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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상민 Feb 25. 2021

플랫폼 노동, 사람은 부품이 아니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쿠팡 물류센터 인터뷰를 통해 보는 플랫폼 노동자

쿠팡의 기세가 매섭습니다.

미국 증시 상장까지 노리고 있을 정도로 어느새 성장했다.

온라인 상업에서 빠른 배송만큼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요소는 없다.

쿠팡의 로켓 배송은 쿠팡을 그야말로 로켓처럼 쏘아 올렸다.


쿠팡은 로켓 배송뿐 아니라

쿠팡 이츠로 음식 배달계에 새로운 파장을 가져왔다.

기존 배달앱과 달리 근처 쿠팡 이츠맨이 배달을 한다.

배달을 모아 가지 않고 1 주문 1 배달을 하게 되니

음식 도착시간도 훨씬 빨라져

높은 퀄리티의 갓 나온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쿠팡은 기존 상업 생태계가 가진 단점을

파괴적으로 보완하며 시장점유율을 급격하게 높다.


<뭐든 배달합니다>는 새로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를 다룬다.

스마트폰이라는 기술 변화로 인해 등장한

음식 배달, 택배, 대리기사 등의 노동자를 말한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카카오 택시 어플로 택시기사가 되는 노동자,

배달의 민족, 쿠팡 이츠에서 배달하는 노동자 등

아르바이트처럼 희망할 때 일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노동자를 다룬다.


"오늘 우동 값은 내가 낼 테니
앞으로 기자 생활하면서
보도자료 한 장 내지 못하는 사람들
목소리도 들어봤으면 좋겠네요."
- 저자가 기자 시절 화물트럭 기사로부터 들은 말, 본문 발췌


저자는 기자였으나 기자를 그만두고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노동자가 된다.

인터뷰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생생한 노동의 현장을 직접 겪는다.


과거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에서

악덕 사장을 만난 친구들이 많아

내가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고

악덕 사장들을 끈질기게 신고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계획한 적이 있었다.

(부모님의 더욱 적극적인 만류로 무산된 바 있다...)


계획에서 그친 나와 달리

저자는 직접 새로운 노동의 장으로 뛰어들었으니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다.


우리는 배달을 우리 삶에 필수적인 영역이자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 본문 발췌


배달 영역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함에도 배달기사 여건은 좋지 않다.

실제로 책 속 플랫폼 노동자들의 여건은 열악했다.

주 수입원으로 생활하기보다는 부업 수준에 그친다.


좋지 않은 여건임에도, 플랫폼 노동을 향한 관심이 뜨겁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에는

어떤 장점이 있기에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향후 어떤 문제가 등장할까?

책을 통해서도 어렴풋이 알 수 있으나

더 자세한 이해를 위해

쿠팡 물류센터에 일했던 지인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쿠팡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김 모씨(26).

Q1. 쿠팡 물류센터에서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A1. 20년 3월부터 12월까지 유동적으로

     동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어요.

     지인의 소개로 처음 일을 하게 되었죠.

     코로나 19로 인해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바처럼 다닌 것 같아요.


Q2. 일하면서 받는 돈은 얼마나 되는지

      대략적으로 여쭤봐도 될까요?


A2. 20년 기준으로 주간은 8730원,

     야간은 9,000원 정도 시급을 받았어요.

     최저시급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는데

     장점은 인센티브예요.

     물량 많은 날에는 인센티브를 준다고

     연장근무 희망자를 받아요.

     인센티브가 1.5배 정도 되는데 쏠쏠하죠.


Q3. 물류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주로 하나요?


A3. 저는 허브에서 일을 했는데요,

      허브에서도 일이 여러 가지로 나뉘어요.

      분류 패킹, 상하차, 오(誤) 분류 구분,

      스캐닝까지 4가지로 구분되는데

      저는 오분류 구분 위주로 했어요.

      전체적으로 밖에서 물류 트럭 짐을 넣거나 빼야 해서

      근무환경은 아주 추웠어요.

      오분류 구분은 인식 오류로 인해

      잘못된 컨베이어로 온 제품을 처리해요.


Q4. 일하면서 힘들었거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셨나요?


A4. 일단 추위가 가장 힘들었어요.

      특히 12월에는 날도 추운데 밖에 오래 있다 보니

      너무 고생했던 기억밖에 안 나요.

      추운데도 방한복은커녕 핫 팩 하나 주지도 않아요.

      사원들에 따라서 힘든 날도 있어요.

      제가 맡은 오분류는 다른 업무에 비해

      쉴 틈이 더 많긴 한데

      물량이 갑자기 많아지면 벨트가 꽉 차서

      불이 들어오게 되어있어요.

      그러면 사원들이 옆에서 닦달을 하는데

      그게 좀 힘들었어요.


Q5.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는데,

      다른 알바랑 비교했을 때

      쿠팡이 가진 장점은 어떤 건가요?


A5. 내가 가고 싶은 날 할 수 있다는 게 좋았아요.

      음식점 알바, 편의점 알바 등 많은 알바들이

      매주 정해져 있는 요일에 출근했어야 하잖아요?

      쿠팡 같은 경우는 내가 돈이 필요할 때

      희망해서 일하러 갈 수 있기에 좋아요.

      매주 토요일 12시에 해당 주 일요일부터

      다음 주 토요일까지

      일할 수 있게 자리가 열리거든요.

      허브는 항상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일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요새도 연락이 많이 와요.

      일할 사람 없다고 돈 더 준다는 문자를 받곤 해요.


Q6. 일하고 나서 쿠팡이라는 기업을 바라보는

      이미지나 인식이 변한 게 있을까요?


A6. 철저히 아마존과 똑같은 구조라고 생각이 들어요.

     지금 미국 유학 중에 있는데

     주변 아마존 이야기를 들으면 똑같거든요.

     원래 쿠팡을 이용하지는 않았는데

     실체를 알고 나니 더 쓰기 싫어졌어요.


     '내가 밤새서 일한 덕에 사람들이 더욱 일찍 배달받는다'

     딱 이 정도 보람이 있는 일이었어요.

     복지라도 좋아야 하는데 맛없는 밥에

     제공되는 300원짜리 음료수가 다예요.

     그마저도 원랜 밖에 있었는데

     나중에는 공정 안으로 들여놓았어요.

     나가지 말고 안에서 마시고 바로 일하라는 거죠.

     

Q7. 마지막으로 나중에 다시

        쿠팡 물류센터 일을 하실 생각이 있나요?


    다시 일하고 싶지는 않아요.

    정말 일자리가 없다면 고려해보겠지만

    최대한 기피하고 싶어요.


인터뷰와 책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필수적인 업무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업무 관련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핫팩 등의 보온 도구도 없고

책에서 나온 것처럼 마스크 하나도 반드시 개인 지참이다.

일하다가 마스크가 끊어져도 제공하지 않으니

얼마나 처우가 좋지 않은지 상상이 간다.


사람들이 플랫폼 노동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유동적으로 알바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할 때 일할 수 있는 게

상대적으로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자유롭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순환율도 높을 수밖에 없다.

순환율이 높기에 열악한 노동환경을 바꿀 의지가 약하다.

마음에 안 들면 나가, 너 아니어도 일 할 사람 많아.


노동자가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공장 속 하나의 부품으로 여겨지는

노동 소외 현상의 극대화가

플랫폼 노동의 일터에서 벌어진다.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으로 사람을 취급하는 순간,

노동자의 가치는 더욱 떨어지고 업무 환경은 나빠진다.

빠른 배송과 편리함 뒤에는 깜깜한 어둠이 가득했다.


앞으로의 플랫폼 노동의 해답은

위에서 발췌했던 책 속 문장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배달을 우리 삶의 필수적인 영역이자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정해야 한다'

배달하는 사람들, 플랫폼 노동자들을

무시하거나 경시해서는 안 된다.

직업귀천은 없다.

수입이 낮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직업의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누구에게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마땅히 사람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을 때

열악한 플랫폼 노동을 경험한 사람들끼리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플랫폼 노동에서 벌어지는

노동 소외 현상을 문제로 지적할 때

비로소 해당 기업도

플랫폼 노동 환경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우리의 편리함을 맘 편히 누리고 싶다면,

오늘 우리에게 배달해주는 기사님들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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