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속 뿌리깊은 소비자마인드
어서 오세요 손님, 교육입니다.
돈의 힘은 강하다.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현대사회의 시장원리는 우리 삶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기존에는 도덕적 가치로 생각되었던
영역들마저 물질화되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없는 시대가 왔다.
교육의 영역도 어김없이 그렇다.
교육을 하는 학교부터 교육을 받는 아이들까지
전부 소비자 마인드로 교육을 대하고 있다.
소비자 마인드가 적용되는 경제활동과는 달리,
물질적으로 측정하기 힘든 교육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
시장원리는 좋은 대학교, 좋은 기업, 높은 연봉으로
교육의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성공여부를 돈의 액수로 판단하는 시대가 왔다.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아이들이
소비자 마인드를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기성세대의 영향을 꼽을 수 있다.
아이들이 소비자 마인드를 가지기 이전,
기업과 대학, 그리고 기성세대에는
시장원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급격하고 빠른 경제적 발전은
탈물질주의 문화를 발전시킬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경제적 가치의 달콤함을 맛보고 나니
물질적 가치를 최우선 순위로 판단한다.
삶의 질이 개선되고 풍요로워질수록
물질주의 문화에 오히려 더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낙수효과를 통해 국가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왔던 기업은 몸집을 키워갔다.
똑.. 똑..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암묵적으로 허용되는 사회적 승인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되어있었기에
국가지원을 받으면서도 이윤추구를 우선시할 수 있는
기업 최적화된 환경이 갖추어졌다.
사회환원 등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가치는
기업은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물질주의 문화와 시장원리는 그렇게 스스로를 강화했다.
기성세대의 자수성가 환경도 영향이 크다.
부모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던 기성세대들은 스스로의 노력과 끈기로 성공을 쟁취했다.
고립된 상황에서도 홀로 고군분투하여
눈부신 성공을 이룩해낸 기성세대들의 경험은
청년세대들도 기성세대처럼 홀로서기가 가능하고
성공하지 못함은 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선사한다.
사회구조적 변화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기성세대들은
자기 결정과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고도의 위험 사회에서
과도한 자기 결정과 자기 책임을 짊어진 아이들은
조금의 이익이라도 챙기기 위해
기성세대처럼 고군분투하게 되고,
소비자 마인드를 모든 영역에서 적용하도록 강제되었다.
고도의 위험사회 속 위태위태한 줄타기를 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널리 퍼진 물질주의 문화와
물질주의 문화 전도사, 기성세대가 만나
자라나는 세대에게 물질주의를 주입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교육은 새로운 세대가 접하는 가장 빠른 매개체이기에
소비자 마인드는 자연스레 교육으로 마수를 뻗었다.
교육은 1차적 집단인 가정에서 가장 먼저 진행되기 때문에 가정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기성세대의 소비자 마인드와 시장원리,
그리고 자기 결정과 자기 책임의 가치관은
가정교육을 통해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내려왔다.
가정에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소비자 마인드는
이후 기성세대들이 관리하는 학교, 사회 등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다.
소비자 마인드의 두 번째 큰 이유는
교육의 기형적 구조다.
교육의 가치를 물질로 환원할 수 없다는 의미는
교육을 받기 위한 교육비가 아깝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정 수준을 넘어선 비정상적인 등록금은
어쩔 수 없이 교육 대상자들을 소비자 마인드에 처하게 한다.
지불해야 하는 막대한 등록금은 교육 대상자들로 하여금
일종의 보상심리를 발생시킨다.
자신이 투자한 만큼의 교육적 효능감을 원하게 되는
소비자 마인드는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등록금의 문제다.
주문하신 등록금 나왔습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방향적 교육과
형식지 위주의 교육도 교육의 기형적 구조 문제 중 하나다.
교육의 시작인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우리나라 교육의 방식은 일관적이다.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생 간의,
혹은 학생끼리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일방향적 교육과
단편적인 지식들을 암기하는 형식지 위주의 교육은
교육 당사자들이 교육의 효능감을 느끼기 어렵다.
교육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학생들에게는 아직 부족하기에
교육의 가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왜 교육을 배우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배우라는 강압적 태도는 수동적인 학생들을 만든다.
교육의 기형적 구조는 신뢰를 상실한 지 오래다.
손해 보기 싫은 학생들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 마인드라는 방식을 선택하거나
교육으로부터 회피하게 된다.
돈 앞에서 장사 없다. 시장원리가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상황은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도덕적 가치와 규범적 가치는 황폐하게 망가져버렸고,
교육의 영역도 시장원리에게 마음껏 유린되었다.
사회 전체적으로 퍼져있는 시장원리는
너무나도 지배적이기에
공공영역에서의 숙고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비참한 상황일수록
시장원리가 팽배하는 현 사회를 직시하고
원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
원인 분석을 통해 기성세대의 영향력을 들었지만,
이것이 기성세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책임의 소재를 물으며
서로 반목하기보단,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고 공동체적 의식을 가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식이 중요하다.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이 확산되어
함께 숙고할 수 있는 사회가 이루어지길 꿈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