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 학습지 선생님은 근로자.

학습지 교사 사건을 통해 본 근로자 개념

by 유상민

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4두12598, 12604 판결


■ 학습지 교사 사건


내가 어릴 적 받았던 학습지 교육이 떠오른다.

눈높이 수학이랑 장원 한자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그 당시 주택이었던 우리 집 거실에서

학습지를 같이 풀고 숙제를 내주던

그 때 기억,


눈높이 수학을 할 때는 간단한 수학 문제로 가득한

문제풀이 학습지를 열심히 풀었다.

그 때 휙휙 풀었던 수학 문제들이

지금까지도 내가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없도록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이 든다.


장원 한자 학습지에는 흐릿하게 쓰인 한자를

진하게 연필로 슥슥 써내려갔었다.

그 당시엔 한자가 어쩐지 멋있어보여서

멋드러지게 쓰고 싶었다.

그 때 슥슥 그렸던 한자 덕분에

지금까지도 글씨를 쓰는 걸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 학습지 선생님 판례를 가져왔다.

학습지 개발 및 교육을 하는 주식회사와

학습지 선생님들은 일종의 위탁사업계약을 맺는다.

선생님들은 계약 후 학습지회원들을 관리하고 모집하고 교육한다.


1년 단위의 계약이니 주식회사가

선생님들과의 계약을 해지한다면,

이 경우는 부당해고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재~능교육'이라는 주식회사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고등법원에서는 학습지 선생님들이 근로자가 아니기에

부당해고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 온 학습지 선생님이 근로자가 아니라니!

학습지 선생님들은 그럼 뭐였을까?


이후 대법원에서 결과는 뒤집혔다.

우선 고등법원과는 달리 학습지 선생님들을 근로자로 보았다.

앗! 그럼 고등법원에서 잘못 판단했던 것일까?


이상하다. 그것도 아니란다.

첫 재판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법원도 첫 재판의 판단을 존중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을지라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학습지 선생님들이 받는 수수료가 선생님들의 주된 수입원이라는 점,

정형화된 계약 형식으로

주식회사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점,

재능교육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했다는 점 등을 보았을 때

노동조합법상 근로자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이번 판례는 '근로자'가 획일화된 개념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두 가지 개념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

좀 더 넓은 차원에서 근로자를 판단할 수 있기에

노동문제가 더 많이 다뤄질 수 있게 되었다.


부당해고인지는 또 다시 법적 판단이 들어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학습지 선생님들은 근로자임을 인정받았다.

그럼 그렇지,

우리 학습지 선생님이 근로자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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