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를 키우며 깨닫고 느낀 나의 작은 소회
나는 달팽이를 키운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나에게 달팽이가 생겼고, 벌써 이 녀석과 함께한 지 1년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됐던 녀석이 지금은 내 중지 손가락보다도 커졌다.
달팽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생각보다 달팽이를 키우는 사람이 주변에 많다. 심지어 달팽이 키우기 네이버 카페도 있을 정도니까요.(생각보다 여기서 많은 정보를 얻었고 현재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나름 애완동물이니까 이름도 지어주고, 매일 먹이도 주고, 물도 칙칙 뿌려주고(달팽이는 습도가 중요해서 물을 자주 뿌려줘야 한다), 가끔 코코피트(달팽이 전용 흙)도 갈아준다. 다른 애완동물들보다는 손이 훨씬 덜 가는 편이지만, 그래도 때때로 챙겨줘야 할 것들이 있다.
달팽이를 키우면서 느끼게 된 장단점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 있다.
< 장점 >
1. 귀엽다 매우
아마 달팽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공감하기 힘든 대목이겠지만, 얘 정말 귀엽다.
더듬이를 쭈욱 펴고 몸을 꿀렁거리면서 벽을 타는 모습, 상추를 옴뇸뇸 씹어먹는 모습, 더듬이를 넣다 뺐다 하는 모습 등 나만 알아채는 모습들이 있고 거기에 또 각각의 귀여움이 있다. 달팽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귀여움이고, 달팽이는 지금 나에게 너무나 귀여운 존재가 되었다.
2. 키우기 쉽다
나는 원래 동물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강아지든 고양이든 너무너무 키우고 싶었는데, 동물을 안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와 나의 고질병인 비염 때문에 포기하고 살았었다. 지금은 부모님과 따로 살기도 하고 동물을 키울만한 재력(?)도 되기 때문에 도전해볼 만한데 늘 망설여지는 이유가 책임감과 시간이다.
동물을 키우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든다. 먹이도 제때 챙겨줘야 하고, 놀아도 줘야 하고, 산책도 해야 하고, 아프면 병원도 데려가야 한다. 다른 애완동물에 비해 달팽이를 키우는 것은 조금 수월한 편이다. 하루에 한 번(이틀에 한 번도 괜찮다) 밥을 챙겨주고, 물을 뿌려주는 것 외에는 사실상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고백하는 말이지만, 아주 가끔 너무 바빴던 날에는 '아참, 내가 달팽이를 키우고 있었지'하고 깨닫게 될 정도로 존재감을 잊고 산 적도 있었다.
< 단점 >
1. 만질 수 없는 너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좋은 점이 아마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일 텐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쉽고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단점이다. 가끔 너무너무 귀여워서 손가락으로 조금이라도 쓰다듬을라 치면 얘는 자기 집에 몸을 쏙 넣어 숨어버린다. 부끄러워한다기보다 아마 공격받는다고 생각하겠지... 달팽이에게는 이런 행동이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고 해서 꾹 참고 만지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다.
이렇게 교감이 어려운 사이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교감하고 있다고 믿는다. 가끔 이 녀석의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고, 나를 쳐다보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기 때문이다.
몇 달도 못 살 줄 알았던 이 작은 아이와 1년을 넘게 같이 살게 될 줄이야. 이 쪼그만 것도 생명이라고 정도 부쩍 많이 들었고, 있다가 없으면 너무 서운... 아니 많이 속상할 것 같다. 작은 사육통이 아니라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면 참 좋을 텐데, 얘는 또 외래종이라 맘대로 풀어줄 수도 없다.
이래저래 너랑 나랑은 같이 살아야만 하는 운명인가 보다. 우리의 인연이 다할 때까지 같이 잘 살아보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상추 많이 많이 사줄게!