 기법으로 연출한 연극이 성공함과 동시에
연극계에는 현실주의 기법으로 연출한 연극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이 또한 하나의 표준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현실주의 기법의 유행이 전적으로 대중의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연극계에서 하나의 기법이 주류가 되는, 그 기저에는 소비자의 의도보다 공급자, 생산자의 의도가 더 지배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예술을 상품으로 가공하는 사물화 과정을 거치면서 공연예술은 개별성과 특징을 잃어버린다.
예술만의 독특함이 소멸된 상품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의식이나 각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상업화된 공연예술은 예술의 기능 중 하나인 '비판적 성찰'과 '전복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기획자가 의도된 방향으로 생각하게 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려 정당화를 반복하는 이데올로기적 도구가 된다.
불편한 이야기를 하는 공연예술은 매력적인 상품이 되기 어렵다.
대중의 입맛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반복적이고 익숙한 클리셰로 점철된 공연예술 상품을 열심히 준비한다.
소비자는 그 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비판을 펼치기 어렵게 된다.
즉, 소비자는 예술을 선택하는 것부터, 예술을 감상하는 과정까지 외부적 요인을 강하게 받고
스스로의 판단과 비판을 수행하기 힘든 상황에 처했다.
상품으로서의 공연예술은 소비자가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에 그친다.
아노르노의 이론을 바탕으로 한 이번 분석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한다.
모든 공연예술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각성이나 생각을 제공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공연예술 중에서도 무비판적으로 예술을 수용하는 소비자에게 비판의식을 주는 연극도 있다.
상업화된 예술의 현재를 지적하는 순수예술도 존재하기에, 모든 공연예술을 대상으로 분석을 적용할 순 없다.
소비자들의 이성을 극단적으로 경시하고 있는 측면도 존재한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공연예술을 관람하며 지닐 수 있는 비판적 이성의 기능을 분석에서는 무시하고 있다.
대중이 지닌 비판적 의식을 경시한다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음을 인정한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좋은 상품이 되고 있다. 예술은 돈이 된다!
미국의 두 핵심산업 중 하나가 문화 산업일 정도로 이제 예술은 돈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예술이 잘 팔리는 상품이 되면서 예술의 상품화, 사물화, 상업화는 점차 극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예술의 상업화 이면에는 분석에서 다뤘듯 여러 문제가 동반된다.
현 체제를 유지시키는 도구로서의 예술, 예술의 기능이 제한되며 발생하는 '예술의 탈예술화' 문제까지.
예술의 상업화가 부정적인 측면만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